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지음, 진영화 옮김 / 책만드는집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쓰메 소세키의 '나의 고양이로소이다'는 이전에 두 번 정도 읽은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번 반 정도려나?
'이 정도는 읽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웃기는 생각을 하며 읽은 책 리스트를 성실하게
늘려가던 때에 처음으로 이 책을 읽었었다. 오래전에 읽었기 때문에 이후에 이 책을
떠올렸을 때에는 화자가 고양이인 재미있는 소설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에 두번째로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아주 우연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도서관의 책꽂이에서 발견했었다.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책이라며
너무나도 당연하게 지나치려고 했었다. 그런데 무슨 변덕인지 우연히 책을 펼쳐서
두서너 페이지 정도를 읽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싶었다.
고양이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는 것 외에는 이 책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건
'전혀'라고 해도 될만큼이나 없었다. 그 자리에서 서서 읽은 몇 페이지인가가
너무나도 낯설어서 책장에 그대로 꽂아둘 수가 없었다.
그 충격파에 홀리다시피 해서 그 책을 빌려와서 매일 조금씩 읽어나갔었다.
보통은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어갔던 것 같은데, 결국은 반납 기일에 맞춰서 미처 다 읽지
못했던 것 같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책을 읽는 건 역시 스타일에 맞지 않는건가 싶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을 굳세게 먹고 시간을 내서 읽지 않으면 만화책도 읽어내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에 세번째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을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이번에는
일요일 오후를 투자해서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이 이렇게나 재미있는 책이었나 싶었다.
정말이지 왠만한 개그 프로그램을 볼때보다 헐씬 더 많이 웃었던 것 같다.
시시 때때로 풋하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고 해야하나.
이 책의 주인공이 그런 것처럼 다른 고양이들도 도도하고 무관심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진다. 고양이가 관찰하는 인간의 모습은 어딘가
우습고 모순적이며 때로는 바보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너는 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것
같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시선을 피하며 싱긋 웃게 될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고양이가 관찰한 사람들의 모습은 꽤 정확하게 포인트를 집어내고
있으니까. 최소한 주변에 있는 고양이가 코웃음을 치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된 인간이
되어야 겠다 다짐하며 정말 유쾌하고 즐겁게 읽었던 책이었다. 이 책이 이렇게나 재미있는
책이었다니 예전에 미처 몰랐었다. 그러고보면 지금 읽어야 할 책들을 너무 일찍 읽어버려서
그만의 가치를 손톱만큼도 알아차리지 못한 책들이 많은 게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감동적인 책인데 무심하게 읽어버렸다던지, 지금 읽으면 살아가는데 있어서
북극성 같은 역할을 할만큼 멋진 책인데 미적지근하게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읽어냈구나'라며 뿌듯해하기만 했었다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유명한, 너무나도 유명한
책들을 다시 한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놓치고 있던 중요한 것들을
발견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니까 말이다.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책 읽기 시작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