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든
글쓰기이든
생이든
삶이든
임계점을 돌파해야 한다.

방대한 양의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쌓아온 지식이 지혜로 
바뀌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은 어제까지 변함없는 
평범한 인간이었던 존재조차 별안간 
전혀 다른 존재로 만들어준다. 

이것은 정말이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안다. 
그 어느 순간이 오기까지는 
책을 읽고 습득한다는 것이 
마치 기나긴 고행처럼 무의미하고 
힘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학문의 즐거움보다는 
숙제를 한다는 무거움만이 
나를 엄습할 때도 있다. 
그런데 독서가 즐거운 것은 
바로 그 누구에게든 이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이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깨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것이 오랫동안 쌓아왔던 
수백만 개의 지식 위에 
단 하나의 지식이 얹어지는 순간 
통섭의 경지에 오르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 생각한다. 

하나의 커다란 실타래로 
파편적으로 나열된 사실들을 꿰어내듯 
도처에 흩어져 있던 인과관계와 
법칙들이 나의 것으로 자리 잡는다. 
무엇을 읽어도 이해가 되고
지금 읽은 것이 과거에 읽은 어느 한대목과 
결합되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것이 바로 ‘순간‘을 경험한 사람의 변모한 모습이다.

센다 다쿠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서점에 있다 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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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의 중얼거림도
신형철의 읊조림도
좋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기억

보내는 편지

머지않아 날은
어두워질 것입니다

인적이 끊긴 길에서 뒤를 돌아보는 것은
지금껏 온 길을 다시 가야 할 길로 만드는 일이지만

오늘은 이곳에
가장자리가 헌 배낭을 내려둘 것입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유난히 원색을 좋아해서

이른 저녁부터
집 안 선반마다 놓인 그릇들은
가난한 제 빛을 밝힐 것입니다

물론 그쯤 가면
당신이 있는 곳에도 밤이 오고

꼭 밤이 아니더라도
허기나 탄식이나 걱정처럼
이르게 맞이하는 일들 역시 많을 것입니다

조촐하게 시작된 박준의 시 쓰기가 많은 독자를 얻어 나가는 과정을 얼마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본 이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거기에 속한다. 이 예외적인 성공이 그의 시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가로막는 일이 될까 염려되었다. 팔리는 책만 따라 읽는 일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팔리는 책이라면 무조건 낮춰 보는 것 역시 경박한 일인데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그런 협량한 선입견 없이 박준의 시를 읽으면 그의 시가 갖춘 미덕이 눈에 더 넓게 들어올 것이다.

신형철 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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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십 일을 필 수 없다.

나비와 벌은
지나갈 뿐이고

꽃은 피면 지는 법이다.

쓸모 있는 나무는
가장 먼저 베어져서 사용되어진다.

쓸모 없는 나무가
가장 나중까지 숲을 이루고 산맥을 거느린다.

채우고 가져서 쓸모있음으로
가장 먼저 베어지는 사람이 되기 보단

비우고 버려서 쓸모없음으로
가장 나중까지 자신만의 숲을 이루는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램이다.

결국 쓸모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꽃이 피면 나비와 벌이 찾아가듯이. 나비와 벌을 유혹하기 위해, 쓸모 있기 위해 꽃은 더욱 아름답고 쓸모 있게 피려고 할 것이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다. 내 인생의 꽃도 나비와 벌이 찾아들 수 있게 나의 어떤 면모가 쓸모 있게 피느냐 아니냐의 차이에 따라 나의 인생 전반의 값어치 또한 달라질 것이다.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사람은 이름을 남기느냐 아니면 자신만의 또 다른 무엇인가를 남기느냐 하는 것이다.

쓸모 있는 인생의 값어치를 만들어가는 우리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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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한 말 늘어놓는 이 만나거나
빼곡한 글자가 적힌 책을 보면
쉬 피곤하거나 질리는 이치와 같을 터

바람이 지나갈 자리는

사람들과 함께 있든
혼자 있든
항상
필요한 자리이다.

생을 삶으로 바꾸려는 노력들에게서
채우고 가지려는 앞서려는 수고들에게서
조금은 멀어지기 위한
바람자리로 자리매김하고픈 토요일.

늘 지키고자 하는 태도가 있다. 친할수록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 한국에서는 여자들끼리 친해지면 유달리 ‘언니, 동생‘하며 길을 갈 때도 팔짱을 끼고 딱 붙어 걷는 등 허물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는 그런 문화가 독특하게 느껴졌다. 정을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당연할 수도 있지만, 나는 마음은 내주어도 호칭부터 만남까지 적당한 선을 지키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을 넘어서면 인간관계가 무너지는 것도 한 순간이다

어린 시절부터 외국을 오가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타인과의 관계에 고민이 많았다. 누군가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늘 ‘바람이 지나갈 자리‘ 정도의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듣자마자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꼬집은 말이라며 무릎을 탁 쳤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려고 하다 중심을 잃으면 관계도 쉽게 어그러질뿐더러 상처 받기 십상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나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함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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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는게 능사는 아니지만
깊이 읽기 위해선
많이 읽어야만 합니다.

압도적인 양이 쌓이면
질은 반드시 변화하게
되어 있습니다.

많이 읽으면
많이 쓰게 되고

많이 쓰게 되면
넓게 읽게 되고

넓게 읽게 되면
깊게 쓰게 되고

깊게 쓰게 되면
깊게 읽게 됩니다.

능사는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독서칠결은 성문준이 신량을 위해 써준글이다. 독서에서 유념해야 할 일곱 가지를 들어 경전공부에 임하는 자세를 말했다. 서문을 보면 13세 소년은 워낙 재주가 뛰어났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가늠하는 저울질의 역량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문선 을 읽는데 어디서부터 들어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첫째, 한 권당 1~2년씩 집중하여 수백 번씩 줄줄 외울 때까지 읽는다. 다 외운 책은 불에 태워 없애버릴 각오로 읽어야 한다. 그래야 어느 옆구리를 찔러도 막힘없이 나온다.
둘째, 건너뛰는 법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읽어야 한다. 어렵다고 건너뛰고 막힌다고 멈추면 성취는 없다.
셋째, 감정을 이입해서 몰입해야 한다. 논어를 읽다가 제자가 스승에게 질문하는 대목과 만나면 자기가 묻는 듯이 하고, 성인의 대답은 오늘 막 스승에게서 처음 듣는 것처럼 하면 절실해서 못알아들을 것이 없게 된다.

넷째, 계통을 갖춰서 번지수를 잘 알고 읽어야 한다. 군대의 대오처럼 정연하게 단락과 구문의 가락을 질서를 갖춰 읽는다. 덮어놓고 읽지 않고 기승전결의 맥락을 두어서 읽는다. 전체 글의 어디쯤에 해당하는지 따져가며 본다.

다섯째, 낮에 읽고 밤에 생각하는 방식으로 되새겨 읽는다. 부산한 낮에는 열심히 읽어 외우고, 고요한 밤에는 낮동안 익은 글에서 풀리지 않는 부분을 따져서 깨친다.

여섯째, 작자의 마음속 생각을 얻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엣사람의 기백을 내 안에 깃들이려면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제거해서 조아한 습속을 밑동째 뽑아버려야 한다.

일곱째, 읽는데 그치지 말고 자기 글로 엮어보는 연습을 병행하는 것이다. 안으로 구겨넣기만 하고 밖으로 펼침이 없으면 독서의 마지막 화룡점정은 이뤄지지 않는다.

옛사람에게 독서는 소설책 읽듯 한차례 읽고 치우는 행위가 아니었다. 추려서 새기고 따지고 가려서 꼭꼭 씹어 자기화하는 과정이었다. 성현의 말씀이 내 안에 걸어들어와 내 삶의 전반을 변화시켰다. 많이 읽는 것만 능사가 아니고 깊이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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