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과거를 되돌아 본다는 건 무척 불편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모습이 어디까지 각색되고 편집될 수 있는지를 더불어 알려주고 있었다.

토니가 재생해내는 과거는 타인이 기억하는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보면서

인간이란 제멋대로에 이기적인 부류였다는 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는 오래 전 시간들을 되살리고 있다. 그렇게 된 건 한 통의 편지 때문이었다. 단 한번

밖에 만나지 않았던 오래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토니에게 많지 않은 돈과 친구의 일기장을 유언으로 토니에게 남겼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어머니가 돈을 보낸 이유를, 그리고 어째서 친구의 일기장이 그녀의 손에

들어가 있었는지 알고 싶어졌을거다. 그래서 과거를 되집어보게 된다. 꽤 오래 전의

시간들을...오래전 과거가 나를 부를 때, 조심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교훈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어쨌든 주인공인 토니는 그런 조심성이 없었고, 오로지 그 편지과 과거에 의지해서

제 좋을대로 상황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가 받았던 그 일기장의 주인은 에이드리언 핀.

친구였다. 명석하고 어딘가 남다른. 그는 케임브리지를 다녔고 동맥을 긋고 자살했다. 차가운

시신으로 기숙사 욕실에서 발견된 건 이틀인가의 시간이 지난 때였다. 토니는 핀을 오랜만에

기억해냈고, 더불어 그가 핀에게 보냈던 편지 한 통이 생각날 수 밖에 없었다.

토니, 핀 그리고 그들의 여자친구였던 베로니카...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다시 읽을 수 밖에 없는 책!’이라는 문구를 띠지에서 발견했을 때

그냥 그러려니 했었다. 설마 내가 그렇게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못했었는데...

맨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나서 재빨리 페이지를 넘겼다. 핀의 일기를 다시 찾기 위해서.

그리고 그 일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토니의 혼란과 책임을 뒤로한 채 이 책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 책의 여운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인간의 기억이란, 인간의 제멋대로인

기억이란 얼마만큼 잔인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떠올려버렸으니까.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타인에게 하는 거짓말보다,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말은 무척이나

옹색하고 초라해보였다. 하지만 그런 거짓말에서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대로 예감은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상을 받을만한 소설이었다. 이 책은 부커상 2011년 수상작이다. 그리고 최근에 책 이야기를

할 때면, 이 책을 참 인상깊고 재미있게 읽었노라 말하고 있다. 반전만큼 흥미로운 인간의

어떤 특성...그게 이 책에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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