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란은 정해진 것이 없으나
사람의 일로 예측가능한 것.

역사는 언제나 반복된다.

1592년의 저들
2019년의 우리
무엇이 달라져 있던가.

류성룡은 해전에서의 승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승전 상황을 <징비록>의 기록에 이렇게 남겼다.

대개 적군은 본디 수군과 육군이 합세하여 서쪽으로 내려오고자 하였던 것인데, 이순신의 이 한 번의 싸움에 의하여 드디어 적군의 한쪽 세력을 꺾었기 때문에, 행장이 비록 평양을 점령하였으나 형세가 외로워져서 감히 더 나아가지 못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도, 충청도와 황해도, 평안도 연해 지역 일대를 보전함으로써 군량을 보급시키고 조정의 호령이 전달되도록 하여 나라의 중흥을 이룰 수가 있었다. 또 이로써 요동의 금주, 복주, 해주, 개주와 천진 등 지역도 또한 소란을 당하지 않아서, 명나라 군사가 육로로 나와 구원함으로써 적군을 물리치게 된 것이 모두 이순신의 한 번 싸움에 이긴 공이었으니, 아아, 이것이 어찌 하늘의 뜻이 아니겠는가! 이순신은 이내 삼도의 수군을 거느리고 한산도에 주둔하여 적군이 서쪽으로 내려오는 길을 막았다. p.99

고신인 나는 아주 보잘 것 없는 존재라서
나랏일이 뒤집히기 일쑤였네
외람되이 삼접의 총애를 받아
쓸데없이 대신의 자리만 축냈네
받은 은혜 갚지 못했으니
만 번 죽어도 책임이 남으리
군마 사이를 쏘다니며
애써 근력을 다 바쳤네
살수 연안에서 바람 맞으며
파주 눈 속에서도
들판에서 잠을 잤네
허물이 쌓이고 산처럼 겹쳤는데
효과 있는 계책은 조금도 없다네
치란은 정해진 것이 없으나
사람의 일로 점칠 수 있는 것
곰곰이 생각하니 난리 초기에
단속이 혹 치밀하지 못했다네
조정에는 사람만 앉아 있고
변방에는 썩은 나무가 많다네
인정이란 천만 가지라서
세상 의논에는 번복이 많다네
기강이 이미 풀려 있어
만 가지 계책이 허사로 돌아가네
천 명이 시급하다기보다
장수 한 명 얻기 너무 힘들어
그림 속의 떡은 먹을 수 없는 것
금항아리가 이로써 이지러졌네
양을 잃었으니 우리를 보수해야 하고
말을 잃었으니 마구를 고쳐야지
지난 일은 그랬다손 치더라도
다가올 일은 그래도 미치지 마련이지
누가 능히 이런 뜻을 진술하여
하나하나 임금께 들려줄까?
<서애전서>1권 ‘감사;연작시 중에서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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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광장에 한 표

처음으로 연속물 책을 읽은 것은 사토 사토루 씨의 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 시리즈였다. 한 청년과 코로보쿠루 들의 이야기로 초등학생 때 친척이 사줘 정신없이 읽었다. 아마 네다섯 권짜리였던 거로 기억한다.

중학교 시절에는 책을 별로 읽지 않았다. 조금은 읽었을테지만, 생각이 나지 않는다. 창가의 토토 를 읽고 감동한 것은 기억난다.
고등학생 때, 문득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를 읽고 싶어져서 아버지에게 사달라고 부탁했더니, 아버지는 자주 가는 헌책방에서 사다주었다. 사춘기인 나는 조금 결벽증이 있어써 헌책방에서 사다주었다. 사춘기인 나는 조금 결벽증이 있어서 헌책을 만지기가 싫었다.
그러나 기껏 사다주엇는데 읽지 않기도 그래서 마지못해 책을 펼쳤는데, 이게 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문고본은 어른이 읽는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익숙해저서 몇번이고 다시 읽었다, 헌책이라는 사실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 때는 수업중에 아카가와 지로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유행해서, 친구들이 모두 돌려가며 읽었다. 이 사람이 범인 이라고 누군가가 도중에 낙서를 해놓아 웃기도 했다.

톰 소여의 모험도 빨간 머리 앤도 스무 살 전후에 읽고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톰 소여의 모험은 지금도 좋아하는 부분을 종종 읽는다. 톰의 아주머니가 사실은 톰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혼자 몰래 기뻐서 우는 장면, 나는 이 부분에서 매번 운다.

책이란 건 참 좋다. 책은 언제라도 자신만의 비밀의 광장으로 데려다 준다. 50~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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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사라지기 전에
태양이 팽창하여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을 삼키고 수축하여 블랙홀이 된다고들 하는데

이 블랙홀에서 지구를 구하는 방법은
지구 통째로 우주여행을 하는 행성우주선으로 만들거나
우주 콜로니로 이주나 테라포머를 통한 행성 개척 후 이주가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긴 하다.

우리가 속한 우주 자체가 수축되거나
팽창하는 저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차원이동으로 다른 우주로 이동해야 된다는 게 결론.

아무리 용을 써도
우주자체가 사라진다는데
급우울해진.

이 다음의 천 년.

2019년에서 3019년이 될 때까지
지금의 어리석음을 멈추고
운좋게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는 종이 된다면

150억년 정도 뒤의 아이들이
다른 우주로 탈출방법을 찾길 바라며

150억년 전 조상 중에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기도한 사람이
하나 정도 있었다고 알아주면 좋겠는데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우주의 총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며 우주가 계속 팽창하면 물질과 열이 넓게 퍼지면서 온도가 점차 낮아진다. 별들은 더이상 빛을 발하지 않고 밤하늘은 칠흑처럼 어두워질 것이며, 온도는 절대온도 0K에 가까워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분자조차도 움직일 수 없다.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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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과 하지 않은 일 사이에서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
사이에서

걱정만 하기 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쌓아가다보면

주섬주섬 주워다가
주머니 속 간직하다보면

언젠가는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일어날 일도 모두
이루어졌다.

오늘은 방청소를 해야겠군.


세상은 ‘생각만 하는 사람‘과 ‘생각이 떠오르면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서 언급하고 주변 사람들의 참견과 만류와 의심을 모두 감당하면서도 실천까지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해보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실천을 일으키는 동력이었다. 성공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느꼈던 ‘해보고 싶다‘는 감정을 소중히 보살피면서 그것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본다. 그 감정이 강하고 순수할수록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을 넘어서서 계획한 바를 구현해나간다. 그 거침없는 기세가 이윽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을 불러 모은다.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보는 것, 단지 그뿐이다. 133-1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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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진 시절과
함께 동거하는 나날들 중에
이런 문장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거기서는 더는 쓸쓸해하지 마시길


결국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내 졸렬이다. 
내 눈에서 진행되는 욕망의 움직임이다. 
내 얼굴에 자주 들어오는 실망과
물대포의 추위다. 
한사코 그 돌담길을 걷다가 쓸쓸했던 이유는 
내 욕망에는 육체의 비밀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쓸쓸해진 시절과 함께 동거하는 나날이 
많을 때 한사코 눈앞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지워버리려고 하는 것도 
욕망의 표현이 아니었는가. 
욕망과 당신이 다음 내 시집의 
주제어는 아닐까? 1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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