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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핑계는 천문학이야 - 일상의 모든 이유가 우주로 통하는 천문대장의 별별 기록
조승현 지음 / 애플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이 책의 저자 조승현 님은 책날개에서 "별빛이 흐드러진 곳에서 나고 자라 천문학을 전공했다."고 밝히며, 현재는 '구리어린이천문대'의 대장이라고 소개한다. 아이들에게는 '쪼쪼샘'으로 불리우며 어린이들에게 천문학을 가르친다고.
"글은 우주와 일상을 연결하는 또다른 망원경이다."라고 한 작가에게 "아이들은 우주"란다. "언제나 새로움과 경이로움으로 넘쳐나는, 설레는 우주."
작가님의 친필 사인본은 언제나 영광스럽다. "우주에 살아가는 멋진 사람에게-"라는 사인글을 적어 보내주셨다. 속표지를 지나 저자에게 보내는 힘찬 응원의 추천사 페이지 사이를 이어주는 공간에 "우리가 본 별들처럼, 우주의 한 편에서, 우리의 삶도 계속 반짝이기를."이라는 문구가 이미 마음을 설레게 한다.
총 4장으로 이루어진 목차에서, 천문학 전공자로서 여러 경험을 중심으로 '별을 제대로 보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는 최대한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설명해 두었다. 특히 내지는 비코팅지를 사용한 듯 한데도 적재적소에 실려있는 사진은 독자로 하여금 절로 밤하늘을 올려다 보게 되는 감성을 자극한다.
1장, 천문학으로 허세부리기
본문 내용 중, 글쓰기를 좀 더 잘하려고 최신식 고급 장비까지 갖추는 대목에서 나와 동질감이 느껴져 "그렇지!"라는 탄성과 함께 절로 잇몸 만개하는 웃음이 나왔다.
나는 맥시멀리스트다. 커피 머신과 모카포트를 동시에 소유하고, 일터에서는 윈도우 노트북을, 집에서는 맥북을 사용한다. 지속적으로 버리고 최소한만 소유하려는 미니멀리스트와는 정반대다. 무언가를 구매하고 소비하는 순간, 나는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 소비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얻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것을 얻으려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신선한 경험을 위해 주저 없이 지갑을 여는 것이라고 뻔뻔하게 핑계를 대본다. 자고 일어날 떄마다 머리도 한 움큼씩 빠지는 주제에 틀린 말이 없다는 옛말도 외쳐본다.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됩니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나도 무언가 해보려고 하는데 필요한 물품이 없으면 짜증부터 난다. 급히 인쇄를 해야 하는데, 토너가 '매우 부족'하고, 펜으로 노트에 필사를 하는데 틀린 글자를 감추어 줄 수정테이프가 없을 때와 같은 경우다. 정작 분노의 대상은 갑자기 부족하거나 없어진 물품이 아니라 미리 재고 파악을 해두지 않은 '나'여야 하는데도 말이다.


2장, 천문학으로 핑계대기
이번 장에서는 우주 입장에서 보자면 미미한 존재인 인간이지만, 각자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의미있는 존재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중 "아이들이 우주"라던 저자의 좋아하는 일에 대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아름답고 따뜻하게 와닿았다.
별이 태어나는 곳이 성운도, 별이 수천억 개 군집한 은하는 별똥별 앞에서는 그저 마른 자질이 된다. 빛을 잃고 누군가의 눈에도 띄지 않는다. 밤하늘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배운다. 천문학적으로 가치가 있을 것이 꼭 마음을 울리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게 되는 데는 이유도 중요하고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저 예뻐서일 때가 더욱 강력하다. 빛을 내며 떨어지는 모래 알갱이가 수억 배 더 큰 별들보다 환영받는 것처럼.
본문 p. 109
그렇다. 그냥 내 눈에 예쁘면 남들이 뭐라 해도 예쁜 것이다.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으면 그 여정은 고난이 아니라 기쁨이 될 수 있다. 결국 저자는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이 정한 기준에 따르지 말고 내가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하며 살면 된다는 것.

3장, 천문학으로 위로하기
천문대 강사인 저자는, 저녁에 일을 해서 주로 밤 12시에 퇴근을 한단다. 피곤할 법도 한데 야심한 시각의 고요가 좋다는 저자는 '다큐멘터리 <지구의 밤>시리즈'를 인상 깊게 본 생생한 장면을 별처럼 아름다운 표현으로 묘사했는데, 공포의 스산함이 낭만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해가 붉은 빛을 뿌리며 땅 아래로 사라지자 곧장 어둠이 찾아온다. 손톱만큼이라도 빛을 뿜던 달마저 사라지자 포식자들이 몸을 펴기 시작한다. 빛이 사라진 곳에서 사냥감들이 의지해야 할 것은 초감각뿐이다. 불만감이 생존의 무기인 것이다. 귀를 쫑긋 세워 듣고, 발바닥에 전해지는 진동을 느낀다. 포식자의 걸음이 가까워져 온다. 이질적이게도 그 위로는 수천 개의 별들이 쏟아질 듯 하늘에 매달려 있다.
본문 pp. 176-177


4장, 천문대장의 요일들
천문대 직원들의 정기적인 해외 연수와 개인적으로 별을 찾아 떠났던 이야기와 인간의 우주 탐사에 대한 무한 인간의 노력 등을 소개하였다. 이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천문학 연구에 대해 소신을 밝힌 부분이 인상적이다.
천문학은 '국방'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방 문제는 생존과 직결된다. 남과 북은 휴전 이후 한 번도 전면전을 벌인 적이 없지만, 군비 지출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 예산의 약 10%가 국방 예산으로 쓰일 정도다. 언제라도 수백 발의 미사일이 날아올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 발로도 지구를 전멸시킬 수 있는 소행성에 대해서는 몹시 관대하다.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우주의 재앙에게만 갖고 있다. 당장 탱크를 살 돈으로 망원경을 사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극히 일부의 비용이라도 전 지구적인 재앙과 위험을 인식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인류의 과학은 계속 발전해야 한다. 화성에 가는 일은, 더 나아가 우주를 탐구하는 일은 지구를 떠나려는 것이 아니다. 지구를 지키려는 것이다. 그 험난한 여정의 일환으로, 바퀴 여섯 개 달린 로봇이 화성으로 향했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현 정부의 이공계 예산 삭감 문제를 비판하는 듯 보인다. 저자의 말처럼 한 국가의 국력은 역시 막강한 군사력으로 가늠할 수 있다. 여기서의 군사력은 과거처럼 단순히 총,칼로 무장한 강인한 군인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첨단 무기 및 장비도 필수다. 이 중 미리 적(국)의 움직임을 파악할 첨단 장비들이 천문학 기술 분야인가 보다. 문과생인 나로서는 그 자세한 내용은 알 수가 없다. 모쪼록 다음 정부에서는 "과학기술이 국력"임을 깨달아 이공계 분야 연구원들의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라본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동안 '올빼미형'인간으로 쌓았던 내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미라클 모닝'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새벽에 일어나고 있으나 다시 잠드는 날도 많아 문득문득 회의가 들었었는데, 참 와닿았다.
때때로 성실이란 어려운 순간을 버텨 내야 다가오는 것처럼 여겨진다. 마침 같은 순간 말이다. (중략)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을 수도 있지만, 늦게까지 벌레를 잡는 새도 꽤 배부르게 살고 있지 않을까?"
맞다. 어릴 적 근면과 나태의 전형적 인물로 비교되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의 개미도 그저 모으기만 하고 쓸 줄 모르다가 갑작스런 죽음으로 결국 불행하게 생을 마감하였을수도 있고, 열심히 노래만 하던 베짱이는 그 재능을 알아봐 준 기획사를 만나 세계적인 가수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여러분도 자신이 꼭 새벽에 일어나지 못한다고 자책하진 마시길. 나도 아들을 좀 더 기다려 주어야겠다. 아직은 얼만큼 화려하고 튼튼한지 모르는 날개를 접고 있는 나비일수도 있으니.
본 서평은 애플북스 출판사와 조승현 작가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