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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이 웃었어 ㅣ 사계절 그림책
기쿠치 치키 지음, 황진희 옮김 / 사계절 / 2022년 7월
평점 :
색채의 향연과 같은 그림책,
한 권의 화집을 펼친듯한 그림책,
표지의 쨍한 파란색과 면지의 쨍한 노란색이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는 희한한 그림책이었다.
기쿠치 키기 작가는 이 책을 목판화로 만들었다.
목판과 종이의 거친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며
파랑, 분홍, 노랑, 검정의 4색으로 찍어내어
생동감 넘치는 그림은
자연의 경이로움에 고개를 숙이게 했다.
그림 속 아이는 온몸으로 자연의 생동감을 느낀다.
벌레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꽃들의 춤에 발길을 멈추고 같이 춤을 춘다.
개구리를 살피려 온몸을 납작 엎드리거나,
심장이 벌렁거리도록 폴짝이며 개구리를 흉내 낸다.
무서운 지네와 땅속 벌레에 달아나기도 하고
커다란 나무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위로받기도 한다.
새들의 노래에 흠뻑 젖어 들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듯 바람을 느끼기도 한다.
자연에 대한 경이를 온몸으로 느끼는 아이,
생명의 동등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아이,
그런 아이의 모습에 만족한 해님은 활짝 웃는다.
새로운 생명을 틔워낼 힘을 전한다.
네 가지 색으로
어쩜 이리도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작가의 솜씨에 새삼 감탄을 했다.
거칠고 뭉툭한 선들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힘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했다.
‘다 같이 손잡았어. 해님이 웃었어.
다 같이 웃었어. 아 – 따뜻해.’
모든 생명체와 손을 맞잡은 아이의 모습에
진한 감동이 밀려 왔다.
정말이지 모든 생명들이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공존의 방법을 찾아 전 지구적으로 실천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