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보다 지우기.

쓰고 싶은 것보다
쓰지 말아야할 것.

알아차리는 게
더 힘든 법이다.

공책에 손으로 쓸 때는 
단 한 번도 소설을 완성하지 못했던
내가 컴퓨터로는 단숨에 열 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쓸 수 있었던 
힘의 원천에는 글의 어느 부분이든 
언제든지 깨끗하게 지울 수 있는 
지우기 키가 있었다고 이미 말했다. 

지우기 키의 사용을 통해 나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소설 창작의 
더 깊은 본질은 쓰는 일이 아니라 
지우는 일에 있다는 사실을 
배웠던 것이다.

컴퓨터 이전의 작가들처럼 
손으로 글을 쓰면서 그 사실을 
익힐 수도 있었겠지만
매우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을 것이다. 

나는 이 지우기 키 속에 
아감벤이 말하는 
하지 않을 수있는 능력이 
깃든다고 생각한다. 24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들 겪는 불행 중 다행은
이미 지나갔다는 것이다.

다행을 다시 불행으로
되바꿀 이유는 없다.

찰나생
찰나멸


우리들이 겪는 불행 중 어떤 것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기억들을 
되새기는데서 옵니다. 

지나간 기억에 얽혀들거나 매달리면 
현재의 삶이 소멸되고 맙니다. 
그리고 홀로 순수하게 
존재할 수 없습니다. 

모처럼 벗어난 갈등의 늪에 
다시 뛰어들지 마십시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과 행위가 
곧 내일의 나를 만들어 냅니다. 
제자리에서 맴도는 타성과 게으름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악덕입니다. 

일찍 깨어나 
신선한 아침을 맞으십시오. 
그래서 새로운 시작을 이루십시오. 
19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행복해지기.
바로 지금 이순간.
여기에서.

글쓰기의 목적은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거나 
데이트 상대를 구하거나 
잠자리 파트너를 만나거나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 33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플만큼
동감하고 공감하게 되는 것에서
멈추지 않아야 성장하는 법이다.


지금은 꼭 그런 것 같지 않지만
예전에 나온 글을 잘 쓰기 위한 
책들에는 반드시 읽어야 할 명문이 
들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기교에 대해 논했지만
역시 지름길은 명문을 닳도록 
읽어서 내 피와 살로 만드는 것입니다
같은 뉘앙스였습니다. 

학생 때는 그런 책을 읽을 때마다 
‘책을 사게 해 놓고 이따위 충고냐 
하면서 욕을 했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아플 만큼 
동감하게 됩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명문을 읽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9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어쩌면 오늘 이 지구상에 사는 60억 명은 신께서 허락한 단 한 번의 패키지 여행에 참가 중인거 아닐까. 각자의 여행기간이 정해진 패키지 여행임에도 신께서 잘 다녀오고 즐거운 여행 되라고 격려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태어나자 마자 까먹고 이리저리 방황하다 신께 돌아갈 때 즈음 여기 온 이유를 생각해내는 패키지 여행. 오늘 하루 즐거워야 할 여행의 이유가 급해지는 이유.

마흔 살이 됐을 때 왠지 그런 다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이나 텔레비젼에서 보아온, 세상의 많은 아름다운 것들, 이를테면 풍경이나 축제 같은 것.(...)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마흔한 살이. 슬슬 떠나볼 시간이 된 것입니다.7.p
​
베를 가로질러가는 몇 마리의 새들
무섭지 않을까
날갸를 쉴 장소도 없는 바다 위
건너는 게 무서운 적은 없었을까
이 바다를 건널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나는 걸까.27.p
​
살다보면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 거의 그것으로 일상이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선 위치를 망각한 채 한 발언과 행동은 독선이 된다. 나는 이 세상에서 어디쯤 서 있는 걸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어서 더 복잡하고, 생각하는 만큼 피곤하기도 하다.86.p
​
패키지 투어란 이 목적만을 위해 모인 단 며칠간의 집단이다. 여행이 끝나면 아마 두 번 다시 만나는 일도 없을 터다. 물론 사람들과 어울리기 귀찮아서 새치름하게 있는 것도 자유고, 눈에 띄지 않게 다니는 것도 자유다. 그러나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누는 것은 가끔 자신을 위한 일이 되기도 한다. 8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