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떠나고 한참 뒤, 미국 대기업 유나이티드 프루트가 이곳에 진출했다. 그리고 바나나와 목재를 수출해 수억 달러의 이윤을 남겼다. 하지만 풍토병이 퍼지면서 바나나로 돈을 버는 시대도 끝났다. 그 후 이 지역 사람들은 열대 우림 벌목으로 생계를 이어 갔다. 지난 50년 동안155만헥타르(서울 면적의 약 26배)에 달하는 산림이 벌목과 농업으로 손실되었다. 미스키토 지역의 산림 파괴에 대한 니카라과 환경 단체의 반발이 심해지자 니카라과 정부는 2006년 5월, 마호가니와 삼나무, 포초테,소나무, 맹그로브, 케이폭 나무에 대해 10년간 벌채 및 수출 금지령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바닷가재잡이는 마지막 남은 돈벌이 수단이었다. - P29
다이버들에게 수심계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얼마나 깊이 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일부 미국의 바닷가재잡이와 관련된 기업들은 그물로잡은 바닷가재만 구매할 수는 없다고 시인하면서도 ‘오직 얕은 바다에뛰어내려 손으로 잡은 바닷가재만 사들인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여기서 15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는데 다이버들이 얼마나 깊이 잠수하는지 무슨 수로 안단 말인가? 다이버 스스로도 자신이 어디까지 잠수하고 있는지 모른다. 모든 다이버가 해협의 바닥 근처까지 가 보았다고 말했다. 배의 GPS를 보면 적어도 수심 30~40미터까지 내려간 것이 틀림없었다. 오전 작업이 끝나면 작업할 때마다 그 정도 깊이를 네댓 번씩 오르내렸다. 오전작업이 끝나면 생선과 밥으로 점심을 먹고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오후 작업을 시작했다. 다이버 한 사람이 하루에 30미터 깊이를 총 열 번씩 왕복한다. 배에 탄 다이버 중에 가장 어린 사람은 열다섯 살이었다. 젊은이들은 회사가 식사에다 공기통 비용까지 대주고 있으므로 자신들이 제도 다이버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했다. 에수에라에서 온 열일곱살짜리 소년 에두아르도는 ‘최소한 굶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그러다가 망가지는 몸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 P37
샌디 베이는 코카인으로 번 돈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개발 프로젝트를진행했다. 그 덕분에 새집과 학교, 교회가 들어섰다. 이것은 마약 거래가 야기한 여러 가지 모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코카인은 심각한 사회적문제를 일으켰지만, 동시에 부 역시 가져다주었다. 다른 경제적 기회가전혀 없는 상황에서 코카인 무역이 경제 발전의 원천이 되었다. 빌위에서 온 전도사, 카를로스 코핀은 샌디 베이의 미스키토 지역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그에게 코카인이 정부보다 지역 사회 발전에더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건 물어보나 마나죠. 당연히 코카인이 정치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도움이 됐습니다. 안타깝지만 마약이 큰 공을 세운 것이 사실이에요. 저아름다운 집들을 보세요. 다 마약으로 지은 겁니다. 이건 세금과 같습니다. 학교나 교회는 정부가 세워 주지 않았어요. 다 어부들이 주운 물건에서 난 돈으로 지은 거죠. 마약에서 번 돈으로 학교도 세우고 교회 지붕도 바꿨습니다. 여기 목사들은 마약을 판 돈에서 자기 몫을 못 받으면성을 냅니다. 신자 한 사람이 15킬로그램짜리를 발견한다고 칩시다. 1킬로그램에 3500달러(388만 원)쯤 하니까 15를 곱하면 5만 2500달러5820만원)잖아요. 목사들은 여기에 십일조(10퍼센트)를 요구합니다. ‘신께서 주신 5250달러(582만원)는 어디에 있는가? 이러면서요." - P45
노먼은 니카라과 정부에 손을 벌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이 공급망에서 가장 강력한 축은 니카라과 정부가 아니라, 미국 레스토랑과 해산물 기업이다. 그들이야말로 다이버들의 작업 환경에 가장 큰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존재다. 많은 기업이 공정한 거래와 사회적 책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선의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사업적인 이유도 깔려 있다. 노골적으로 말해 ‘윤리적‘인 것이 잘 팔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레드랍스터 컴퍼니의 메뉴판에는 자사가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해양 보존에 힘쓰고 있으니 고객님 앞에 놓인 음식은 맛도 훌륭할 뿐 아니라 기분까지 좋게 해 준다는 자랑스러운 문구가 실려 있다. 그러나 메뉴판 어디에도 니카라과 다이버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공급망의 이런 어두운면에 대해 묻자 다든(레드 랍스터 컴퍼니의 모회사)의 구매 및 조달 부서 상무, 빌 허지그가 이렇게 응수했다. "저희 상품 설명서에는 다이빙을 해서 포획한 바닷가재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언급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수확한 바닷가재만 취급합니다. - P48
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윤리적 무역은 분명큰 사업이 되고 있다. 대기업이 이런 새로운 윤리적 이상을 옹호하는 이유가 얼마나 진실한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은 윤리 인증이 경쟁 우위를 점하는 데 유용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미국의 레드 랍스터 컴퍼니는레스토랑의 모든 메뉴판에 윤리적인 자격 요건을 갖췄다며 자랑스레 홍보한다. 이를 통해 고객 충성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을 기대한다. 맥도날드는 열대 우림 동맹과 계약을 맺음으로써 커피 판매량이 크게 상승했다. 윤리적인 행위로 인해 실적이 좋아졌다는 것으로 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스키토 해안의 상황을 직접 보고 온 나로서는 전체 그림이 언제나 장밋빛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고무적인 일들이 과연 타당한지 의심해 봐야 한다. 더불어 윤리적 무역 자체가거대한 사업이 된 뒤에도 순수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 따져 봐야 한다. - P57
댄은 소비자가 게으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강한 소비자는 어지간해서는 브랜드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댄이 말했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브랜드를 바꾸려고 하지 않아요. 그저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내 차가 제일 좋아. 내 커피가 제일 좋아. 그리고 사람들은캐드버리나 네슬레 같은 유명한 대형 브랜드의 제품이 공정 무역을 위해)품질을 희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자신이 가난한 농부들을 지원하면서 더 윤리적인 소비를 한다고 느끼길 원하지만, 그렇다고 품질이 낮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을 구매하려 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대기업의 해법은 명백하다. 팔고 있는 제품을 그대로 생산하되, 소비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윤리적 로고를 붙이면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는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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