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그 사월 오후에 
야구장에 가지 않았다면 
무라카미 씨는 지금 
소설가가 되었을까요

who knows? 그런 걸 대체 
누가 알 수 있을까
만일 그날 오후에 야구장에
가지 않았더라면 나는 
소설 쓰는 일 없이 일생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뭐 특별한 불만이 없는 
인생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그 봄날 오후에 진구 야구장에 
가서 한적한 외야석에.

그 당시 진구 야구장은 
거의 비어 있었다.

누워 뒹굴며 데이브 힐튼이 
좌익수 쪽으로 멋진 2루타를 
치는 걸 보았고, 그래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라는 첫 소설을 
쓰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엑스트라오디너리 (심상치 않은)한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

무라카미 씨는 그와 비슷한 일이 
살면서 누구에게나 다 
일어난다고 생각하세요

난 잘 모르겠는데.
나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완전히 똑같다고는 
할 수 없어도 그와 비슷한 일은 
많든 적든 누구에게나 
언젠가 일어난다고 생각해

그런 여러 가지 일이 딱하고 
제대로 결합하는 계시적인 순간이 
언젠가 올 거라고 생각하지

뭐 적어도 그런 일이 꼭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 인생이 더 즐겁지 않을까.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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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습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줍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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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밤대로 좋았고
낮은 낮대로 좋았다

비오는 날도 좋았고
맑은 날도 좋았다

모든 날들은
지나갔기에 좋은 날이었다

좋은 밤

밤이 올 때까지
밤에 대한 책을 읽는다

책장을 덮으면 밤은 이미
문지방 너머에 도착해 있다

얼마나 많은 동굴을 섭렵해야
저토록 검고 거대한 눈이 생기는가

매번 다른 사투리로 맞이하는 밤
밤은 날마다 고향이 달랐다

밤이 왔다
밤의 시계는 매초마다
문잠그는 소리를 낸다

나를 끌고 고독 속으로 들어간다

낮의 일을 떠올린다
노인은 물속에 묻히고 싶다며

자전거를 끌고 연꽃 속으로 들어갔다

노인은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은 살 수 있었다고
최고의 악동은 살아남는다고
지구 어딘가에서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반드시 만날 거라고

밤의 배 속에서 돌들이 식는다
나의 차가운 혀도
뜨거운 무언가를 삼키리라

낮엔 젊었고 밤엔 늙었다
낮에 노인을 만났고 밤에 그 노인이 됐다

밤은 날마다 좋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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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알 수 있다

주어진 생은 공평하지만
주어질 삶은 공평하지 않다

촉이란 원래 지능과 상관없이 
오랫동안 몸으로 고생해야만 
얻어지는 것이다. 

성실한 노동으로 절실한 촉을 
갈고 닦아온 사람들은 수많은 
활자 속에서도 본능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단어를 잡아낸다. 

반면 절실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과 
연결되려는 강한 욕구가 없으면 
아무리 신문을 읽어도 안 보이게 
마련이다. 

형광펜으로 열심히 줄 쳐도 나와 
바로 연결을 못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장담컨대 당신도 매일 아침 
줄 치고 메모하고 상상하다 보면 
반드시 나를 구해줄 생존의 단서를 
찾게 될 것이다. 

마치 화약고에 기름을 
확 붓는 것 같은 
터닝 포인트를 
만나게 될 것이다. 226.p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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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는 의미를 너무 빨리 창출한다. 어쩌면 머그컵처럼보이는 저 물체는 완전히 다른 것일 수 있다. 물건과 사람을 너무빨리 정의 내리면 그것들의 유일무이함을 보지 못할 위험이 있다. 소로는 그러한 경향을 경계했다. "보편 법칙을 너무 성급하게끌어내지 말 것." 소로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특수한 사례를 더 명확하게 들여다볼 것." 눈앞에 보이는 것을 바로 규정하지 않고 기다리면 더 많은 것을 보게 된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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