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흔 개의 봄 - 역사학자 김기협의 시병일기
김기협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월
평점 :
인간의 관계가 점점 계산적이고, 속물적이 되어가고 형제나 자매, 부모자식간에도 하나하나따져가면서 살아가는 아니 그렇게 살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요즈음의 나와 주변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 한모금 머금을 수 있는 아흔번의 봄을 맞이한 어머니!
나의 입장에서 비추어 볼때도 혹시나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책의 도입부에서는 심각하게 포개어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아흔 노모의 상황이 점차 희망적이고, 나아지고 있다는 기쁨도 같이 느낄수 있었고, 역사학자로서의 아들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들이 꼼꼼하게 나열되어 있고, 감정의 흐름도 순간순간의 생각들과 잘 버무려져서 처음은 투박하고 냄새가 썩 유쾌하지 않지만 청국장같은 것을 대하는 태도와 그에 맛들어 버린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줄 수 있는 정도의 배려가 너무나도 좋았다.
어머니가 살아오신 매 하나의 봄이 정말 잔잔한 바람에 날리는 벚꽃잎들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기만 하였을까!
봄을 맞이하기위해 홀로 지내오신 아니 여러개의 자식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눈밭을 미친 듯이 걸어오신 겨울후에 오는 잠시나마의 쉼표한자락 정도 이상은 아니었으리라.
역시나 그렇듯 부모없는 자식은 존재하지 않는가 보다.
책에서 보여주었듯이 자식들은 부모를 징검다리로 엮이지 않을 수 없는 바늘과 실 같다.
자식들이 나이들어 이제는 더 이상 참고 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인간기본의 예의범절을 넘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발휘되고, 그 것을 참지 않음이 더 자연스러운 노년의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나도 부럽다.
아직 내 어머니는 아흔개의 봄을 기억하고 계시지는 않지만, 더 잘해드릴수 있는 길... 아들노릇 할 길이 참 많았었던 것 같은 후회만을 하지고 항상 살아간다. 이 순간도 조만간 후회가 될 걸 알면서 과거의 어느 어느 시점들에 대해서만 늘 반성하고 자책한다.
내어머니와 오버랩 되는 참 많은 부분들에서 가슴을 조금씩 찢어주는 센스를 발위하신 역사학사 김기협님의 배려에도 고개를 조아려 본다.
‘어디에 피어나도 꽃은 아름답다’ 는 본문의 작은 명언처럼 개별적인 어머니 혹은 어머니와 자식간의 관계는 설탕이 달고, 겨울이 추우며, 바다가 짜고, 높은 산에 공기가 희박한 것과 같이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지구가 열댓번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불변의 진리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