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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화를 신은 소크라테스 ㅣ 1881 함께 읽는 교양 10
마티아스 루 지음, 박아르마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7월
평점 :
소크라테스가 축구화를 신으면 철학이 좀 더 친숙해질까?
거기에 대한 답은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철학을 좀 더 가깝게, 딱딱하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게 접근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진
이 책은 축구 이야기를 신나게 하다가도 어느 사이엔가 보면 철학 이야기를 하고 있고,
이제부터는 철학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건가 싶으면 바로 다시
축구 이야기로 돌아간다. 그래서 복잡하다기 보다는...
그래서 재미있었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축구 경기 속에 숨어들어 있는 철학은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무겁지도 않았다.
그저 축구공이 발 앞으로 톡하고 떨어지는 듯한 느낌으로 철학의 명제들은 놓아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철학이라는 공을 놀이의 대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축구를 빼놓는다면 너무나 허전해질 것이다. 어쩌면 내용 자체가 진행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럴 정도로 축구는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철학을 쉽게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나 도구만으로 활용된 게 아니라,
이야기를 매끄럽게 전개해나가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축구가 없으면 안 되는 책인 것이다. 그래서 약간은 축구에 대한 책을 읽는다는
기분으로 읽었었다. 가볍고 산뜻하게 말이다.
철학이라는 소재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었고, 정말이지 의식하지 않을 수 있을만큼
이 책의 유도는 자연스러웠다. 어느새 철학 파트로 이야기는 흘러가지만,
거기에 대해 그다지 큰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없었다. 그러니까
스리슬쩍 철학 이야기를 집어넣는 재주가 탁월하달까. 그러다보니 무척이나 쉽게
철학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철학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어려워서 읽기 힘들다느니, 읽다보면 잠이 온다던지
툴툴 거리고는 했었는데...이 책은 잠도 오지 않았고 어렵지도 않았던 것 같다.
축구의 전반전 그리고 후반전을 통해 살펴보는 철학,
딱딱하지도 지나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지도 않은 철학...
그런 걸 원한다면 이 책은 읽어보는 게 어떨까?
축구화를 신은 소크라테스는 근엄해보이지도, 그 앞에서 틀린 답을 말할까
주눅들 필요가 없다. 그저 축구 경기를 즐기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으면 되는거다.
정말이지 그런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편안한 철학책이라서 즐거웠던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