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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생각들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52가지 심리 법칙
롤프 도벨리 지음, 두행숙 옮김, 비르기트 랑 그림 / 걷는나무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52가지 심리 법칙에 대해서 이 책은 줄줄 알려주고 있다. 그 법칙을
쭉 읽다가 단 한가지 법칙이라도 해당사항 없다고 결론내릴 수 있는 사람은 지구 상에 단
한 명도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럴 정도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 심리 법칙들은 보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저지르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 곰곰이 되짚어보면
말도 안 되는 믿음들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거기에서 내 자신을 찾아내게 된다.
나 자신과의 조우에서 씁쓸한 적도 있었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이용당한 적도
있었구나 싶어서 허탈한 웃음이 나왔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는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52가지의 법칙 중에는 낯설다는 느낌이 드는 건 거의 없었다. 넓기 알려진 법칙들이 꽤 많이
소개되어 있고, 그 법칙의 이름이 낯선 감이 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을 읽다보면 그게 낯설지
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 법칙은 내 행동이나 내 주위 사람들의 행동에서 찾아볼 수
있을테니까. 그런 법칙들을 딱딱하게 소개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례를 들어서 쉽고
친근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중에 나는 영화 한 편을 보았더랬다. 놀라운 평점을 갖고 있었고, 무서운
입소문을 타고 있는 중이었다. 주위 사람들이 입을 모아서 재미있다고 말했었고, 두 번 봐도
재밌더라는 평에 마침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 나들이에 나서게 되었다. 그리하여 어찌
되었냐고? 영화를 시작하고 1시간이 지난 이후부터 동행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나가자고
하면 안 되려나 하면서. 혼자서라도 벌떡 일어나서 나가버릴까 싶기도 했었는데 옆 자리에
앉아있는 커플들이 너무나도 열심히 영화를 보더라. 하필이면 정 중앙에 있는 자리에 앉게 된
걸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어영부영 망설이다가 이제는 나가는 것도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의 시간이 흘렀고 몹시 허탈해하며 상영관을 나왔다. 영화는 길었고, 버스는 이제 없었고,
돌아오는 길의 택시비는 꽤 많이 나왔더라. 집에 돌아와서 씻고나서 이 영화평에서 나는 별로
였다라는 부분을 읽어보다가 잠들기 전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매몰배용의 오류에
대한 글을 읽으며 매몰 비용의 오류의 피해자였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냥 그때
나왔어야 했던거다. 돌아오는 길에 함께 영화를 봤던 이도 그다지 즐겁게 영화를 본 건 아닌
듯 했고, 지나친 기대 탓인지 유난히 더웠던 오후의 피로가 짙어서인지 힘들기도 했었다.
그냥 극장을 나와서 시원한 맥주에 치킨 한 마리가 훨씬 유쾌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은 이 영화를 관람한 날의 내가 저질렀던 심리적인 오류가 이 한 가지만은
아니었다는 거다. 그 부분에서 이 책에 큰 흥미를 갖게 되었던 것 같다. 게다가 이 책을
읽고나서 문득문득 내가 심리적으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눈치를 채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행동을 저지르고 나서
깨닫게 된다. 하지만 아예 모르는 채로 휘둘리는 것보다는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되었다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느끼게 된다.
이것을 발견했다는 것은, 최소한 뒤늦게라도 알아차리게 되었다는 건 이게 반복되다보면
언젠가는 그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어떤 심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를 눈치챌 수
있을테니까. 그렇다면 그때에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줄어들 테니까.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은 충분하고도 넘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만으로도 재미있고 즐거웠으니까 괜찮다고 본다.
이렇게 글을 쓰는 동안에도 발견되는 심리적인 오류들, 어쨌든 그런 것을 인식하게 되는
연습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이 책에서 읽은 내용들이 희미해지겠지만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좀 더 심리적 오류에서 자유로워진 게 아닐까?
어쨌든 이 책 재미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의 내 마음도 역시 재미있다. 가끔 우습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