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한민국 걷기사전 - 서울에서 제주까지 걷고 싶은 길 200
김병훈 외 지음 / 터치아트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 걷기사전'에는 걸을만한 곳, 걸어서 더 좋은 곳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참 많구나 싶다.
그동안 타박타박 이 땅을 발로 걷어봤던 기억에 비해서 너무나도 많은 장소들이 쭉 나열되어 있어서, 그동안 가 볼만한 여행지를
너무 많이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진다. 그래도 반가운 건 그동안 가봤던 장소가 이 책에 나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걷지는 않았고,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쌩 지나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런가 하면 실제로 걸어봤던 루트도 몇 군데 실려있다.
그런데 말이다. 그 루트를 통과하는 예상시간이 내가 걸었던 그 시간과 확연히 다르다. 내가 그 길을 걸었을 때에는 거의
책에 실려있는 시간의 2배 가까이 걸렸다. 1시간 30분이라고 적혀 있는 경로를 3시간 정도 걸려 통과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고나서는 이 책에 실려있는 시간들이 새로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주 잘 걷는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속도로 걸었을 때 걸리는
시간이 아니려나 싶어진다. 6시간이 넘게 걸리는 그 길을 걷다보면 하루의 절반이 걸리지 않을까? 분명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르고
별도 하늘에 총총 빛나리라. 그리고 오늘은 어디에서 묵어야 하나 고민하며 두리번거리게 될 것이다. 한적한 길도 많아 보이던데
컴컴한 하늘을 바라보며 난감하지 않을까. 이 책 어디에서도 그런 모습을 그려져있지 않은데 혼자서 그런 상상을 하고야 만다.
그런 상상을 해버렸던 것은 그동안의 걷기 여행이 즐겁지 않았서이지 않을까? 힘들었고 지쳤고, 가방은 무거워져갔다.
원래 무거웠던 게 아니라 무거워져 갔다는 게 포인트다. 공기 중의 습기란 습기는 몽땅 가방이 흡수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의심할 정도로.
그리고 걷기 위해 좋은 길이 아니었다. 인류의 역사가 자동차의 역사보다 훨씬 오래되었는데, 왜 자동차를 위한 길들만이 이렇게나 잔뜩
있을까 의아해졌었다.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고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걷기 여행에 대한 마음을 접었었다.
그냥 자동차를 위한 길을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굳이 걸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나서 걷는 여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걷기 여행만의 매력을 말이다. 자동차를 타고 쌩 달리 때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무언가를 발걸음의 속도로는 놓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진다. 이 책의 페이지 곳곳에는 그런 것들이
실려있었다. 걸어서 그 길을 걷었기에 더 의미있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진다. 그리고 이전의 걷기 여행에서 느꼈던 실망을 잠시잠깐
접어두자 싶었다. 그러니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고, 멋지다고 생각되는 루트를 하나 정해서
걸어보는거다.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걷기 여행에게 안녕을 고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것을 기회로 걷기 여행의
좋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면, 정말 그렇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정말이지 그랬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걷기 여행을 다시 한번 하고 싶어질 정도로 좋은 여행지들이 이 책에 잔뜩 소개되어 있다. 이미 가본 적이 있는 장소도 있었고,
유명한 곳이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있었다. 사전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장소들이 빼곡하다.
지도를 찬찬히 살피며, 장소 소개를 꼼꼼하게 읽다보면 이번 주말에라도 당장 한번 가볼까 싶어진다.
이 책은 여행을 꿈꾸게 하는, 걷는 걸 고대하게 되는 알차고 성실한 사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