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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스팡 수난기 -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몽테스팡. 제목에 수난기는 왜 따라 붙었느냐고?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않을까. 마지막 페이지를 읽게 되었을 즈음에
이 한 권의 소설을 극도로 축약한다면 이 제목이 될 것이라고 수긍하게 될 게 분명하다.
몽테스팡은 프랑수아즈를 아내로 맞아 행복하게 신혼의 단꿈에 푹 빠져있다.
하지만 그의 현재 경제 상태와 가문의 상황은 최악이다. 아내와의 생활은 너무나도
꿈결같지만 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들 수 밖에 없고, 빚은 늘어만 간다.
몽테스팡은 결단을 내린다. 공을 세워서 이름을 알리고 빚을 청산하겠노라고.
그리하여 전쟁에 나서기로 한다. 그런데 이게 왠일!
전쟁에 나서기 위해 또 다시 빚을 잔뜩 졌는데, 그 싸움이 너무나도 허망하게
끝나버린다. 몽테스팡은 이름을 알리기는커녕 빚만 잔뜩 진 채로 터덜터덜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거기에서 단념하지 못한 그는 여러번 전쟁에 다시 참여할 뜻을
실행에 옮기고, 또 다시 빚만을 늘리게 된다. 그러는 사이에 딸과 아들이 태어난다.
프랑스아즈는 여전히 아름답고, 몽테스팡은 아내를 변함없이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그들의 가정에서는 소리없는 균열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아테나이로 이름을 바꾼 아내는 왕비의 시녀 자리를 제안 받는다.
몽테스팡은 그 제안이야 말로 가문을 일으킬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하고 아내의 등을
힘껏 밀어준다. 하지만 그건 그가 결코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아내를 왕에게 빼앗겨 버렸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그의 수난기를 그리고 있다. 눈치가 없어도 참 없는
그가 비로소 자신의 아내가 자신에게서 떠나버렸음을 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어내리고 있는데, 참 안쓰럽다. 왕에게 아내를 빼앗겼음에도 거기에 반항하고
아내를 되찾겠다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몽테스팡의 일대기는 외롭고 고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대적인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조롱거리가 된다.
보답받지 못할 사랑을 하고 있는 그는 처참하지만 비굴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리고 그 사랑을 관철한 데에 후회는 없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소설을 읽으며 받는다.
프랑스에서는 아주 유명한 일화라고 한다. 다만 그 일화의 중심은 대체로
아테나이가 자리잡고 있었던 듯 하다. 이 책은 아테나이가 아니라 그녀의 남편
몽테스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인공도 그이고, 대체적인 줄거리를 이끌고 있는
이도 다른 이가 아닌 몽테스팡이다. 오랜 기간 동안 아내를 빼앗겼고,
아내의 빈 자리에 가슴 아파하던 딸을 먼저 떠나보내고, 아들은 밉상이다.
그가 아내를 되찾겠다고 했던 거의 모든 행동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런 고난을 겪었던 그를 ‘자살가게’의 작가 장 퇼레는 이 책을 통해 되살려내고 있다.
그의 심정을, 그의 아픔을 자못 생생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