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김유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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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다 햄버튼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이다.  

사라다 햄버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얼른 읽어보아야 겠다 싶었으니까.  

사라다 햄버튼은 과연 무엇일까? 누구지..가 맞으려나?

그리고 그 궁금증은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에 해결되고 만다. 사라다 햄버튼은 고양이었다.

베란다로 숨어들어서 함께 살기 시작한 고양이였다.  

그 녀석은 감자샐러드, 희미한 기억에 의지하자면 맛살이 들어간

감자샐러드를 맛있게 넙쭉 받아 먹었고, 그때 하필이면 축구경기를 보던 중인지라  

'사라다 햄버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름을 지어준 그 녀석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의 가족이 되었다.

따뜻하고 밝은 느낌의 노란 벽의 방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이 소설의  

주요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한다. 사라다 햄버튼이 베란다로 숨어든 아파트인데,  

어쩐지 노란색 방이라기 보다는 회색빛이라는 느낌이다.

산소는 예민하다면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희박하고, 서늘한 응달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 아파트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과 약간의 저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실연당한 듯 하다. 어떤 이유로 설명받지 못한채, 연인이 멀리 떠나갔다.

연인이 떠나간 이유만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는 모르는 것 투성이다.  

특히나 이유에 관해서는 말이다. 그 이유가 있어야 할 공간은 공백으로 남아있었고,  

어쩐지 그 공백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것만 같다.

그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아주 조심조심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발소리를 죽이고, 존재감을 숨긴채로 말이다. 그런데 그 생활 속에 사라다 햄버튼이 끼어든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살고있던 양아버지가 찾아온다.  

그후로 그 집안의 공기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설명듣지 못했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마치 3000피스짜리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부재 중이었던 이유들은  

제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퍼즐을 아주 담담하게 바라보는 것만 같은  

주인공의 생활이 앞으로 어떻게 바꿜지 조금은 궁금해지려는 순간 이 소설은 끝이 난다.  

결국은 이번 독서는 궁긍증으로 시작해서 궁금증으로 끝나버렸다.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약간은 무기력하고 기운없었던 주인공이 살아내는 일상을

따라가면서 소설을 읽어내려가던 내가 약간은 긍정적인 모드로 변환한다.

시간이 흐르고, 스스로가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어디에서나 계기는 신기하게도 나타나게 마련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으니까.  

그러니까 절망의 웅덩이에 스스로를 차넣고 초초해하거나 괴로워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기분이 산뜻해졌던 것 같다.

그제서야 이 책 표지의 노란색 방이 이 소설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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