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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낭만 탐닉 - 예술가의 travel note를 엿보다
세노 갓파 지음, 송수진 옮김 / 씨네21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이번 책에서 세노 갓파의 테마는 유럽의 숙소라고 할 수 있으려나?
그가 어떤 방에서 묶었는지 이 책을 보면 고스란히 알 수 있다.
창문은 어느 방향에 있었는지, 탁자는 있었는지 의자는 몇 개였는지까지 알 수 있다.
물론 글만으로는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아챌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노 갓파의 책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는다.
섬세한 스케치가 곁들어져 있으니까 말이다. 그가 머물렀던 수많은 숙소 중에서 일부분을
스케치로 남겼고, 그 기록들이 엮어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물론 기차라던가, 차장의 복장, 건축물에 대한 스케치도 다수 있었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기억에 남는 건 수많은 숙소들이었던 것 같다. 같은 모습은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는,
저마다의 특색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숙소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에서 여행지 숙소 추천은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이 책은 70년대 초반에 쓰어진 거니까. 이미 그 존재마저 사라져버린 숙소도
꽤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던데,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뀐 거란 말인가!
그러니까 숙소 추천 기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점이 조금 재미있었다. 늦은 감이 있는 출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70년대의 숙소들을 둘러볼 수 있었고, 세노 갓파의 예전 스케치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었다.
이 책에 비하면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책에서 보았던 스케치는 매우 정밀했었다.
세부적인 부분까지 꼼꼼하게 세밀하게 그려내서 깜짝 놀랐었다.
이렇게 그리려면 무척 힘들었겠다 싶어지는 그런 그림이었는데, '유럽 낭만 탐닉'은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런 가능성이 얼핏얼핏 보이는 부분이 없지않아 있었다.
세밀하지만 사진과는 또다른 장점이 있는 세노 갓파의 그림은 무척 인상적이다.
그의 그림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풍덩 빠지면 그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지 않았나
가끔 신경쓰여하고, 아직까지 번역 출간된 책이 별로 없는지라 원서로 구입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한다. 아직 일어가 부족해서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 정도로 그의 스케치는 매력적이라는거다.
여행지에서의 숙소,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그저 밤에 잠을 자고 쉬는 곳,
여행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다음 날 얼른 뛰쳐나와야 하는 곳이었는데.
세노 갓파의 책을 보면서 숙소라도 자세히 관찰하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여행의 또 하나의 재미로 자라잡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동안 그냥 무심코 지나치기만 했었던 게 아쉬워졌었다.
앞으로는 숙소만이 아니라도, 디테일적인 부분들에도 관심을 가지며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이제까지의 여행에서보다 훨씬 풍요로운 기억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