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우리 삶 곳곳에 몸을 내어 주며 인간을 넉넉하게 한다. 인간만 넉넉하게 하는 건 아니다. 균근(mycorrhiza)는 나무의 뿌리에 매달려 나무와 공생하고, 열매로는 새를 비롯한 동물들을 풍요롭게 한다. 인간이 더럽혀 놓은 공기를 정화할 때에도, 비가 와 불어난 물의 범람을 막아주면서도 군말이 없다. 나무는 고요하고 점잖은, 그러나 광활한 자연의 모성이다.책에서 다뤄지는 각종 나무와, 그런 나무를 너무 사랑해서 일생을 다 던진 인간들의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베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베는 것을 다할 무렵 돌아갈 땅이 어디에 있을지 생각하게 된 책.
21세기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세계는 청산하지 못한 과거에 매여 있다. 현대 정치의 지형학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20세기에 대한 철저한 고찰이 필요해졌다는 의미이다.20세기는 극단의 시작이자, 이상하리만치 화합과 연대의 정을 보여주기도, 강대국의 횡포가 세련되지만 천하게 세계 각지를 뒤흔들어 놓기도 한 시대이다.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누가 주도했는가? 결국 폭발하고 만 제국주의, 전체주의 전쟁과 이에 대항하듯 나타난 각 국가의 정치지도자들의 존재는 20세기를 보다 면밀한 시각으로 분석해야 함을 알려준다.저자 이언 커쇼는 기존의 영웅주의 담론이 히틀러로 인해 금기시된 현대에서, 개인의 존재가 역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방식을 새로이 해석해내었다. 정치학도 및 현대 정치를 공부하는 이들, 또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학을 발견할 역사학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현대에도 영웅이 존재하는가? 있었다. 이상이 그러했고 김환기가 그랬다. 그보다 더 전에는 박지원과 전봉준이 그러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영웅성은 그들 살아생전 빛을 보지 못한 채 사그라든 게 대부분인 듯하다. 민주주의의 도래는 인간의 주체성 강화가 아닌 도구적 이성의 전면적 제도화의 신호탄이 되었고, 이제 더 이상 영웅적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아무도 모르는 사상을 남기고 세상이 슬퍼 골방에서 사그라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칼라일은 영웅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진실된 눈으로 그를 진정 존경할 만한 성실한 심성을 가진 이들이 도처에 필요하다 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가 위대한 이를 큰 자리에 추대할 수 있는 사회라고. 지금은 어떤가? 우리는 영웅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