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원더랜드 - 재미와 놀이가 어떻게 세상을 창조했을까
스티븐 존슨 지음, 홍지수 옮김 / 프런티어 / 2017년 2월
평점 :
<<원더랜드>>를 읽었다. 독특한 견해를 피력하는 책이다. 저자는 인류의 진보를 '재미와 놀이' 즉, 유희에서 찾는다. 유희에도 힘이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혼신을 다하는 사례마다 혁신을 발견했고, 자연스럽게 산업의 발전과, 과학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보통 역사란 전쟁, 조약, 연설, 선거, 암살당한 지도자 등,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교과서의 경우 민주주의, 산업화, 시민권 부상 등, 미세한 변화들이 오랜 세월 축적되어 그려내는 어떤 포물선을 따라간다. 그러나 역사는 이따금 권력의 심장부에서 동떨어진 변방에서 일어나는 우연한 만남 속에서 탄생하기도 한다.
그렇다. 우리가 배우고 알고 있는 역사는 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대서사시를 써내려갔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런데, 매번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로, 아이폰을 예로 들고 싶다. 아이폰은 스티브잡스라는 똑똑한 기업가의 두뇌에서 탄생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아이폰은 여러가지 IT 포맷을 창조했고, 그 중에 하나가 SNS라는 거대한 프레임을 만들었다. 아이폰은 어쩌면 역사를 이끌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시대든 다가올 시대를 꿈꾸고, 꿈꾸는 동안 다가올 시대를 창조한다."
1939년 프랑스 역사학자 미셸레가 한 말이다. 그런 꿈 이란, 일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통치하는 어른의 세계에서는 펼쳐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런 꿈은 오히려 다른 종류의 공간에서 나타난다.
이 다른 종류의 공간을 저자는 '유희'라고 보는 것이다. 창조는 어떤 거대하고 거친 힘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즐겁고, 유연한 사고과정에서 탄생될 확률이 높다.
즐거움을 주는 물건들은 가치가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를 상업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한다. 지리적 탐험을 강행하는 데 재정적 지원이 따른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돌이켜보면서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게 만드는 원동력을 금전적인 보상, 시장 개척, 통치하는 특권층의 허영에서 찾곤 한다. 그러나 돈보다 위에 있는 힘이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돈을 지배하는 힘은, 경이로움과 신기함과 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다.
결국 돈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 넘어에는 그 돈을 가지고 즐거움과 유희를 추구하고자 하는 좀 더 본질적인 욕망이 존재한다. 저자는 이 욕망이야 말로 돈을 지배하는 힘이라고 보는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즐거움과 유희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소비를 조장하는 것은 필요가 아니다. 본능 충족에는 많은게 필요하지 않다. 문제는 심리적인 결핍이다. 유행을 따르고 색다름을 갈구하고 희귀한 물건을 손에 넣으려는 욕망 때문에 무역이 발생한다.
'소비를 조장하는 것은 필요가 아니다.' 명쾌한 문장이다. 그렇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다. 심리적인 결핍이다. 이미 수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말마다 백화점과, 마트는 붐빈다. 그 가운데 유행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과거를 분석하고, 산업화를 가능하게 한 요인을 규명하려고 할 때 역사학자들은 보통 공급 측면에서 그 요인을 찾는다. 바로 산업 생산성을 향상시킨 기술혁신, 신용 대출 조직망의 확대, 금융구조, 세계 각지로부터 상품이 운송될 때의 위험요소를 제거해준 보험시장의 출현 등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상점을 둘러보는 행위 따위의 시시한 현상은 산업혁명이 낳은 2차적인 효과로 인식될 뿐이었다.
사람들이 몇 시간이고 거닐다가 길을 잃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우선 사람이 북적거리는 느낌이 든다. 둘째, 상점이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의도적으로 조성한 무질서한 공간을 둘러보다가 길을 잃고 헤매면, 전혀 둘러볼 생각이 없던 상점까지 둘러보게 된다. 그러다 결국 관심을 끄는 물건이 눈에 띄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사게 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19세기에 소비라는 환상을 불러일으킨 백화점이 나타났다. 백화점의 구조는 인간의 심리를 정확히 꿰 뚫고 있다. 우리도 이미 알고 있다.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고, 시계가 없다. 그리고 이상하게 구조가 복잡하다. 사람들과의 동선은 얽히고,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매장까지 둘러보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우리 뇌는 다양한 상품들을 인식하게 된다. 이 일련의 과정이 소비의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인 것이다.
섬네일
원더랜드
작가
스티븐 존슨
출판
프런티어
리뷰보기zz
< 유희의 힘 >
저자는 '유희(즐거움)'가 인류를 이끌어 왔다고 이야기 한다.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독특한 견해이다. 심지어는 산업혁명의 원인 까지도 유희와 결부시켜 해석한다. 사실 그렇다. 우리가 산업을 발전시키고, 과학을 진보시키는 이유는 인류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위해서 이지 않는가. 더 자세히는 '즐거움'이다. 저자는 인류가 즐거움을 위해 만들었던 여러가지 발명품들이 산업과 과학발전의 밑거름이 된다고 이 책에서 주장한다.
인간에게 유희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릴적 부터 은연중에 유희는 비 생산적인 일이라고 교육을 받았다. 공부와 놀이를 엄격히 구별했다. 하지만 엄연히 따져보면 형편없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놀이에서 창의력이 탄생할 가능성이 훨씬 많다. 때문에 현재 교육을 두고 아이들의 팔팔한 창의력을 죽이는 교육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굳이 교육을 들먹이면서 까지 이야기 하는 이유는, 지금은 또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더 많은 유희거리를 찾을 것이고, 이 유희거리는 돈이 몰리는 산업이 될 것이며, 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사람은 유희를 충분히 즐기고, 즐길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