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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도쿄 - 21세기 마초들을 위한 도쿄 秘書
이준형 지음 / 삼성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는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도쿄는 없다. 독특한 인테리어로 눈길을 확 사로잡는
커피가게도,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화사하게 꾸며놓은 가게도 이 책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편안하고 익숙해질 것 같은 분위기의 가게들을 소개해주고 있으니까
안심하시길. 꼬지구이집이나 라면가게처럼 말이다.
무려 100회 이상 도쿄를 방문했다는 작가의 초이스라니 믿을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맛있을 게 분명해라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을 들게하는 가게들을 보며 포스트잇이라도
붙여둬야 겠다 싶어진다. 사나이 두부라는 것도 꼭 먹어보고 싶어진다.
여행에 갔을 때 슈퍼나 편의점에서 두부를 구입해보자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보지 못한지라
무심코 지나쳤었는데, 여행 중이라는 이유로 완전히 조리된 음식에 의존하란 법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생두부도 있을 뿐더러, 약간의 양념과 채소만 구입하면 제법 근사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니까 다음에 꼭 시도해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동안 여행이라는 이유로
애시당초 도전해보지 않고, 시도해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을텐데 싶어지지만, 그 당시에는 번거롭다는 이유로
쉽게 단념했었다. 두부라던가 신기해 보이는 식재료들 구입해서 먹어봤으면 좋았을텐데,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들어가서
식사 해봤어도 좋았을텐데. 그러고보니 '여행의 계획'이라는 어설픈 플랜에 얽매이고
시간에 한정되다보니 제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했던 것 같아 후회가 남는다.
조금은 더 용감하게 활기차게 거리를 활보해도 좋았을텐데. 이제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나 가이드북에 지나치게 구속되지 않고
유쾌하고 자유롭게 말이다. 새삼스럽게 여행의 방법에 대해 회의를 느끼며,
앞으로는 자잘한 동선까지 신경 쓸 정도로 촉박한 여행은 하지 말아야 겠다 싶었다.
그러고보면 항상 너무나 짧은 시간동안 여행지에 체류하다보니 우왕좌왕하다가
돌아오곤했었던 것 같다. 이제부터는 확보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을 끌어모아서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진다. 그러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쇼핑이었다.
쇼핑으로 분류된 페이지를 흥미롭게 읽었다. 카메라와 오디오를 구입할 수 있는 곳도
소개해주고 있고, 책이나 완구나 문구류를 둘러볼 수 있는 곳까지 다채롭게 알려주고 있다.
시부야 도큐핸즈에서 길을 잃고 싶고, 전자상가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싶어진다.
여기에 들어가면 분명 두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는 것에 모자라 짐꾸러미를 짊어지고
가벼운 지갑으로 나오게 될 것만 같다. 의기양양하게 미소지으며 위풍당당하게 걸어다오겠지만
집으로 돌아와서 한동안 좌절감이 들만큼 경제적인 생활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래도
좋으니 그곳에 가고 싶어진다. 이 책을 펼치면 가고 싶어지는 곳이 잔뜩 생기게 마련이다.
다른 여행 에세이를 보더라도 가고 싶은 곳은 생기는게 인지상정이지만, 그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고 해야할까. 정말 가보고 싶어진다, 도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