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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지음,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두고 주제 사라마구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위대한 작품이라고 했고,
문학적 유머감각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말했다고 한다.
사라마구와 마르케스가 극찬한 작가, 라우라 레스트레포의 장편소설 '광기'는
찬사의 글만으로도 한껏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문학적 유머감각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지는 한편
문학적 유머감각을 눈치채지조차 못하는 빈틈많은 센스를 가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까봐 걱정도 된다.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은 자, 과연 누구인가?"라는 강렬한 문장이 소설이 시작되기 전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 강렬한 문구와 '광기'라는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사라마구와 마르케스, 그들의 극찬한 면모를 이 소설에서 찾아내기를 기대하면서 열심히 읽어내려갔다.
우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화자가 한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시간 순으로 차분하게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소설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시선을 이동하고, 화자도 끊임없이 갈아치우고 있다.
그래서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점들이 이 소설이 드러내고자 하는 광기와 혼돈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혼란스러운 틈에서 사건의 진상과 등장인물의 현재에 영향을 끼치게 된 과거가 서서히 드러난다.
가족 구성원 한 명의 문제가 아니었다. 등장인물들 각각이 가지고 있는 상처와 광기가 만나면서
이야기는 꼬일 대로 꼬인 채 흘러간다.
폭력이 어떤 상황을 만들어 내고 그 여파는 광기를 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잘못 된 길로 들어선 마음은 결코 정상궤도로 돌아올 수 없고, 설령 그렇게 보인다해도 임시적인 상태일 뿐
도화선에 붙은 불꽃 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광기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짐작해본다.
이런 광기는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일까.
그 광기로 인해 황폐화 된 개인의 삶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공간은 과연 광기로 가득차 있는 것일까.
그 광기가 우리 사회를 잔인하게 만드는지, 사회가 잔인하기 때문에 광기가 짙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들이 슬픈 도돌이표를 그리며 무한히 반복되고 있는 것인지.
이 책을 읽다보면 도대체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그렇기에 더욱 이 책을 읽은 의미가 있었다.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