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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의 식탁을 탐하다
박은주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3~4 페이지 쯤 읽었을 때, 책의 내용이 낯설지 않음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어디서 읽었는지도 생각났다. 신문의 기사였다.
꽤 좋아했던 기사였는데, 1년간 절찬리에 연재되어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 기사 중에서 지금까지도 또렷하게 기억하는 건 이 책에도 실려있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식탁이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가수인 그의 식탁은 풍요롭기보다는 쓸쓸해보였다.
무엇을 채우기 위해 그만큼 기름진 음식을 삼켰던 것일까 생각하며 마음 한 켠이 서늘해졌던
것도 같다. 그 기사를 읽기 전에도 엘비스 프레슬리는 어쩐지 행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는데,
그의 식탁에 대한 글을 읽은 다음에는 몹시 쓸쓸하고 연약한 이미지의 스타로 그를 기억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나름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기사이기에,
1년이 넘게 연재되었던 그 기사들이 모여서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니 반가웠다.
신문은 잊혀지기 마련이니까. 스크랩을 하는 부지런한 인간이 아니라서 언젠가는 그런 강렬한
엘비스 프레슬리의 식탁도 희미한 기억 속으로 밀어넣었을 것이고, 그보다 좀 더 시간이 많이
지나면 엘비스 프레슬리는 왜 쓸쓸한 스타로 인식하게 되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이라면 조금 다른 것 같다. 책장 어딘가에 꽂혀서 잊혀져 있다가도
변심에 의한 책정리를 하다가 문득 발견하게 될 수도 있고, 그냥 문득 그 책에 눈길이 가서
꺼내 읽게 되는 일도 있다. 그리고 펼쳐진 페이지에서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 낼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기억에서 일깨워질 확률이 책에는 존재한다는거다. 그러다보면 좀 더 탄탄한
기억의 지반을 쌓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
이 책에는 유명인들의 소울푸드가 자리잡고 있다. 발자크의 커피, 프루스트의 마들렌,
헤밍웨이의 모히토는 너무나 유명해서 알고 있었지만 로시니의 송로버섯과 뒤마의 멜론은
생소했다. 그들이 매료되었던 음식들은 그들이 움직이는 에너지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살기 위해 먹는 것이냐 먹기 위해 사는 것이냐 논쟁하기 이전에 음식이란 삶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겠다 싶었다.
이미 기사로 읽었으니까 이 책은 굳이 읽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펼치고 그 책에 있는 내용을 이미 기사로 읽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력이란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예전에 읽었는데, 마치 새로 읽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약간 좌절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읽는 유명인들의 소울푸드 이야기, 참 재미있었다. 어쩌면 처음보다 더 흥미로웠다.
기사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게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기사보다
내용이 약간 더 풍부해진 것 같다고 느꼈다. 레시피 같은 것도 실려있고,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첨부한 것도 있는데다, 회색이 아닌 지면에 컬러사진이 실려있어서 좋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참 대단하다며 새삼스럽지 않은 감탄을 했고, 발자크는 정말
카페인 중독으로 죽었을까 궁금해하기도 했다. 그들의 이름과 함께 나란히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는 것은 멋진 일 같기도 했지만, 어쩐지 쓸쓸한 기분에 휩싸이게 만든다. 그러고는
나에게는 의미있는 어떤 음식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나의 '소울 푸드'는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해보았지만 떠오르는 게 없어서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