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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책 제목이 '꿈의 도시'인데, 분명 '꿈의 도시'가 맞는데 말이다.
그런데 읽다보면 아리송해진다. '그냥 도시이름만 꿈이란 말이더냐'하면서 말이다.
세 개의 시가 합병해서 탄생한 인구 12만의 또다른 작은 도시 유메노,
세 개의 시의 이름의 첫글자를 따와서 '유메노'가 되었고 그 발음 자체에서 느낄 수 밖에 없는
우호적인 의미는 사람들에게 어떤 반발도 사지않고 '유메노'라는 이름이 정착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된다. 그런 이름인만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꿈과 희망이 가득찬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만 같지만, 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들의 일상은 타성과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일상이라도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는 사건 속으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밀려들게 된다. 이들 주인공들의 공통점이라고는 유메노시에
살고 있다는 것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서로를 알고 있는 건 아니고,
작은 도시에서 유사한 정서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시청 공무원, 여고생, 사기 세일즈맨, 슈퍼마켓 보안요원, 시의회 정치가...
다른 나이, 다른 직업에 속해있는 그들에게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건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일상에 치이면서 살아가고 있다. 밝고 유쾌하고 당찬 면모라고는 찾아낼 수 없고,
우울하고 구질구질한 고민만을 잔뜩 떠안고 있다.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유메노라는 작은 도시에서는
그런 버둥거림은 아무런 힘이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은 꿈 같은 일상 속으로 걸어들어 가게 된다. 문제라면 그 꿈이
악몽이라는 것. 그 악몽의 중간에서 그들은 무사히 깨어날 수 있을 것인가.
오쿠다 히데오가 이번에는 불균형한 성장의 결과로 소외된 작은 도시에 시선을 던지고 있다.
거기에서 희박한 꿈과 희망에 매달린 채 성실히 살고 있는 사람을 그려내고 있다기 보다는,
그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단 하나의 기대의 끈을 붙잡고 현실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의 처절함이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이
붙잡고 있는 그 가느다란 희망의 끈이라는 게 제대로 된 게 아닌 것 같다는 거다.
햇님, 달님이 나오는 동화에 등장하는 호랑이처럼 썩은 동아줄을 잡았다 싶달까.
그도 그럴것이 그들이 매달리고 있는 건 신흥종교, 사기 세일즈, 유메노 탈출, 타인의 생활
엿보기, 세습받은 정치적 권력 지키기니까 말이다. 각자 나름의 문제를 가지고 전전긍긍하면서도
체념도 포기도 할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해 다가서려 하는데, 그 다가서는 방법이
그들을 행복한 일상으로 이끌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싶은 것일까.
소설 속의 이야기로만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속에 녹아있는 절망감이나 좌절감 같은 것도 또렷하게 느껴지고 말이다.
'하하하'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오히려 '괜찮을까,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며
주인공들을 걱정스러워하면서 읽어나갔던 것 같다. 이번 소설은 유머러스하지 않았고,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울한 사회의 단면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놀랐다기보다는, 그 처절함에 조금은 슬펐고 무서워졌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