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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돈 없이도 난 우아한게 좋아'라는 소리를 자주 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꽤 타박받았을 것만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아직 소녀, 소년인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지구 나이로는 마흔을 넘기고 있는 지우와 사카에의 연애이야기라고나 할까.
지우는 아버지의 원조를 받아서 친구와 동업으로 꽃가게를 꾸려나가는 중이고, 아직까지 부모님, 오빠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여러번의 연애를 했었고, 꽤 나이차이가 나는 연하의 연인도 있었다. 그러다가 비슷한 또래의 사카에를 만나게 된 것이다.
사카에는 학원 선생이고 나이에 맞지 않게 어려보이게 입고 다니며 항상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다.
그들은 작은 정원이 딸려있는 사카에의 집에서 알콩달콩 천진난만하게 연애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책을 읽고 있는 이 순간 '나는 왜 지금 이런 걸 읽고 있어야 하는걸까?'라는 의문이 들만큼 닭살스럽기도 하다.
교통수단으로 인한 멀미가 너무나 심한지라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을만큼의 공간 내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카에는 세계 여러 곳의
장소를 그들의 집과 그 근처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 가정을 지우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들은 이제서야 만나게 된 것을 통탄해하지 않는다. 지금 만났기에 서로의 짝이라 확신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할 뿐이다.
그리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할당된 시련이란 게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아내가 자살했다는 말을 태연하게 하던 사카에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고양이가 죽었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가 진실이 아니었다는 것은 도란도란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그들 앞에 나타난 사카에의 아들에 의해 드러나게 된다.
사카에, 지우 그리고 지우의 조카가 저녁을 먹으며 유쾌하게 떠들고 있을 때 홀연히 등장한 그의 아들은 한바탕 소란을 피우다
뛰쳐나간다. 그 후 지우의 조카는 그 아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들은 친하게 지내게 된다. 지우의 조카는 그의 아들에게서
여러가지 사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듣게 된다. 그러면서 결국 지우는 모든 진실을 그녀의 조카를 통해 듣게 된다.
그와 시기를 같이해서 그녀에게도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하려했어도 할 수 없었던 슬픈 일이 일어나고
그녀와 사카에의 관계도 위태로워지고 만다. 그 위기를 그들은 성숙하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아직 어른이 될 수 없는 부분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서로의 그런 아이스러운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는 연애는 어쩐지 실재할 것 같지 않다. 자신의 아이스러움을 타인에게 오롯이 드러낼 수 있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하지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그들은 그렇다. 상대방의 아이스러운 부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다. 철이 들 필요도 없고,
어른스러울 필요도 없고, 강하거나 용감한 척 하기 위해서 무리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그들의 연애는 어쩐지 편안한 느낌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지도 않고, 자신스럽지 않게 가면을 쓰고 있지도 않는 그들은 그냥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연애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런 연애 이야기인지라 조금 간질간질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오버한다 싶어지기도 하고, 소설이라는 사실도 깜빡 잊고 저런 게 어디있냐며 분개할 뻔도 했다. 남의 연애에 대해서는 현실이건 픽션이건 마찬가지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