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드라이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노부로는 이제 택시 운전사가 된 지 석 달째다.

아직은 길을 잘 알지 못해서 헤매기도 하고, 영업 할당량을 채우는 것도 아직은 어렵기만 하다.

그는 전직 은행원이었다. 상사에게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좌천에 가까운 인사발령을 받고 은행을 그만뒀다.

눈높이를 낮추었다면 충분히 취직을 할 수 있었지만, 모두 거절하고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차에서 낙방하고 만다. 직장을 그만둔 다음부터 가족과의 거리감을 실감하고 있다.

아내는 파트 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고, 이제 중학생이 된 딸은 예민하고, 어린 아들은 게임 삼매경이다.

게다가 자신의 향하는 가족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노부로 자신이 느끼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신문 전단지에서 택시 운전사 모집 광고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는 택시 운전사가 되었다. 그러면서 그의 백일몽은 시작된다.

이 책을 펼치면 '다시 한 번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면, 어디서부터일까'라는 문장을 제일 먼저 만나게 된다.

택시 운전을 하고 난 후부터 노부로의 하루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때 상사에게 그런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직장을 그만두지만 않았더라면...

은행을 그만두고 싶었던 직장생활 3년차였던 그 아침에 어머니로부터 전화만 받지 않았더라면...

으로 시작하던 한탄과 서글픔이 가득한 가정은 마침내 훨씬 이전으로 시계바늘을 돌리고 싶어한다.

메구미와 헤어지지만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가정하게 이르렀으니까.

대학교를 다닐 무렵 연인이었던 그녀와 만나던 시절을 회상하며 만약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얼마나 행복할지를 상상하던 그는 어느날 그녀가 당시에 살던 집 근처로

택시를 몰고간다. 그리고 메구미로 추정되는 여자를 그 집에서 발견한다.

그리고 그 날 바로 그곳에서 장거리 손님을 만나게 된다. 이제 그 장소는 옛연인이 살고 있는 곳일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운이 따르는 곳이 된 것이다. 그 이후로 메구미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자신이 살았을 인생에 대한 공상에

노부로는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직장을 바꾸게 된 중년의 가장이 겪는 스트레스와 혼란스러움이 오롯히 그려져 있다.

현실이 힘들기에 자신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노부로의 경우 그것은

공상과 가상이었다. 하지만 노부로는 공상의 나락으로 빠져들지 않는다.

그는 택시 운전을 하면서 여러가지 현실을 만난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그가 가졌던 환상과 공상의 실체를 조우하면서 그는 현실에 안착한다.

그 과정이 씁쓸하지만 차분하게 그려지다가 이후에는 안도할만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책은 다시 돌아간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냐고 묻는 것만 같아서, '다시 한 번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면, 어디서부터일까'

라는 첫페이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 순간 순간의 최선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테니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궁리하는 것보다는

지금의 현실에 좀 더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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