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스케치 노트 스케치 노트
아가트 아베르만스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 진선아트북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만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요즘의 나는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전까지 그들은 꽃이었고, 그저 잎사귀였을 뿐이다. 예쁘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저 지나치는 감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식물을 제대로 애정을 갖고

길러본 적도 없었고 어쩌다 선물받은 화분도 물 주는 것을 깜빡해서 말려죽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 책을 읽게 되었으니까.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쉽게

지나쳤었던 식물에게 또다른 형태의 활력을 부여했고, 요즘은 길가에 자란 이름 모를 풀들을

유심히 살피게 만들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다 다르게 생겼다. 물론 같은 종류는

똑같이 생겼지만, 비슷해 보이던 풀들이 제각각의 개성을 갖고 있었다. 그건 꽃에서도

마찬가지. 뭉퉁그려 장미에 포함되어 있던 많은 꽃들이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장미라는 이름으로 묶일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앞으로 더 많이 알게 되지

않을까? 식물에 대해서도 꽃에 대해서도.

서랍 속을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던 스케치북을 꺼내고, 역시 필통 속을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있는 연필을 꺼내서 정성들여 깎았다. 그리고 그 연필로 스케치북에 선을 그려넣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식물 스케치 노트였다. 공이랑 원뿔, 원통 그리기부터 시작했었다. 그러다가

풀잎을 그렸고. 재미있었다.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심이 완벽하게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그런 불안감이 신나게 움직이고 있는 연필선을 움켜잡기도 했지만 잠깐 멈칫

했을 뿐 대체로는 즐거웠다. 되게 못그렸다며 스케치북을 보고 깔깔 웃어보기도 했고,

연필의 종류를 바꿔보면서 선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는 비교하기도 했다. 왠지 그림을

혼자 배웠던 플란다스의 개의 네로도 이렇게 그림을 사랑하게 된 게 아닐까 문득 궁금해

지기도 했었다. 지금도 쓱싹쓱싹 스케치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제 색을 칠해볼까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색의 종류도 참 다양하구나 싶었다.

노란색은 그냥 노란색이 아니었고, 보라색도 그냥 보라색이 아니었다. 어떤 색이 얼마만큼

섞이느냐에 따라서 그 색에는 따스함과 차가움이 묻어났고, 그 각각의 색마다 다른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게 또 어찌나 신기한지, 색의 오묘한 세계에 한 걸음 디딘 느낌이 들어서

무척 뿌듯하기도 했었다. 물감을 구입해 볼 생각이다. 붓도 준비하고...색을 칠하는 시기에

들어가면 분명 선생님이 필요하게 될 것 같다. 그러면 그때 선생님을 찾아나서면 그만이다.

일단 혼자서 하는데까지 이 책을 사부님 삼아 전지해보려고 한다. 그때까지는 즐겁게,

행복하게 선과 색의 세계에서 재미있게 놀아보려고 한다.

요즘은 교보 문고에 가면 이제까지 얼씬도 하지 않았던 공간에서 멈춰서서 책도 보고,

이런 저런 미술용품들 구경하고 있다. 석고상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미니 버전 석고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구경하고 있는 중이다. 조만간 그 근처에

있는 화방에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멀지

않은 시기 내에 여기에 불쑥 들어가서 맹렬하게 구경하고 용감하게 쇼핑하게 될 것 같다.

분명 가게 직원에게 성인이 들을 수 있는 미술 교육원은 없냐고 물어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걸어가면 되지 않을까. 퇴보하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어떻게든 앞으로 가게 되는

듯 하다. ‘식물 스케치 노트는 내가 또 다른 세계에 흥미와 호기심을 갖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무척 판타스틱했고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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