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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 씨
페데리코 두케스네 지음 / 이덴슬리벨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씨의 일상이 잔잔하고 지루하게 펼쳐진다. 잔잔한 파도라기보다는 고인 물 같은 느낌이다.
이탈리아 유머가 맞지 않는 것인지, 캄피식 유머에 아직은 익숙해지지 않아서인지 '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 씨'를 읽으며
박장대소하지는 않았다. 깔깔대며 웃다가 눈물이 핑 돌지도 않았고. 다만 쓴웃음이 지어지는 대목이 꽤 많았다.
캄피씨의 일상과 그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상황들은 입꼬리를 한쪽만을 움직여 지을 수 있는 웃음에 잘 어울렸다.
밀라노 대형 로펌에서 기업의 법률 업무를 맡고 있는 변호사인 캄피의 하루 하루는 단조롭기만 하다.
애인도 지금은 없고, 친구는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의욕이나 열정 같은 것도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출근해서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기는 하지만 그다지 열심히 일에 매달리는 것 같지는 않다.
웹서핑을 하고, 같은 사무실을 쓴는 동료와는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다가 의무감에 매여서 야근은 한다.
마치 드라마 '오피스'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크게 재미있지도 않고,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서 주인공이 목숨을 건
선택을 해야하는 궁지에 몰아넣어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주인공이 지나치게 선량하거나 정의감에 넘치지도 않는다.
그냥 회사원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을 보여줄 뿐이다. 사소한 충돌, 오해와 반목, 바보 같은 사건들의 합집합이랄까.
대부분 실소에 가까운, 유쾌하지만은 않은 웃음을 짓으며 '오피스'를 봤었는데, 이 책도 그랬다.
가끔은 도리도리 고개를 젓게되고, 때로는 민망해하면서도 계속 지켜보게 된다는 점에서도 '오피스'와 닮았다.
드라마와 책 속의 인물들이 사무실에서 생존해 나가는 걸 바라보며 마치 정글 같다고 느낀다.
서로를 향해 희석되어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상당히 기분을 상하게 하는 독침과 독화살을 마구 쏘아대는 게
도심 버전 정글이 탄생한 것만 같다. 캄피가 다니는 정글은 평온했다. 아니 평온했었다.
적어도 그가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게되기 전까지는. 그 이후로는 그의 일상은 꼬여만 같다. 복잡해진다.
그러니까 이 프로젝트를 축으로 캄피의 일상 시즌 2가 시작되는 것 같다.
울적하고 궈태로운 나날을 살아가는 유치하고 시니컬한 컴피씨의 일상으로 들어가보자.
이탈리아 전역이 낄낄 대었다고 하는데, 캄피씨와 유머 코드가 맞는다면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