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와 나 - 2012년 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영하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아는 분과 차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쩌다보니 이상 문학상 작품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학교를 다닐 때 참 좋아했던 책이라, 매해 모아서 책장에 고이 꽂아두었다고.

일년에 한 권, 나이를 한 살 씩 먹어갈 수록 늘어나는 책 권수를 바라보는 기분은 어땠을까?

그때 물어볼 수 없었지만, 짐작이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나 역시 그렇게 쌓여가는 책이 있고, 잡지가

있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그 수집은 몇 해 전에 흐지부지해졌다고 한다. 일에 쫓기고 생활에 바쁘다보니

그리하였을까? 아니면 내가 그동안 읽어왔던 소설들과 다른 색과 형태를 지닌 소설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관심이 시들해져버린 것일까? 그 역시 물어볼 수 없었다. 몹시 꺼내는 어려운 질문이 있지 않은가.

그 질문이 그 당시 그 상황에서 그러하였다. 왠지 그 질문을 던지면 분위기가 쓸쓸해질 것만 같았달까.

그렇게 이상 문학상 작품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서일까. 올해 읽는 이 작품집의 여운이 평소와는

달랐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십년이 지난 후에도 나는 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읽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그때가 되면 지금과 또 어떻게 다른 소설이 등장할까 궁금하기도 했었고, 십년 전의 이

작품집에 있는 소설들이 읽고 싶어지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이 책이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한 권의 책으로 여러 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역시 멋진 일이지 않은가 싶다. 거기다 그 이야기들이

모두 각자의 색깔을 지니고 있고, 각자 독특한 소재와 감성으로 무장하고 있다면 더 그렇지 않겠는가.

이 책이 그랬었다. 각각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때마다 그 이야기에 각각의 모습으로 매료되었던 것 같다. 대상 수상작인 '옥수수와 나'는 재미있었다. 작가가 그리는 작가의 삶에 호기심을 느꼈고, 작가의 삶이란 이런 모습일까 슬핏 궁금해지기도 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비슷한 일부가 존재하지 않을까 싶긴한데...

아무튼 그 남자가 꿈을 꾸고, 옥수수가 되고, 닭에게 쫓기는 것만큼 이 소설 속의 작가의 삶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책을 덮고 이 소설이 어땠더라 잠들이 전에 잠깐 생각해보았을 때 작가도 자신의 작품을 전부 기억하지 못한다...등등의 소소한 작가로서 살아가는 일상의 편린들이 떠올랐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것만 재미있었던 건 아니다. 대상이 아니더라도 소설 하나 하나를 읽으며 무척 흥미로웠다. 소설들에게도1등, 2등 같은 게 따라붙었다는 게 섭섭해졌을 정도로 그 소설들을 빠져들어서 읽었던 것 같다.

'스프레이'는 다른 사람이 배송받는 물건들을 뜯어보기로 결심한 한 남자가 겪게 되는 일을 그리고 있다. 타인의 택배물을 탐하지 말라는 교훈을 얻었다면 억지겠지만, 타인의 택배물이 궁금해지는 그 순간을 포착해서 쓰여진 이 소설을 읽으며 일상에서 지나치는 수많은 것들이 소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오후, 가로지르다'는 작은 공간 큐비클에 갇힌 사람의 이야기였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답답함을 느꼈었다. 마치 좁은 공간에 몸을 구겨 넣은 것처럼. 큐비클의 생태학을 읽은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국수'는 국수를 매개로 자신과 자신의 새엄마의 삶을 되돌아보는 한 여자의 이야기였다. 국수에 얽힌 그 특별한 사연을 읽으며 이상하게도 국수가 먹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그처럼 의미있는 음식이 있는 것일까에 대해 이 소설을 읽으며 생각해보았었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을 그런 음식 말이다.

이상 문학상 작품집은 이전에도 그랬듯이 내년에도 읽을 것이고, 그 다음 해에도 읽게 될 것 같다. 십년 후에는 어떨까? 다 읽고나서 이 책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모았다던 이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그 선물을 계기로 다시 책장에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다시 나란히 줄을 서기를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