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에 간식까지
챙겨먹듯이
시 한 그릇도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겠습니다

그것의 바깥
그것의 바깥에서 항상 바람이 분다 한다
종려나무 숲에 안개 자욱하고 그 너머에 바다가 장엄한 바다가 펼쳐진다 한다
그것의 바깥은
들개의 울음소리로 기록된 어두운 문명이라 한다
거기서 인간의 말을 잃어버린 이야기꾼은
자신의 오랜 침묵을 자책하지 않는다 한다
최초의 시간과 악수를 나눈 이래
영원은 손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팔을 갖게 됐다 한다
우리는 매일 밤 습하고 비린 안쪽에 웅크리고
꼽추의 무리처럼 달려오는 미래를 맞이해야 하나니
시간이여 너의 가장 빠른 화살 하나를 건네다오 그것으로
저 바깥의 허공에 똬리 튼 미지의 한가운데를 적중시키리니
안족이 아닌 바깥에관해서라면
우리는 한 치의 오류도 없는 명사수
혹은 예언자
그것의 바깥에서
내일의 가장 음험한 꽃들이 지천으로
지천으로 피어날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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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은
추억이 되고 기억이 됩니다.

시간과 공간만
흐르는 게 아니라

사람도
흐르는 존재였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목욕탕에 오던 어린 날들은 욕객들의 몸을 씻기고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는 물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지금은 내가 오고 싶을 때, 내 발로 걸어서 목욕탕에 올 수 있지만, 언젠가는 누군가의 부축을 받지 않으면 목욕탕에 걸음 하기 어려울 날이 닥칠 것이다.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모두가 받아들여야 하는 정해진 결말이다. 그러다 자리에서 영영 일어나지 못하는 날 피부의 검은 자국은 욕창이 될 것이다.

몸은 책과 영화, 노래와 이야기보다 묵직하고 강렬하게 인생의 종착점을 말한다. 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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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삼시세끼
먹기 싫어도 밥만 잘 먹고
하기 싫어도 일만 잘 하면서

글 한 장 쓰는게
무슨 대수랴

쓰고 싶든 쓰기 싫든
그냥 쓰면 된다

내가 진지하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대 때이다. 당시 내겐 아기가 둘 있었다. 나는 식탁에서도 글을 썼고, 젖을 먹이면서도 글을 썼으며 침실의 낡은 화장대에 앉아 글을 썼고, 나중에는 작은 스포츠카 안에서 학교가 파한 아이들을 기다리며 글을 썼다. 개들이 내게 침을 질질 흘릴 때에도 글을 썼고 고양이들이 내 원고에 먹은 것을 게우는 가운데서도 글을 썼다. 돈이 없을 때에도, 타자기를 두드리는 것 말고는 가계에 도움을 주는 게 없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글을 썼다. 마침내 내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은 내가 강인한 성품을 지녔거나 자존감이 높아서가 아니었다. 나는 순전히 고집과 두려움으로 글을 썼다. 내가 진짜 작가인지 아니면 교외에서 미쳐가는 애엄마일 뿐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았다.
"진짜 작가"는 그저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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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감칠맛 나게 쓰는 작가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그네들의 인생 또한 감칠맛나게 사는 경우가 많다.

이 아침 이 책 이 글 이 문장들을
만난게 표식이라고 한다면
오늘은 이 표식들을 따라서
아무튼 걸어볼까한다.

그러니까 내 안에는 여러 글감이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주르륵 늘어서 있는데, 문제는 일반적인 마트료시카의 아홉 번 째쯤에 해당할 아주 작은 인형이 내 마트료시카 인형의 몸체에 해당한다는 데에 있었다. 왜 나는 항상 마트료시카의 작은 인형들, 너무 작아져서 공예가도 어쩔 도리 없이 삐뚤뺴뚤 눈 코 입을 겨우 욱여 넣다시피 찍어 넣는 바람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걸 인형의 얼굴이라도 말해도 좋을지 난감한 기분이 드는 것들에만 매력을 느끼는가. 10.p

리베카 솔닛도 말했다. 마음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야 한다고. 걷는 것은 일하는 것과 일하지 않는 것, 존재하는 것과 뭔가를 해내는 것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라고.

헵타포드는 지구인들에게 "offer weapon"이라고 했다. 영화 속에서는 이 ‘무기라는 단어의 해석을 두고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혼란과 갈등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 순간 나에게 있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무기‘는 분명했다. 98.p

앞으로도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를 사람들 때문에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를 냉채족발과 반주를 놓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날 이후 지금까지 8년간 단 한 번도 부산에 여행갈 기회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때 먹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른다. 149.p

누군가에게 술은 제2의 따옴표다.평소에 따옴표 안에 차마 넣지 못한 말들을 넣을 수 있는 따옴표. 누군가에게는 술로만 열리는 마음과 말들이 따로 있다.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뾰족한 연필심은 뚝 부러져 나가거나 깨어지지만, 뭉툭한 연필심은 끄떡없듯이, 같이 뭉툭해졌을 때에서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말들이 있다. 1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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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보다도 깊이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있었을까 라는 문장.

책을 읽지 않고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평생동안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태풍이 불 때면
습관처럼 꺼내어 보는 책
한 권이 있다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된다.

이 태풍도
지나갈테니깐.

2019년의 글
꺼내어보는 아침.

태풍은 언제나
지나간다.

죽고 없어진 다음에는
아무리 후회해 봤자 늦어
눈 앞에 있을 때 잘 저거 해야지.

알고 있어요.

왜 남자들은
지금을 사랑하지 못하는지.

라고 도시코는 음악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면서 밀했다

현실이 너무나도 하찮은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언제까지고 잃어버린 걸 찾아다니고 이루지도 못할 꿈이나 쫓고 그래 가지곤 하루하루가 즐거울 수가
앖잖아.

그런 건가요.
라고 료타는 시치미를 떼며 대꾸한다.

아버지가 아닌 자기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안다.

행복이라는 건 말이지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손에 잡히지 않는 거야

어머니의 말에 료타는 눈을 들었다. 슬픈 말이지만 정말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바다보다도 깊이 누굴 좋아해 본 일이 이 나이가 되도록 없었네.
179~1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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