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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읽는 폭력의 기원
존 도커 지음, 신예경 옮김 / 알마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폭력의 기원을 좀 더 멀리, 이전보다 훨씬 멀리 잡고 있다. 그래서 고전이 상당수
등장하고 그 오래된 문헌에서 발견되는 폭력의 잔재를 읽어가다보면 폭력성이란 인간에게
어떤 존재감을 갖고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폭력이 정말 인간의 본성에 해당되는지
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고 해야하나.
역사서를 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야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역사에
쓰여진 내용들 중에서 얼마나 폭력이 많았던지를. 전쟁이나 정복을 주소재로 하고 있는
책이라면 더더욱 거기에서 제노사이드라고 이름 붙여 마땅한 행태들이 존재했었는데,
이 책을 읽기 이전에는 그것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었다.
폭력은 반대, 전쟁 역시 반대하지만 고전 속에 나와있던 그 전쟁과 폭력에는 정말이지
별다른 거부반응없이 독서의 대상으로 역사의 한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 이후부터 물론 이 책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그 많은 고전들도 이전과는 또다른 시각으로 살펴보게 된다.
비교적 비싼 가격을 주고 큰 맘 먹고 구입했던 고전 시리즈가 있는데, 이전에는 그 책들이
쭉 줄지어 있는 걸 보면 흐믓했었다. 참 자태가 도도하고 멋지구나라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흘끔 본 그 책들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저 책들에게도 분명 폭력이 있었다는 걸
떠올려버렸으니까. 전쟁이 있었고, 사람이 죽었고, 가혹한 고문이 있었는데...그 당시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내용이 나왔었는데도 그냥 별다른 의식없이 그 책을 읽었더랬다. 그랬었는데
이제야 뒤늦게 그 책들 속의 폭력을 의식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게 되어서 좋았던 점은 이것이었다. 앞으로 고전이든 어떤 역사서이든 그 속에
숨어있는 폭력을 의식하게 되리라는 점. 이전처럼 쓱 스쳐지나가는 게 아니라, 단번에 찾아
내던지 최소한 찜찜함을 느끼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 책 속에 있었지만 그전까지 인식하기 힘들었던 폭력을 이 책은 일깨워주고 있다. 특히
주 공략대상이 되었던 것은 역시 고전. 소개되고 있는 폭력의 부분을 읽으면서 이 부분 역시
꽤 심각할 정도의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는데, 왜 이전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는지에 대해
가장 먼저 의아함이 들었다. 고전과 폭력,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나눠서 규정짓고
있었던 것일까. 침팬지 사회의 폭력이라던지, 수 많은 고문의 형태들을 알아볼 수 있었는데
그것들이 한 권의 책에 모여있다보니 그 충격의 강도가 더 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한 군데
모여있으니까 더 도드라져 보인다고 해야하나.
고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폭력의 기원을 읽기는 했다. 고전에서부터 기원하는 폭력의 존재에
대해서도 인식했다. 그런데 난감한 것은 책을 덮고나서 막연해졌다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까? 인간은 이토록 폭력적인 행태를 역사속에서 반복하고
있는데, 과연 그 고리를 끊어낼 수는 있는 것일까, 그게 과연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고 해야하나. 읽는 동안에도 쉽지 않았지만, 읽고나서는 더 쉽지 않은 책으로
기억하게 될 듯 하다. 고민은 좀 더 해봐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