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희정 옮김 / 지혜정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이 돌보아야 할 사랑스러운 아이들, 다정다감하고 듬직한 남편...그렇게 행복한 가정을

영원히 꾸려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남편이 그 말을 하기 전까지는.

남편이 이제 이 집을 떠날 거라고 말한다.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집을 나서는

그를 그녀는 그 어떤 준비나 예고없이 맞딱뜨려야 했다. 그리고 이후 그녀의 일상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화장을 하지 않는다. 이웃을 향해서

상냥하게 웃어주지도 않는다. 바르고 교양있는 말을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요즘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은 대개 거칠고 험악하다. 그녀와 그의 상황은 그들의

친구에게도 전해졌다. 친구들은 그녀에게 위로하려고 다가왔지만, 그녀의 이전과 다른 모습에

당황하며 멀어져가고 있는 중이다. 남편은 떠났고, 우정 역시 이 상황에서는 별 소용이 없고,

아이들과 개를 돌보아야 하는데 본인은 너무나도 괴롭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원래 그녀의 모습으로 있는 건 도저히 무리다. 이 소설은 그녀가 겪는 그 과격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너무나 섬세하고 생생한 묘사에, 어느 새 그녀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은 착각도 들었다. 남편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작지만 큰 기대를 갖고 있지만

그 바람이 어떻게 무너져가는지를 너무나도 처절하게 그려지고 있다. 게다가 그 남자가

떠난 이유는 다른 여자가 생겼기 때문이었던 것. 스무살인 여자아이는 그녀도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 커플을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순간 그녀가 어떻게 대응했을까.

고상하고 담담하게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았을 것이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때의 그녀는 이전에 그녀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는 충동에 휩싸이기도 하고, 예전에는 너무나도 착실하게 수행할 수

있었던 집안일을 버거워하고, 남편이 당연하게 해주었던 일들이 발견될 때마다 그의 빈자리를

실감하면서 하루하루를 간신히 살아가고 있는 그녀...

작가는 이 비슷한 일을 실제로 겪은 것일까. 본인의 경험이 아니었다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게 아니었을까. 아니면 그녀는 탁월한 작가인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내내 했던 생각이었다. 그녀가 이별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결코

놓아서는 안 된다는 걸 실감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내 체중을 모두 실어서 의지해서도

안 된다는 것도 말이다. 자신이 자신으로 남아있을 때 상대방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고,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랑의 상처가 찾아왔을 때 조금 덜 망가질 수 있을테니까...

사랑하는 과정에서도 자신 역시 살뜰하게 돌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