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살았던 삶은
영원에 이르게 되니

덧없어도
삶을 누리라는

사는 것을
소중히 여기라는
부탁

사소한 부탁의 말씀
잘 새기겠습니다

인간의 지성은 한정되고 그 수명은 짧지만, 그가 가진 기억에 의해 인간은 정신의 불멸성을 획득한다. 인간의 생명은 연약하여 머지않아 스러질 것이기에 오히려 영원할 수 있다. 인간이 인간에게 바치는 사랑은 변덕스럽고 불완전하지만 스러지는 인간은 그 사랑을 가장 완전하고 가장 영원한 "형상으로 간직"해둘 수 있다.
삶은 덧없어도 그 형상과 형식은 영원하다. 그래서 한번 살았던 삶은 그것이 길건 짧건 영원한 삶이 된다.

한 사람의 삶은 우주 전체의 삶이며,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누리는 시간은 그것이 아무리 짧아도 영원에 이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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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중력에 이끌려
사라질 그날만을 기다리며
그저 흘려보내고 있는 이 하루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 속
오감에 이끌린 것들이
진짜라 믿고 진짜라 여기고
하루하루 살아가던 것이

오히려
내 생을 내 삶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거대한 알 속에서
안주하게끔
제약하고 있었음을
썩어 문드러지게
하고 있음을

글과 책이 아니었더라면
어찌 깨달을 수 있었으랴.

매트릭스에서
네오에게 모피어스가 내민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

나에게도 내민다면

이 만들어진 세상 속에서
나는 어떤 알약을
선택할 하루인가

샤 나그바 임무루 이쉬디 마티

나라의 기초인 심연을 본 자

길가메시 서사시 제 1토판 1행
158.p

새끼 거북이들의 여정은 어미 거북이로부터 시작된다. 어미 거북이가 바다를 횡단해 자신들의 고향인 해안까지 헤엄쳐 오는 과정은 매순간이 죽음과의 사투다.
바다의 파도가 가장 높은 날, 그리고 여름 중 가장 뜨거운 날, 어미 거북이는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174.p

알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깨고 나와야 할 경계다. 신비롭게도 새끼거북이는 알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무기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카벙클이라고 불리는 임시 치아가 그것이다. 새끼는 무작정 알 안에 안주하고 있다가는 금방 썩어 죽게 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내가 안주하고 있는 환경이 나의 멋진 미래와 자유를 억제한다면 자신만의 카벙클을 만들어 그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알의 내벽을 깨지 못한다면 새끼 거북이는 자신을 억누르고 규정하며 정의하는 환경을 세상의 전부라 여긴 채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그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176.p

단단한 알을 깨느라 카벙클이 온통 부서지고 피가 난 새끼 거북이를 맞이하는 것은 아빠 거북이도 엄마 거북이도 아니다. 바로 어미 거북이가 알을 낳고 덮어놓은 30센티미터 두꼐의 모래다.
새끼 거북이들이 이 견고한 모래성을 뚫고 나오는 데는 자그마치 3일에서 7일의 시간이 걸린다. 이 때 새끼 거북이의 몸무게는 알을 꺠고 나왔을 때에 비해 약 30퍼센트 정도 줄어 있다.178.p
우여곡절 끝에 새끼 거북이들은 바다에 도착한다. 바다는 이들에게 천국인 동시에 지옥이다. 그들이 향해 가는 곳은 바다의 가장 밑바닥인 심연이다. 그곳에는 이들을 위협하는 큰 물고기들이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수압이 높아서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등닥지와 배딱지를 단단하게 만드는 수련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새끼 거북이들은 자신들만의 인생 여정을 시작한다.

바다거북이의 생후 1년간의 바다 생활을 관찰한 이는 거의 없다. 그래서 이 기간은 실종의 기간으로 불린다. 이 1년을 홀로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비로소 바다 거북이로서의 삶을 시작할 수 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알로 인식하는 순간 입 안에서 카벙클이 돋아난다. 카벙클은 내가 갇혀 있는 이 세계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도구이다. 이 카벙클로 우리는 편견과 상식, 전통과 관습, 흉내와 부러움이라는 알을 꺠고 더 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180-1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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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건
의문이 아니라 질문이다.

내가 남들보다 왜 작게 가졌는가라고 묻는 의문이 아니라

내게 불필요한 것을 가지진 않았는가라고 묻는 질문이다.

인디언 아라파호 족은 3월을 이렇게 부른다.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

100년도 살지 못하는 주제에
오늘이 영원하다 내 가진 것이 영원하다 착각 속에 사는 동물은 인간 뿐이다.

모든 것은 변하고
모든 것은 사라질 것이다.
한결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기에
아무것도 있을 수 있는
오늘 하루

더하기 보다는 빼기
곱하기 보다는 나누기가
충만한 하루되었으면 좋겠다

그가 인디언이든 아니든, 누구나 홀로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도 자주, 특히 이른 아침이면 홀로 깨어 평원에 어리는 안개와 지평의 한틈을 뚫고 비쳐오는 햇살 줄기와 만나야 한다. 어머니인 대지의 숨결을 느껴야 한다. 가만히 마음을 열고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보거나 꿈꾸는 돌이 되어 봐야 한다. 그래서 자기가 대지의 한 부분이며, 대지는 곧 오래 전부터 자기의 한 부분이었음을 꺠달아야 한다. 인디언 천막을 열면 들판으로 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델라웨어 족 상처입은 가슴의 이야기중에서

매는 느린 놈을 잡았고, 그 때문에 저처럼 느린 놈들은 자기를 닮은 느린 자식들을 세상에 내보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 매는 빠른 놈의 알이거나 느린 놈의 알이거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메추라기 알을 먹어치우는 들쥐 수천 마리를 잡아먹지. 이런 식으로 매는 자연의 이치를 따르고 있다. 어느 면에서는 메추라기를 돕고 있는 거여.

필요한 만큼만 갖는 것, 그것이 자연의 이치다. 사슴 사냥을 할 때도 가장 훌륭하고 멋진 놈을 잡아선 안 된다. 그중 작고 느린 놈을 잡아야지. 그러면 사슴들은 더욱 강해지고 그래서 늘 우리에게 고기를 마련해 주게 되지. 표범이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너도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 자연의 이치를 지켜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꿀벌만이 저한테 필요한 것 이상을 모아둔다. 그러니까 결국은 곰이나 사람한테 꿀을 빼앗기고 말지. 안간들 중에도 그런 자가 있다. 제 몫 이상을 저장하고 저 혼자만 잘 먹고 지내려는 자들이지. 결국은 빼앗기기 마련이야. 그 때문에 전쟁을 하게되고.. 그들은 필요도 없는데 제 몫 이상을 차지하려고 허튼 소리를 다 늘어놓는다. 또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자기가 더 많이 가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지. 사람들은 그런 명분과 허튼 소리 때문에 목숨까지 잃는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다고 해서 자연의 이치가 바뀌어지진 않아.

할아버지는 소리내어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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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걸으며 얻은 깨달음 하나
1만 보를 꼬박꼬박 채우기 위해선 1만 보를 쳐다볼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여기서 1보를 늘려두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나중에 해야지 하고 미루어두는 것은 절대 나중에 하지 못하는 게 세상 이치다.

나중에 부자가 되어
나중에 여유를 가져
기약없는 거대하고 번쩍이는 것들에게 내 인생의 우선 순위를 내어줄 게 아니라

오늘 지금 당장 바로 여기서
스쳐지나는 소소하지만 반짝이는 것들로
우선순위를 채워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하루 되시길

산속을 달리는 소박한 기차
스쳐 지나가는 산 경치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인생의 흐름이라고 해도 좋을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작은 기차.
그래도 도중에 수많은 역에 정차해 차를 마시거나 선물을 사기도 한다. 내리고 싶은 사람은 잠깐 내려서 쉬었다 다시 기차에 올라 앞으로 나아간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내 인생이니까. 35.p

장대하고 아름다운 것에 압도되는 순간. 굉장하다! 멋지다!하고 순수하게 감탄하는 마음. 이것은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난 듯한 그리움과 비슷햇다. 어른이 되면 저도 모르게 자신의 창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놓게 된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흠칫거리며.
그래서 가끔은 창문을 활짝 열고 싶어진다. 내 경우,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 가장 활짝 열리는 것 같다. 65.p

흔히 기회의 신은 앞에만 머리카락이 있어서 지나간 뒤에 잡으려고 하면 뒷머리가 없기에 잡지 못한다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 번의 큰 기회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그런 화려하고 큰 기회보다는 눈앞에 나타난 일을 할까?말까? 판단하여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나에게도 붙잡지 못한 기회가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두 번의 기회 쯤은 인생 전체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94.p

평소 일상생활에서 해야지, 해야지 생각했던 일을 하지 못하고 지내다 보며 마치 먼지처럼 마음속에 쌓이는 것 같다. 독서도 그렇다. 이것도 읽고 싶고 저것도 읽고 싶어 산 책이나 다른 사람이 재미있다고 추천한 책. 점점 방에 쌓여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소중한 것을 잊은 채 혼자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 같은 불안한 기분이든다. 1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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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박완서의 말>중에서

딸 가진 부모의 마음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펭귄씨와 부엉씨가
성공한 전문가, 직장인이 되든
한 가문의 대모가 되든
현명한 아내가 되든
아이들의 다정한 엄마가 되는 것보단
지구정복이나 우주정복 정도는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아이들에게
나의 욕심 욕망을 투영시키기 보단

나부터 좋은 아빠는 못되더라도
나쁜 아빠는 되지말자고
스스로 다짐과 실천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오늘의 우리 시대 어떻게 보시는지요?

궁극적으로 작가는 사랑이 있는 시대, 사랑이 있는 정치, 사랑이 있는 역사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고로 우리는 사랑이 있는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어요 (...) 사랑이 가슴에 차 있지 않은 사람에게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해방의 세계란 과학도 지식도 이론도 아니고 사랑의 힘이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39.P

신여성이 뭔데?하고 내가 물으면 어머니는 "신여성이란 공부를 많이 해서 이 세상 이치에 대해 남자들처럼 모르는게 없고 마음먹은 건 뭐든지 마음대로 할수 있는 여자란다"하셨어요. 말하자면 어머니가 딸에게 건 최고의 기대인 신여성은 당시로선 가장 팔자 사나운 여자들이었지요. 그러면서도 딸이 팔자 사나울까 봐 두려워했던 어머니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우습고 슬프게 느껴져요. 그러나 어머니의 그런 신여성에 대한 투지가 없었던들 나는 그 벽촌 어디쯤에 묻히고 말았겟지요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 오늘날에도 내가 딸에게 우리 어머니가 나에게 한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순을 반복하고 있어 부끄럽습니다.(...) 딸 중엔 남자도 하기 힘든 전문직을 가진 애도 나왔고 큰 딸도 좋은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결혼했어요. 그런데 가정을 가진 여자가 일을 갖기 위해서 딴 여자를 하나 희생시켜야 한다는 걸 뒤늦게 꺠달은 느낌은 매우 낭패스러운 것이었어요. 결국 나는 나의 일이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 여자는 뭐니뭐니 해도 가정을 잘 지키고 아이 잘 기르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쪽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말았어요.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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