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치조지의 아사히나 군
나카타 에이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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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이었다. 표지를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지만. 아닌가?  

어쩌면 연애소설처럼 보이는 표지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 책을 읽기시작하고나서야 연애소설이구나  

했다. 그것도 꽤 사랑스럽고 귀여운 연애소설이다. 물론 시종일관 반짝반짝 빛나고, 해맑은  

분위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정감가는 연애소설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 건 이 책  

속의 인물들이 소설속 주인공으로서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일지도.

이를테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당당하고 화려한 캐릭터들은 아니다.  

그들은 도시의 어딘가에 분명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성격과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친구의 친구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주위에는 없지만 언젠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만  

같은...

사흘이 지나기 전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둬 버릴 수 밖에 없는 아가씨,  

믿을 수 있는 거라고는 잘생긴 외모밖에 없는 배우를 꿈꿨던 청년,

자신의 존재감을 최대한 희석시킨 채 조심조심 살아가고 있는 여대생,  

주인공 역할을 항상 상대방에게 양보해버리고 마는 고등학생,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에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여고생들이 이 책에 등장해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평범하고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뾰족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인물들도 아니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들의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변화시킬 무언가를 숨겨놓고 있다.  

물론 그게 사랑이기도 하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는 과정에 작가는 이 책을 읽는 사람을 위한 정교한 트릭과  

반전을 준비해두고 있으니까. 하지만 불쾌하지 않은 반전이었다.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니고, '아! 그랬던거구나' 할 정도였지만, 소설 속의 분위기를 바꿔놓기에는 

충분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다섯 가지 사랑 이야기는 분명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실존하기에는 너무나도 정교하게 아귀가 맞춰져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사랑 이야기 몇 개 정도는 실제로 있어도 참 좋겠다 싶었다.

착한 사람들에게 그들에 맞는 좋은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멋질텐데.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기치조지의 아사히나군'에 실려있는 이야기들은 소박하고 약간 요즘 스타일이 아니기는 했지만 

따뜻한 감성으로 가득차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점이 좋았다.

어쩐지 간질간질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 꽤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순정 만화를 읽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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