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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행은 끝났다 - 12,000km 자전거로 그린 미국 여행기
박현용 글.사진 / 스토리닷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서른 여행은 끝났다>> 를 읽었다. 여행기를 언제 읽었는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 때문에 이 책이 무척 반가웠다. 나이가 비슷한 저자의 이야기라서 궁금증이 더했다. 저자는 뉴욕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만드는 일을 한다. 여행을 결심한 이유는 미국의 동쪽 뉴욕에서 서쪽 로스엔젤레스 까지 자전거로 이동해 시나리오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왜 냐고 묻는 질문에?는 자신의 열정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고 이야기 한다.
뉴욕에서 로스엔젤레스 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다. 거리는 자그마치 12,000km 이다 게다가. 따뜻한 남쪽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남쪽(key west) 를 거쳐,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는 루트다. 이 정도면 거의 목숨을? 내 놓가 가는 것이 아닌가? 전우조로 누구와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 홀로 떠나는 여행. 이건 여행이라기 보다는 고행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것 같다. 어쨋든 떠났다.
고민이 느껴지는 페이지다. 뉴욕에서 영화를 처음 배웠고, 잘 될 줄 알았다. 라고 이야기 한다. 이 말의 뜻은 잘 안됬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여행을 결심하고 무언가 의미를 찾기 위해서 여행을 결심했을 것이다. 할리우드 제작자들에게 자신의 스토리를 내세우며 열정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남쪽의 key west를 거쳐 북쪽으로 가는 여행길. 겨울이다. 사진만 보아도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대륙의 겨울바람 을 오롯이 자전거 한대로 부딪힌다. 무모하다 못해 불쌍하기 까지 하다. 저자는 이야기 한다. 여행중에 이미 로스엔젤레스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지워진지 오래였다고. 이제부터는 여행기가 아니라 생존기다. 겨울햇살 을 받고 있는 자전거가 외롭다.
여행중에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 정해져 있는 예산 때문에 늘 빠듯하다. 사람들에게 능청스럽게 도움을 청한다. 기꺼이 노동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 대가로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를 얻는다. 저자는 4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 과정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기록했고, 또 영상으로 남겼다.
솔직함 그 자체다. 긴 여행이 끝나고 로스엔젤레스 이정표가 보인다. 희망에 부풀어 오른다. 그런데 저자는 본인의 여정이 실패했다 라고 이야기 한다. 왜? '뉴욕에서 할리우드까지 나를 지탱해주고, 앞으로 달려 나가게 한 원동력이 꿈과 열정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 도착한 나에게 꿈도 열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욕망과 허상으로 가득차 있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참고 달렸으며, 여기까지 왔다. 그것들이 나를 뉴욕에서 이곳까지 이끌고 왔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자 구역질이 날 정도로 내가 싫었다. 이것은 실패다. 사악하고 추악한 최악의 실패다. 내 여정은 실패했다.'
공감이 갔다. 100% 이해할 순 없지만, 스스로와의 직면에서 오는 고통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무언가 크게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별 게 없다. 이것이 인생인가.
< 젊은날 >
뉴욕에서 할리우드 까지 자전거로 횡단하다.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 경험해보지 못할 일이다. 사진으로 만 보아도 충만해진다. 게다가 여행을 하면서 저자의 얼굴에 고됨과 충만함이 동시에 보이고 점점 선명해진다. 본인의 여정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여행을 통해 가득찬 내면의 상태가 아니라면 떳떳하게 이야기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저자는 한국 제작사에게 사기를 당해 원치 않게 귀국하고 공사장에서 돈을 벌어 빚을 갚았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본인의 여행을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지만 어느 영화제 에서조차 초청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야기 한다. 이제는 실망스럽지 않다고. 그저 삶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뿐이다.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대학시절 여름방학에 배낭을 메고 선배들과 길을 떠났다. 섬진강변 을 걷기 위해서 였다. 발원지 마이산에서 광양 망덕포구 까지 꼬박 1주일을 걸었다. 용감하게 길에서 밥도 해먹고 잠은 마을회관 이나 절, 교회에서 잤다. 중간에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님 댁에도 들렸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정을 마치고 망덕포구에 도착 했을때 포구는 쓸쓸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무언가를 위해 걸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여행이란 무엇일까? 정답은 없다. 낯섬과의 조우.
다만 지켜볼 뿐 이라는 저자의 말이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