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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김작가는 동네에서 글짓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낡고 커다란 테이블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문 틈으로 바람이 살살 불어드는 겨울에는
난로 위 주전자에 물이 끓고 있을 것만 같은 소규모 영세 글짓기 교실.
아이들의 받아쓰기를 돌봐주기도 하고, 주부들이 모여서 한바탕 수다가 이어지기도 하며,
글쓰기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술판을 벌이는 곳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곳은 김작과와 그녀의 딸 영인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등단도 하지 못하고 그럴 듯한 이력은 없지만 매일 무언가를 쓰고 있는 김작가를
영인은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저 김작가라고 칭하고 있을 뿐이다.
살뜰하고 다정다감한 엄마가 아니었다. 딸의 글을 쓰레기라고 평가하기도 하니까.
김작가의 딸 영인은 글쓰기에 대한 열망으로 책을 읽으며, 살아가고 있다.
영인의 시간을 따라가다보면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일까,
의미있게 만들 것인가가 궁금해진다.
글쓰기라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에베레스트 등반을 하는 것과 똑같지 않을까 싶어지는 건 왜일까.
물론 셰르파도 없이 홀로. 글쓰기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면 그런 인고의 시간이
펼쳐질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어깨 넘어로 들여다 본
그녀들의 글쓰기는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글쓰기와 거리가 멀어지면 어쩐지 그녀들은 살아갈 수만 없을 것 같다.
어쩐지 숙명같은 것일지도.
J작가가 건네 준 독서목록이 궁금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궁금하다.
그 쪽지에 어떤 책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는지를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기 전에
알게 되었으면 내심 바랐었다. 그리고 그 바람이 헛된 기대였음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돈키호테'가 그 목록에 있었을 것 같다는 심증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