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살폈다. 가지고 있는 책의 상당수가 번역가들의 도움으로 읽을 수 있었다. 6000여개의 언어가 존재하고 그 중에 통용되는 언어는 100여개... 번역가들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독서의 세계가 아주 좁아질 것이다. 때때로 원서를 사서 읽을 때도 있기는 하지만 사전의 힘을 빌리다 보면 읽는 속도도 더디고, 제대로 읽고는 있는건지 의미가 있는 걸 놓쳐버리고 있지는 않는건지 꽤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번역서에 많이 의지를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믿고 있는 번역가도 있고, 옮긴이의 이름을 확인하고 안심하며 구입하는 책도 꽤 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번역의 비법같은 게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지만, 번역에 대해 지금보다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번역은 어떤 모습인지, 실제 번역출판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궁금했었다. 이 책은 계간 <번역출판>의 2008년분 네권을 묶은 것이다. 출판물의 번역사 비중이 세계 1위라는 것, 번역서가 차지하는 출판물 비중이 3분의 1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이 책은 번역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번역가의 경험부터 번역출판의 현실과 어려움, 개선되어야 할 점까지. 유려한 외국어 실력만이 훌륭한 번역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 번역 역시 엉덩이로 해야 한다는 것, 제대로 뜻을 세우고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 결과가 멋진 번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번역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본 기분이다. 번역출판에 의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 관심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탄탄하게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과 관심이 필수적일 것이다. 비평과 열린 논의가 가능한 공간의 마련도 중요해 보인다. 이런 기반을 다져놓아야만 멋진 번역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다양하고 참신한 기획과 믿을 수 있는 번역이 많아질수록 출판과 함께 독자들도 한층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한다. 번역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의미있었다. 좋은 번역과 멋진 번역가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를 이 책이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나서 번역서를 읽을 때 이전과는 다른 마음과 자세로 책을 읽게 된다. 치열한 노력의 과정을 거친 책을 읽으며 고마움을 느낀다.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번역이라는 문장을 읽었다. 번역이나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뛰어들 수 있을만큼 녹록한 분야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평소에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구해다가 꼼꼼하게 제대로 정독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번역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쩌면 그로인해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번역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는 기회를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