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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ㅣ 창비청소년문학 112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그러다가 엄마가 잘못되면?
위급한 순간에 아무도 엄마를 살피지 않으면?
여전히 나를 다그치는 목소리들이 따라붙었지만
나는 페퍼민트 차를 마시며
내 안에 자욱하게 깔린 상상을 다스렸다.” p. 263
엄마와 아빠, 절친 해원과 그 가족과 함께
평온하고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던 13살 시안.
‘프록시모 바이러스’ 수퍼 전파자 N번, 해원의 엄마로
시안의 일상은 산산이 부서져 버린다.
소설 속 ‘프록시모 바이러스’가 치사율은 5%로 엄청나다.
현재의 코로나 19와 같은 공포와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다.
시안과 아빠, 해원의 가족이 무사히 회복한 것과 달리
시안의 엄마는 심정지를 겪으며 식물인간 상태가 되고
벌써 6년째 엄마를 병간호하고 있다.
시안이 ‘프록시모 바이러스’로 잃은 것은
비단 엄마만은 아니다.
6년간 매일 엄마의 병간호를 하며
시안은 소소한 학창 시절도, 꿈도, 미래도, 잃었다.
그런 시안 앞에 가족과 함께 사라졌던 해원이 등장한다.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6년 만에.
지원은 시안이 잃은 모든 것을 가졌다.
입시 스트레스, 학업 스트레스, 남자 친구와의 불화 외에도
대학과 꿈, 미래를 가졌다.
해원의 등장에 시안은 꾹꾹 눌러 담았던 분노가 폭발하고
해원을, 시안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어른들의 진실은
시안과 해원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청소년들의 우정과 갈등, 화해와 용서를 다루는 책은
나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남겼다.
해원 가족에게 쏟아지는 도를 넘는 비난과
내 가족만 안전하면 그만이라는 가족이기주의,
그리고 인간 평균 수명의 연장과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가족 돌봄과 병간호로 길어지는 시간들….
나는 그것들에 나를, 가족을 어떻게 지켜 낼 것인가?
청소년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작가님은 서로를 염려하는 마음,
즉 서로에 대한 연민으로 불안을 나누고
소외된 사람,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자고 말한다.
시안과 해원처럼.
또한, 책 속 최선희 선생님이 입을 빌려 말한다.
끊어 내어야 할 것을 끊어 내는 것,
그것이 상대와 나에 대한 배려이며 성장이라고.
그래서 소설의 마지막에
시안을 걱정하며 계속 만나자는 해원에게
해원을 걱정하며 이별을 선언하는 시안이
가슴 아프지만 대견하게 느껴졌다.
성장의 길 위에 헤매고 아픈 아이들에게
이 책을 빌어 작가님의 마음이 가닿길 바란다.
상처와 고통이 아닌 희망을 가지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