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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셰프 - 영화 [남극의 셰프] 원작 에세이
니시무라 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같은 제목의 영화를 참 재미있게 봤었다. 김이 올라오는 뜨거운 밥을 뭉쳐서 주먹밥을
만드는 장면과 눈밭에 딸기시럽을 뿌려서 긁어먹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현실에서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새우튀김도...!
남극에서 보낸 시간들이 밝고 경쾌하게 그려지고 있었고, 그들의 식탁은 소박한 것 같으면서
화려했다. 남극의 쉐프가 차려내는 음식들의 향연이 그 영화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 음식들이 빠진 영화라면 분명 허전하고 무미건저했을 것 같다.
맛있는 음식과 경쾌한 남극의 일상, 그게 영화를 보고 한참이 지난 지금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런데 그 영화에 원작이 있었단다. 소설이려나 했었는데, 에세이였다.
그리고 정말 눈에 시럽을 뿌려 긁어먹고, 어처구니없는 새우튀김을 해먹었을까 궁금해졌다.
영화에서 일어난 모든 에피소드가 실제로 있었다는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어졌다.
비슷한 부분들이 있었고 분위기도 유사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똑같진 않았다.
특히나 등장인물의 외모적인 측면에서.
남극에서 보낸 우여곡절의 나날들이 남들이 보면 코믹하고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처절하게
펼쳐진다. 원작의 지은이가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사람인지라 책을 읽으면서 쿡하고
몇번이나 웃음이 터졌던 것 같다. 때때로 위험하고 황당한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그마저도 코믹스럽게 변환시키고 있으니 놀라울 정도였다. 그 정도는 되어야 남극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싶어지기도 했다. 어쩌면 남극에서의 생존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허허실실 유쾌한 자세일지도 모르겠다며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자세야말로
추위에 싸워이기는데 필요한 강함인 게 아닐까 싶었다.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다이나믹했다. 영화를 보면서는 잔잔하고 평화롭다 못해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에세이 속의 남극에서는 매일 매일 우당탕탕거리며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나고 시간도 휙휙 흘러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해야 할 일이 쌓여있고, 살고 있던 곳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상의 규칙을 철저히
지켜야만 하지만 고단하고 힘겹다는 투덜거림이나 불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극에 있을 수 있는 이 순간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어쩌면 다시 오게 되지 못할 곳이니까 지금 그 순간을 즐겁고 상쾌하게
보내도록 노력하자는 기운이 느껴졌다. 남극의 풍경이나 자연경관보다는 남극에서의 일상이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적혀져 있어서 남극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사람임에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남극에서만 통용될 것 같은 상식과 지식을 간간이 알려주기도 하는데,
써 먹을 일은 좀처럼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마저 고개를 끄덕거리며 재미있게 읽었다.
'남극의 쉐프'라는 영화와 비슷하지만 상당히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분위기만으로는
이 책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유쾌하고 명랑하지만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에피소드가
잔뜩 펼쳐지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명랑한 기분이 되었던 것 같다.
어쩌면 유쾌함이나 긍정적인 기운은 전염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