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깨어나지 않았다면
이 아침 이 책 펼치지 않았다면
이 아침 이 글 쓰지 않았다면

아니 오늘 아침 숨이 멎었다면
이 순간은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선물
present
현재
충분합니다.

언젠가 광고판 근처를 지나다가 인상적인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장난감을 가장 많이 가진 채 죽은 사람도 단지 죽은 사람일 뿐이다." 죽음의 순간에 다가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내가 야근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 내가 투자한 펀드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를 떠올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을 말이다. 대신 "만약 내가 그렇게 했더라면"같은 가정의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예를 들면 "만약 내가 항상 하고 싶어 했던 일을 하고 살았더라면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같은 질문 말이다. 28.p

내가 종일 열심히 일하는 것은 책 읽는 시간을 내기 위해서다. 훌륭한 소설이나 자서전, 차 한 잔, 몸을 푹 파묻고 앉을 수 있는 아늑한 공간만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 속에 사는 것이 정말로 좋다. 종이 위애서 살아나는 사람들과 만나서 느끼는 유대감은 나를 전율케 한다. 그들의 상황이 나와 크게 다르다 한들 대수랴. 나는 마치내가 그들을 정말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낄 뿐 아니라 그들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파악하게 된다. 통찰력과 유용한 정보, 지식과 영감과 힘, 좋은 책은 이 모든 것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덤도 얹어준다. 42~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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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어진 생의 전쟁의 하루 마감하고
이 주어질 삶의 전쟁의 하루 시작하면서

개와 늑대의 시간을 넘어서
사각사각 거리며 다가오는
토요일의 밤.

적들의 노 젓는 소리 듣다.

난중알기의 메마른 문장 속에서는 춥고 배고파서 도망치는 부하들을 목베는 이순신의 마음의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이순신의 바다는 인간세의 고해다. 그는 그 고해를 끝까지 건너갔다.

- 삼가 무찌르고 붙잡은 일을 보고합니다.

라는 첫 문장으로 대뜸 시작한다. 나는 이 문장에서 그의 무인적 에토스를 느낀다. 그는 전사하거나 부상당한 부하들의 이름과 공적을 모조리 적어서 임금에게 보냈다. 그들의 이름은 모두 기록에 남아 있다.

‘맞붙어 싸울 때 ‘관노비 기이, 관노비 난성, 토병 박고산, 격군 박궁산...들은 전사했고, 그 밖에 수많은 관노비, 사노비, 절에 딸린 노비, 내수사 노비, 어부, 격군, 토병 들은 부상당했는데, 이순신은 이들의 이름 석 자와 작은 전공까지 세세하게 적어서 임금에게 보냈다.

이순신은

- 이들의 처자식들에게는
구제를 위한 특전을 베풀어주소서.

라고 임금에게 청원했다.

그 엄혹한 신분제 사회에서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은 전사하거나 부상당한 ‘천민‘들의 이름을 적어서 임금에게 보내고 원호를 요청했다. 군율을 어긴 자들을 가차없이 목 베고, 전사한 노비들의 이름을 적어서 임금에게 올리고 공로를 챙기는 그 양극단을 그는 하나의 마음에 품고 있었다.

노량은 그의 마지막 바다이다.
명량에서 노량으로 나아가는
정유년 겨울에 그의 일기는 때떄로

- 비와 눈이 내렸다. 서북풍이 불었다.
- 눈이 내렸다.
- 흐렸다 맑았다 뒤범벅이었다.

처럼 간단한 한 줄이다.
이 한 줄의 문장으로 전쟁의 하루를 마감하면서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는 눈보라 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1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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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른 메세지를 전헌다.

한 바퀴의 생을 돌아
다시 아이가 되어서야
깨달을 수 있는 게
삶이라면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그렇게 나는 정신을 잃어버리고, 사고하는 법을 다시 잊어버리고, 단일성을 잊어버리면서 여러 해를 보내야만 했다. 마치 내가 천천히, 그리고 멀리 우회로를 돌아, 어른이 아이가 된 것처럼, 사상가가 소인배가 된 것처럼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런데 그 길은 대단히 좋았고, 내 가슴속의 그 새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길은 대체 어떤 길이란 말인가! 나는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그리도 많은 어리석은 짓, 아주 많은 악덕, 아주 많은 오류, 아주 많은 혐오와 환멸과 비참을 통과해 지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인가.
하지만 그것은 올바른 일이었다. 내 마음은 그것에 대해 긍정의 말을 하고 있고, 내 두 눈은 그것에 대해 웃음을 짓고 있다. 나는 절망을 체험해야만 했다. 나는 자비를 체험하기 위해서, 다시 옴을 듣기 위해서, 다시 제대로 잠을 자기 위해서, 젣로 깨어날 수 있기 위해서 모든 생각 중에서 가장 어리석은 생각을 할 때까지, 자살할 생각을 품을 때까지 처절하게 떨어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는 아트만을 다시 내 안에서 발견하기 위해서 바보가 되어야만 했다. 나는 다시 살기 위해서 죄를 짓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의 길은 또 나를 어디로 이끌어 갈 것인가?
그것은, 그 길은 멍청하다. 그 길은 꾸불꾸불하고, 그 길은 어쩌면 빙빙 순환하는지도 모른다. 그 길이 제멋대로 나있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그 길을 갈 것이다. 124~1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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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상 어디즈음
살아가고 있는가.

내 계절 어디즈음
걸어가고 있는가.

이 여행길이
목적지였음을
언제즈음 알아차릴 것인가.

모든 것을 잃고
서리와 얼음으로 덮인 나무일때
헐벗은 가지에 
바람 소리만 가득할 때
그것으로 자신의 전 생애를 
판단해선 안 된다. 

연약한 움을 틔운 시기에는 
그 연약함이 오므려쥔 기대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모든 계절을 다 품고
한 계절씩 여행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어떤 계절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음을 
나무는 잘 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어떤 겨울도 견딜 만하다는 것을..

힌디어에 ‘킬레가 또 데켕게‘라는 
격언이 있다.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
라는 뜻이다.

지금은 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설명할 길이 없어도 언젠가 
내가 꽃을 피우면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자신이 통과하는 계절에 대해 
굳이 타인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타인이 아니라 
자신에게 증명하면 된다. 

시간이 흘러 결실을 맺으면 사람들은 
자연히 알게 될 것이므로
바깥의 계절과 상관없이
지금 나는 
어느 계절을 살아가고있는가? 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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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성과 차이점
결여와 충족
필요와 충분

이천 년 전에
살다간 사람보다도
못한 하루를 살아선 안되겠구나.

반대성은 완전한 차이이다.
반대성과 결여된 상태 및 
모순적 대립과의 관계에 대해서.

차이가 있는 사물들은
서로의 사이에 더 많은 차이를 
갖기도 하고, 한결 적은 차이를 
갖기도 하기 때문에 
가장 큰 차이점도 있다. 
그리고 이 가장 큰 차이점을 
나는 반대성이라고 부른다. 

가장 큰 차이점을 반대성이라 
하는 이유는 귀납법을 보면 분명하다. 

왜냐하면 유에 의해 차이가 있는 
사물들(유를 달리하는 사물들)은 
서로 다름으로 통하는 길조차 없고
너무나 간격이 멀어서 비교가 
불가능하며, 또 종에 의해 차이가 있는 
사물들은 저마다 생성이 시작되는 
두 극이 서로 반대이고
이 두 극 사이의 간격은 따라서
이들 반대 사물들 사이의 간격도
가장 크기 때문이다. 2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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