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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ㅣ 문학동네 화첩기행 5
김병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 동안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책속에 사진이 아닌 그림이 있었기에
남미를 내멋대로 상상하며 자유롭게 거닐수 있었다.
처음에는 세계지도를 꺼냈고 그 다음에는 음악을 틀고
시도 몇편인가 찾아보고 책장에서 미술사책도 끄집어 냈다.
소설들과 체 게바라 평전도 슬쩍 꺼내봤다.
한참 걸려 먼지가 뽀얀 노인과 바다도 찾아냈다.
몸치에 가까우면서 탱고와 삼바를 동경하며 학원이라도 다녀볼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
두어시간이면 다 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것 저것 꺼내고 다른 책도 뒤적이면서 이 책을 읽다보니
토요일 반나절이 훌쩍 지나 있었다.
몇 편의 영화와 다큐멘터리, 책들, 몇 곡의 음악만이 인식의 전부였던
남미를 문장과 그림으로 만나면서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거의 반대편에 있는 나라..그래서 더욱 낯선 나라들이
이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이 책의 힘인 것 같다.
햇볕이 뜨거운 오후에 읽었으면 더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떠나기 전의 설레임과 들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가도
막상 여행지에 가서는 너무 큰 기대를 해서인지 큰 감흥을 얻지 못한다.
사진으로 봤던거랑 같네..사진보다 못하네...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 바깥쪽으로의 여행은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해 이내 피곤해지고 만다.
그래서 한번쯤 들려보고 싶은 곳이 생겨도
짐 꾸리기, 교통수단에서의 장시간 체류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다보면
슬며시 귀찮아지기 시작해서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지 뭐...라고 마음을 접어버린다.
꼭 다녀야 하는 건 아니야...여행을 공간에만 한정하는 편견을 버려야해..
이런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여행경비로 책이나 잔뜩 사버리기 일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그 번거로움을 감수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미의 공기, 색감, 음악. 사람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게으름을 단박에 날려버리다니!
그림도 문장도..그리고 책을 읽은 후 느낌도 멋진 책이다.
김병종 화백은 이번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북유럽과 지중해 연안의 이름모를 섬과 강과 그 안의 사람들의 이야기로 자신의 빈 화첩을 채워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 책이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