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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가와 호루모
마키메 마나부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사슴남자'를 쓴 마키네 마나부의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다.
청춘소설의 풋풋한 분위기를 한껏 풍기지만 마키네 마나부답게 역사와 전설이
소설 속에서 살아숨쉬고 있다. 내용이나 소재 자체가 아주 독특하고 낯설지만,
금새 익숙해지니 애정을 가지고 읽어나가면 된다. '가모가와 호루모'라는 제목만 보고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도대체 무슨 뜻인지 도통 알 수 없다.
생소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만큼 초반에 사전지식처럼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이 몇몇 보인다.
우선 '호루모'의 정체부터 숙지해야 한다. 4개의 대학에 2년마다 한번씩 신입생을 받는
동아리가 있다. 어찌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는 없지만 신입부원은 딱 떨어지는 10명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상한 커리큘럼에 따라 진행되는 동아리 활동에도
용케 10명만을 버티고 남아주니까 신기한 일이다. 그 10명은 특별한 의식을 통해서
요괴를 부릴 수 있는 계약을 하게 되는데, 그 요괴를 능숙하게 부리기 위해 새로운 말을 익히고
훈련을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4개의 대학이 특정한 시기가 되면 힘을 겨루게 되는데,
그 대항전이 매년 치루면서 각 동아리의 순위를 정하고 있다. '호루모'라는 말의
뜻은 이 책을 읽어가다보면 알게 되는데, 그런 대항전에서 내지르는 최후의 외침같은거다.
동아리 활동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일단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도 있고, 마음을 빼앗겨 버린 상대도 있고,
또 때로는 이상한 녀석이다 생각하지만 알고보면 꽤 괜찮은 녀석도 있게 마련이다.
주인공인 아베가 이 동아리에 체류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다.
사와라 교코. 그녀에게 반했는지, 그녀의 코에 반했는지 확정지울 수는 없지만
아베 스스로가 정체를 의심스러워하면서도 심지어는 친구가 의아해하면서 탈퇴를
고민할 때도 그의 결심을 저지했던 것은 그녀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그 사랑이 주인공의 뜻대로 잘 이루어진다면 청춘소설답지 않은 게 아닐까.
그에게 할당된 몫에는 애달픈 짝사랑의 시간들, 머뭇거리다 못해 답답해지기까지 하는
망설임의 시간들, 진실과 마주하고 혼자서 무너져야 하는 시간들,
그리고 그 모든 순간들을 극복해내고 제자리를 찾아가야 하는 시간들이 있다.
다른 작가였으면 별 기대를 안했을 것 같다. 판타지 로맨스라니, 게다가 역사와 청춘이라는
요소도 포기하지 않겠다니 괜찮은걸까 싶기도 했었다. 그런데 기우였다.
그 모든 걸 두루뭉술하게 한 권의 책 속에 채워넣고 있으니까 말이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감이 없이 밝고 경쾌하고 청춘스럽게 말이다. 그래서 꽤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