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벤담은 여기에 한가지 윤리적 단서조항을 단다. 즉, 자신의 선택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할 때, 개개인은 쾌락의 총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공리주의 운동이 모토로 삼은 "최대다수를 위한 최대 행복greatest happiness for the greatestnumber"이다. 그리고 책임감 있는 정부의 입법자들은 이것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
벤담은 모든 사람은 행복의 양을 정하는 데 차별이 있을 수 없다고주장함으로써 민주주의자들에게 감격의 눈물을 선사했다. 다시 말해, 행복과 고통의 정도는 계급이나 신분의 차이에 상관없이 같다는 것이다. - P201

이처럼 밀은 부자들에게 소득세 감면 혜택을 줬던 반면, 상속세에 대해서는 다소 엄격했다. 그는 여러 철학 및 경제학 저술들에서 결과의 균등equality of results‘ 보다는 ‘기회의 균등equal opportunity‘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부모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는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대해 불공평한 우위를 점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은 땀을 흘려 더 많은 부를 창출하려고 하기보다는 부모가 가지고 있는 부에 안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밀은 소득세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느슨했던 반면, 상속세 inheritance tax 에 대해서는 엄격했을까? 밀은 누진세와 달리 상속세에 높은 세금을 물린다고 해서 그것이 노동의욕을 떨어뜨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상속 재산은 상속받는자가 직접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선publicgood 을 위해 제한을 받아야 한다"고 썼다. - P225

그러나 밀의 구제 수당은 이보다도 훨씬 더 엄격했다. 그는 구제 수당을 받는 빈민들(특히 신체 건강한 빈민들의 노동 의욕을 고취시키기위해 그들이 구제 수당을 받는 대가로 수행하는 노동, 즉 공공근로가일반 노동자의 노동보다 더 고역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가오늘날 시행되는 재교육 프로그램을 생각해내지는 못했지만, 밀은 여기에서 다시 한 번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는 구제 수당이 너무 쉽게 분배될 경우, 구제 수당을 받는 가난한가정의 자식들이 신성한 노동 윤리 work ethic 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있다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구제 수당이 너무 많으면 빈민들의 출생률만 높일 뿐 생활 조건 향상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입장에서 밀은 구제 수당이나 임금을 높이자는 사회주의적이고 낭만주의적인 정책들은 반대했다.  - P231

 그래도 간략히 요약하면, 밀은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두 입장 사이에서 최대한 중립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극단적인 자유방임주의의 입장을 거부했던 그는 자유방임의 기본 전제만을 받아들였다. 반편, 정부의 개입에 대해서는 더 큰 행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경우에 한에서만 인정했다. 밀은 "더 큰 선이 필요로 하지도 않는데, 자유방임을 포기하는 것은 확실히 악이다" 라고 주장했다. 물론 과세, 화폐 발행, 국방, 법질서 확립 등 국가가 개입해서 해야 할 일들이 분명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 교육, 그리고 사업규제 같은 것들은 국가가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 분야들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선택적 optional‘ 기능들은 각각의 경우에 따라 개입을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밀은 국가복지보다는 사적인 자선 사업을 선호했지만, 이런 자선 사업이 부분적인 성공 밖에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누가 한 푼이라도 더준다면 좋아하겠지만, 부자들이 직접 나서서 그렇게 할 가능성은 거의없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무임승차free-rider‘ 효과 때문인데, 무임승차란 자신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해 놓은 일에 편승해 같은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따라서 밀은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을 부양하기 위해 과세의 힘 taxing power 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232

변증법적 방법과 모든 경제 현상을 불변적인 인과관계로 간주하는뉴턴적 경제학 접근방법을 비교해보자. 헤겔의 변증법적 관점에서 오직 불변적인 것은 변화 그 자체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불변적인 것이다.
마르크스는 변증법적 방법과 유물론 materialism 을 결합했다. 뒤에 엥겔스는 이것을 변증법적 유물론dialectical materialism 또는 역사유물론historical materialism 이라 이름 붙였다. 헤겔의 머리가 구름 너머 저편에 있었다면, 마르크스는 코를 땅에 박고 문지르고 싶어 했다. 마르크스는 역사는 땅에 뿌리를 박고 있다고 말했다. 종교, 윤리, 또는 민족주의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창밖을 내다봐라. 인간이 한갓 목숨을 부지하기위해 얼마나 애쓰고 발버둥치고 있는지 똑똑히 보라. 인간 없는 역사는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빵 없이 인간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최초의 역사적 행위는 이런 필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을 생산하는 것이다."  - P251

마르크스에 의하면 사적 소유 제도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지배 계급은 대중을 현혹한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에게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하고, BMW를 구매하는 꿈을 꾸도록 한 것은 바로 유인suggestion 과 설득persuasion 의 힘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개인들은 이런 꿈을 외부의 유인과 설득의 힘이 아닌 자기 자신의 고유한 것으로 생각하고, 따라서 그것들을 내면화하기나 주관화한다. 다시 말해, 그것을 외부에서 주입된 의식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런 기존 지배 관계의유지에 관여하는 관념, 법, 윤리를 상부구조superstructure 라 불렀다.
마르크스는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A Contribution to the Critique of Political Economy》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물질적생활의 생산 양식이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지적 생활을 조건 짓는다.(...) 인간의 의식이 그들의 존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의 사회적 존재가 그들의 의식을 결정한다."
- P253

마르크스에 따르면, 생산 과정의 기술이 바뀌면 기존의 생산 과정에일대 변화가 일어난다. 새로운 생산 기술이나 방법은 토지, 노동, 그리고 자본의 양과 질을 바꾼다. 발견, 발명, 교육, 인구 증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물질적 생산력은 동적 dynamic 이다. 이렇게 새로운 생산력이 더해지면서 오래된 생산 과정은 폐기된다. 예를 들어, 노예제는 토지 대비 노동자의 비율의 높을 때 이윤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랙터나 수확기의 생산성이 노예보다 더 효율적이거나 노동자 인구가 상승하면, 노예제는 이윤을 많이 낳지 못할 것이다. 즉, 미래의 생산력은 새로운 생산 과정에 달려 있다.
그러나 정치, 윤리, 그리고 법 제도 전반은 낡은 방법에 의존한다는것을 잊지 말자. 즉, 생산력이 발전한다고 해서 이런 제도들이 발맞춰 신속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산업혁명 이후에도 성직자들은 여전히 노예 제도가 신의 왕국으로 가는 첩경이라고 설교했다. 이것은 성직자들의 마음과 중세 성당의 대리석에 새겨진 영원불멸의 진리였다. 여기에서 엿볼 수 있듯이 상부구조는 정적 static 이다.
구(舊) 지배 계급이 낡은 관념을 틀어쥐고 새로운 경제발전을 저해함으로써 역동적인 역사 과정을 방해할 때 투쟁이 일어난다. 마르크스는 수동 제분기가 중세 영주를 낳았고, 증기 제분기가 산업자본가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세 영주는 기존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산업자본가들과 대립한다.  - P255

예를 하나 들어보자. 영희는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재봉사로 무대의상을 제작하거나 수선하는 일을 하고 있다. 보통 관객들은 배우들이 뜯어진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있는 의상을 수선하는 영희의 바느질은 공연에 10달러의 가치를 더한다. 그러나 그녀가 바느질에 대한 댓가로 받는 보수는 6달러 밖에 되지않는다. 즉, 공연 단장이 매일 공연마다 4 달러의 잉여가치를 영희에게서 빼앗아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잉여가치대 보수(임금)의 비율, 즉 6분의 4가 착취율 ratio of exploitation 이다. "그런데 왜 영희는 자신이 공연에 온전히 기여한 10달러에 대해 지불을 요청하지 않을까? 그것은 바로 실업 문제에 있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실업을 발생시키며, 산업 예비군 reserve army이 영희가 더 높은 보수를 요구할 때를 대비해 언제고 대기하고 있다. 더구나 그녀는 생산 수단인 재봉틀, 무대 의상, 또는 무대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단장이다. 생산 수단을 통제함으로써 단장은 영회가 속해 있는 노동시장을 지배한다.
그 전에 단장은 무슨 기준으로 영희의 보수를 6달러로 책정했을까? 일단 단장은 자신이 고용하는 노동자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임금만 지불하면 그만이다. 영희의 보수가 6달러로 책정된 것은 그것으로 그녀의삶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그녀는 최저임금을 받은 것이다. 만일 그녀가 시간 당 1달러를 받는다면, 그녀는 하루 여섯시간 노동으로 최저 생계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단장은 여섯 시간이 지났는데도 영희에게 계속해서 일을 시킨다. 그는 그녀에게 더 많은 일감을 안겨주며 더 많은 시간을 일하도록 강요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단장은 그녀에게 하루 일당 6달러를 주며 4시간이나 더 많은 10시간 노동을 시킨다. 그 결과 영희는 자신을 위해 6시간을 이하고, 나머지 4시간은 단장을 위해 일하는 꼴이다. 4시간의 잉여(시간 또는 노동)는 곧장 단장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단장은 바느질 한번 하지 않고 손쉽게 돈을 벌었다. - P266

왜 노동자들은 최저 임금만을 받을까? 앞서 말했듯이, 상품의 가치는 상품에 투입된 노동의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노동(력) 또한 하나의 상품이다. 따라서 노동(력)의 가격은 노동자의 생산 및 유지, 즉 재생산에 필요한 화폐량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최저 임금이다.
일반적으로 자본가는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생산한 것을 구매할 수있을 만큼 충분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일정한 몫을 받기 위해 투쟁한다. 앞서 살펴본 예에서, 공연 티켓가격이 10달러라고 한다면, 비록 영희가 공연에 10달러의 가치를 추가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받는 보수로는 공연 티켓을 구할 수 없다. 혹시 영희가 공연 배우의 상반신만 보겠다고 약속한다면, 단장이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살 수 있게 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만일 이윤이 노동 착취에서 비롯한다면, 이윤율은 생산된 잉여가치의 양 대 총 투하된 자본(불변 자본과 가변 자본)의 비율이라 정의할 수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이윤율을 r, 생산된 잉여 가치의 양을 s, 불변 자본을 c, 가변 자본을 v라고 했을 때, 이윤율 r = s/(c+v)라는 공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자본가는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을 늘림으로써 이윤을 높일 수 있다.  - P268

b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경제력 집중을 자본의 집적centralization 및 집중 concentration표현했다. 자본의 집적이란 자본이 잉여 가치 또는 이윤의 일부를 생산 규모의 확대에 사용함으로써 자본 규모 및 생산 규모가 확대되는 것을 말한다. 자본 축적과 같은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본의 집적 증대는 자본의 축적을 증진하지만, 자본가의 재산이 상속에 의해 분할되는 경우 또는 잉여 가치가 원래의 자본으로부터 분리해서 독립된 새로운 개별 자본으로 기능을 할 경우에는 자본가의 수가 증가하고, 자본 축적은 분산하는 형태로 집적된다. 그러나 그 이외의 자본의 집적은 사회적 자본의 축적에 의해 제한된다. 반면, 자본의 집중은 둘 이상의 자본이 각각의 자립성을 잃고 결합, 합병 또는 흡수 등에 따른 자본의 가치 증대이다. 그것은 자본가에 의한 자본가의 수탈로 다수의 소자본이 소수의 대자본에 흡수되는 것이어서 축적이나 집적과는 달리 사회적 자본의 축적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 않는다. 이처럼 정의상 집적과 집중은 명확히 구별되지만, 사회적 축적 과정에서 양자는 자본의 축적을 기초로 해서 자본의 집중이 일어나고, 이 집중에 의해 집적이 촉진되는 식으로 서로 작용한다. 그리고 자본의 집적과 집중의 진전에는 경쟁과 신용이 가장 강력한 지렛대 역할을 한다. 또한, 그것은 자본의 동원을 조장해 주식회사 제도의 전개를 촉진시키고, 주식 지분의 지배 집중에까지 이르게 한다. 또한 자본의 집적과 집중의 상호규정적 진행은 개별 자본의 거대화와 시장 집중도의 고도화를 가져오고, 시장 참여를 매우 어렵게 해서 소수 거대 자본의 독점적 시장 지배, 독점화 경향을 초래한다. - P271

그러면 마르크스가 자신의 ‘노동가치설‘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는 상상력과 기업가 정신 entrepreneurship을 간과했다. 부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유형재의 투입만으로는 부족하다. VCR(카세트 녹화기)를 개발하는데 새로운 유형의 재료나 더 철저한 노동 착취 방식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당시 비디오 산업은 다음 두 가지를 필요로 했다. 즉, 발명과 투자에 대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 그것이다. 구소련 시절에 러시아인들이 미국산 데님 청바지를 그렇게 갈망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구소련이 질 좋은 옷을 생산할 수있는 면화나 노동자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상상력, 혁신, 규율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비유형적인 요소가 성공적인 기업들과 나라들을 그렇지 않은 기업들과 나라들과 나뉘는 기준이다. - P278

처음부터 마르크스는 비록 말년에 후진 농업 국가였던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는 했지만, 공산주의를 고도로 산업화된 나라들에서나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러시아 혁명 이후, 스탈린Joseph V. Stalin 은 유럽에서 가장 후진적인 농업 국가였던 러시아를 산업국가로 발전시키기 위해 어려운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 체제에서 ‘소유권에 대한 전제적인 침해‘ 방식으로 공산당선언》에 나와 있는 10가지 계획 가운데 (1) 토지에 대한 소유를 폐지하고, 모든 지대를 공공의 목적을 위한 사용한다고 한 것과 (9) 농업과 제조업을 결합하고, 인구를 진국적으로 좀 더 균등하게 배치함으로써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점진적으로 폐지한다고 한 제안에 따라 농민들을 집단농장 및 국영 농장에 강제로 편입시켰다. 1932년에서 1933년의 추운겨울 동안, 스탈린은 이런 강제 편입에 대한 저항을 분쇄하기 위해 수백만 농민들을 아사시켰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저항이 거세게 일어났는데, 그 결과 인명 피해도 다른 곳에 비해 더 컸다."
스탈린 이전에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Vladimir L. Lenin 역시 사회주의러시아를 건설하면서 같은 정치적 난관에 봉착했었다. 그의 집권 시기동안,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는 정당 독재로 변모했다. 그리고 이 독재는 소련이 붕괴되던 1989년도까지 지속됐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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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사회라고도 할 수 있는 성과사회는 서서히 도핑사회로 발전해간다. 그와중에 "브레인도핑" 처럼 부정적인 표현은
"신경 향상 neuro-enhancement"으로 대체된다. 도핑은 말하자면 성능 없는 성과를 가능하게 한다. 
••••••
 만일 스포츠에서도 도핑이 허용된다면 경기는 약학적 경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약물 금지만으로 몸뿐만 아니라 인간 전체가 하나의 성과기계가 되어 원활한 작동으로 최대의 성과를 산출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발전 경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핑은 단지 사회적 발전 경향의 결과일 뿐이다. 생동성 Lebendigkeit이란 본래 매우 복합적인 현상이지만, 그런 사회적 변화 속에서 생명 기능과 생명 활동으로 환원되고 만다.
성과사회 활동사회는 그 이면에서 극단적 피로와 탈진 상태를 야기한다. 이러한 심리 상태는 부정성의 결핍과 함께 과도한 긍정성이 지배하는 세계의 특징적 징후이다. 그것은 면역학적 타자의 부정성을 전제하는 면역학적 반응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해 유발되기 때문이다. 과도한 성과의 향상은 영혼의 경색으로 귀결된다. - P65

성과사회의 피로는 사람들을 개별화하고 고립시키는 고독한 피로다. 그것은 한트케가 「피로에 대한 시론」"에서 "분열적인 피로"라고 부른 바 있는 바로 그 피로다. "둘은 벌써 끝없이 서로에게서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각자 자기에게 가장 고유한 피로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것은 그러니까우리의 피로가 아니었고, 이쪽에는 나의 피로가 저쪽에는 너의 피로가 있는 꼴이었다." 이런 분열적인 피로는 인간을
"볼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는다. 오직 자아만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나는 그녀에게 ‘나는 너한테 지쳤어‘라고 말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냥 지쳤어‘라는 말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함께 그렇게 외쳤다면 우리는 각자의 동굴에서 해방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토록 심한 피로 때문에 우리에게서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영혼이 다 타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피로는 폭력이다. 그것은 모든 공동체, 모든 공동의 삶, 모든 친밀함을, 심지어 언어 자체마저 파괴하기 때문이다.  - P66

 영감을 주는 피로는 부정적 힘의 피로, 즉 무위의 피로다. 원래 그만둔다는 것을 뜻하는 안식일도 모든 목적 지향적 행위에서 해방되는 날,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염려에서 해방되는 날이다. 그것은 막간의 시간Zwischenzeit이다. 신은 창조를 마친 뒤 일곱째 날을 신성한 날로 선포했다. 그러니까 신성한 것은 목적 지향적 행위의 날이 아니라 무위의 날, 쓸모없는 것의 쓸모가 생겨나는 날인 것이다. 그날은 피로의 날이다. 막간의 시간은 일이 없는 시간, 놀이의 시간으로서 본질적으로 염려와 노동의 시간이라고 할 수있는 하이데거의 시간과 구별된다. 한트케는 이러한 막간의 시간을 평화의 시간으로 묘사한다. 피로는 무장을 해제한다. - P72

 자아는 타자와 대립하는 가운데 스스로를 정립한다. 이로써 자아와 타자를 분리하는 경계선이 유지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자는 타자와의 대립을통해 자신의 위치를 설정하는 것이다. 반면 나르시시즘에서는 타자와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나르시시즘적 장애를 겪는 사람은 자기 자신 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리하여 타자관계가 소실되고 이에 따라 안정된 자아의 이미지도 형성되지 못한다. - P88

 세네트에 따르면 완성을 통해 자아와 무관하게 존속하며 자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어떤 객관화할수 있는 형태가 생겨나기 때문에, 나르시스적 개인은 의도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뭔가 완결하기를 회피한다는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객관적으로 유효한, 최종적으로 완성된 형식이 불가능하다는 사회적 조건이 주체를 자기자신의 나르시스적 반복으로 몰아가고 있고, 그런 까닭에 주체는 하나의 형태, 안정적인 자아상, 확고한 성격에 이르지못하는 것이다. 즉 어떤 목표를 달성했다는 느낌은 자아 감정의 고양을 위해 의식적으로 "회피"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목표를 달성했다는 느낌 자체가 결코 찾아오지 않는 것이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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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아침 다섯시가 되자, 기상을 알리는 신호 소리가 들려온다. 본부 건물에 있는 레일을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다. 손가락 두 마디만큼이나 두껍게 성에가 낀 유리창을 통해 단속적인 음향이 희미하게 들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조용해진다. 날씨가 춥다보니 간수도 오랫동안 두드리고 있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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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말한 "중단하는 본능"이 없다면 행동은 안절부절못하는 과잉활동적 반응과 해소 작용으로 흩어져버릴 것이다.
순수한 활동성은 그저 이미 존재하는 것을 연장할 뿐이다. 진정 다른 것으로의 전환이 일어나려면 중단의 부정성이 필요한 것이다. 행동의 주체는 오직 잠시 멈춘다는 부정적 계기를 매개로 해서만 단순한 활동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우연의 공간 전체를 가로질러 볼 수 있다. 머뭇거림은 긍정적 태도는아니지만, 행동이 노동의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데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다. 오늘날 우리는 중단, 막간, 막간의 시간이 아주 적은 시대를 살고 있다.  - P49

 반면 분노는 현재에 대해 총체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분노의 전제는 현재 속에서 중단하며 잠시 멈춰 선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분노는 짜증 Arger과 구별된다. 오늘의 사회를 특징짓는 전반적인 산만함은 강렬하고 정력적인 분노가 일어날 여지를 없애버렸다. 분노는 어떤 상황을 중단시키고 새로운 상황이 시작되도록 만들 수 있는 능력이다. 오늘날은 분노 대신 어떤 심대한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는 짜증과 신경질만이 점점 더 확산되어간다. 사람들은 불가피한 일에대해서도 짜증을 내곤 한다. 짜증과 분노의 관계는 공포와 불안의 관계와 유사하다. 공포가 특정한 대상에 관한 것이라면 불안은 존재 자체의 문제이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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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종과 다문화로 구성된 미국 같은 사회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던
‘용광로melting pot‘는 ‘샐러드 그릇 salad bowl‘으로 바뀌면서 찬장 한구석으로 처박혀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은 지 오래됐다. 샐러드 그릇이란 서로 문화적 통합성을 이루기보다는 각각의 인종 집단이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서로에 대해 동화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을 뜻한다. 같은 동족들 사이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는 가르치라는 압력을 받기도 하지만, 중국의 젊은이들조차 그들이 미국 문화에 너무 빠르게 동화되면 서로 ‘바나나 banana‘ (원래는 미친(놈)이란 뜻의 속어지만, 여기에서는 겉은 중국인이지만, 속은 백인처럼 생각한다는 뜻에서)라며 놀려댄다. - P143

경제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문제에 더 많은 우려를 표시한다. 즉,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새롭게 몰려오는 이민자들의 소득수준이 아일랜드인, 독일인, 이탈리아인, 폴란드인, 그리고 유대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토착민들의 소득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는가, 아니면 그것에 미치기는커녕 공적부조public assistance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이민 정책이 엄격하지 않은 것에 다소 위안을 삼기는하지만, 최근의 데이터에는 큰 우려를 표시한다. 그들은 왜, 어떤 우려를 표시할까? 기술적인 발전으로 인해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비숙련 노동자들이 주류사회에 포함되거나 상류 계급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 P143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자유무역은 교역상대국이 경제적으로 앞서 있는 그렇지 않든두 나라 모두에 이롭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두 나라의 국민들이 더 많은 제품을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리카도가 곡물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프랑스 농민들이우리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하는데, 프랑스 식랑을 먹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그 시간에 다른 유용한 일을하는 편이 낫다." - P161

리카도가 《정치경제학 및 과세의 원리》를 출간하고, 하원의원으로선출돼 의회에 나가 자유무역을 외쳤을 무렵, 노동자들은 임금의 절반가량을 곡물로 만든 빵을 구입하는 데 지출하고 있었다. 따라서 값싼곡물의 수입을 막는다는 것은 노동자들에게나 그들의 고용주에게나 모두 손해였다. 더구나 보호무역론자들 protectionists 은 다른 나라에 더 많은 재화와 용역을 판매함으로써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리카도는 "지주 계급의 이익은 항상 사회의 다른 계급의 이해와 대립한다"고 했는데, 이로 인해 그는 지주들의 미움을 샀다.
그의 치밀한 논리와 설득력 있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리카도는 의회를 설득하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통과된 곡물법은 리카도가 세상을 떠난 지 20여 년이 지난 1846년이 되어서야 폐기됐다. 하지만 리카도는 후대 경제학자들을 설득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들은 보호 무역 정책은거의 항상 경제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특정 계급이나 집단에게만 이득이 될 뿐이라는 리카도의 견해에 동의했다. - P162

교역을 허용함으로써 각국가는 자국의 국민들에게 한정된 자원을 생산성이 낮은 산업에서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옮겨가도록 강제한다. 이렇게 각 나라가 한정된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각 나라의 국민들은 적은 희생으로 더 많은 재화를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산업구조조정이 일어날 경우 생산성이 낮은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경영자들에게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생산성이 낮은 산업을 보호할 경우 더 큰 댓가를 치르게 되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따라서 정부는 산업 구조 조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실직자들에게 실업 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직접 보상을 하거나. 아니면 재교육을 통해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것이 더 나을 것이다.  - P166

일반 사람들은 경제학자들의 유머 감각을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다음 글은 한번 쯤 읽어볼만 하다. 1840년대 프랑스 정부가수입 관세를 올려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를 내리자 프랑스 태생의 정치경제학자 끌로드 프레데릭 바스티아Claude Frédéric Bastiat 는 다음과같은 풍자를 통해 프랑스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비판했다. 사회과학의 역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풍자 글이다.

양초, 양초 심지, 랜턴, 촛대, 가로등, 촛불 고개, 그리고 소화기 제조업자들과 석유, 수지(獸脂, 동물 기름), 수지(樹脂, 송진), 알코올 생산업자들, 그리고 기타 조명 제조와 관련이 있는 업자들로부터 고명하시고 존경하옵는 하원의원님들께 의원님들
우리는 지금까지 빛 light 을 생산하기 위해 우리보다 월등히 좋은 조건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한 외국의 경쟁자와 피 말리는 싸움을 하느라온갖 고초를 다 겪고 있습니다. 그는 정말 믿기지 않는 엄청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빛 시장을 휩쓸고 있습니다. (•••) 이 경쟁자는 다름 아닌태양 sun 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경쟁자로부터 국내 및 제조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 가지 법안을 통과시켜 주실 것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각 가정이나 건물의 모든 창문, 지붕창, 채광창, 집 안팎의 덧문, 커튼, 여닫이 창, 채광을 위한 둥근 창bull‘s eyes, 현창 그리고 블라인드 등, 간단히 말해 빛이 새어 들어올 만한 모든 문과 창문, 구멍, 틈새, 그리고 균열을 닫거나 막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이렇게 자연이 집안이나 건물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것을 가능한 차단할 수 있다면, 인공광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프랑스 산업은 더욱 번성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인공광을 생산하기 위해 수지 (獸脂)를 소비할수록, 소와 양에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원리는 해운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 P168

왜 리카도는 무덤에서 단잠을 자고 있는 애덤 스미스를 억지로 깨워기분을 언짢게 하려고 했을까? 스미스는 농업 생산성은 장기적으로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고, 반면 산업 생산성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것을 현대 경제학 용어로 옮기면, 그는 농업에 대해서는 수익 불변 constant return 의 법칙을, 그리고 산업에 대해서는 수확 체증increasing returns의 법칙을 적용한다. 그리고 이 결과 사회의 모든 부분이 번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리카도는 이와 반대로 산업에대해 수익 불변의 법칙을, 농업에 대해 수확 체감decreasing returns 의 법칙을 적용했다. 물론 리카도는 주기적인 기술 개발이 경제가 정체되는것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제를 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윤율 저하경향은 "생필품 생산과 관련이 있는 기계의 향상에의해, 뿐만 아니라 농업분야에서 노동력의 수요를 줄이고, 따라서 노동자의 주요 생필품 가격을 떨어뜨리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어느 정도 시간 차이를 두고 계속해서 저지된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이 항상 우리를 구해줄 것이라고 믿고 마냥 정신줄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 P179

맬서스는 곡물법 문제에 있어서 리카도의 두 가지 주장인 지대 분석과 그의 농업 생산에서의 수확 체감 현상은 상당부분 수용했지만, 다음 네 가지 근거를 토대로 그의 분석을 비판했다.
첫째, 곡물법이 곡물 가격을 상승시켜 국내 곡물 생산량을 사실상 증가시킨다.
둘째, 곡물은 국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상품이기 때문에 해외 수입에 의존하거나 외국 생산자들의 손에만 맡길 수 없다.
셋째, 노동자의 임금은 곡물 가격에 따라 지불되기 때문에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 사실상 노동자의 임금도 상승한다. 따라서 맬서스는 임금은 항상 곡물 가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리카도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현대 경제학 용어로 바꿔 말하면, 리카도는 ‘명목nominal‘ 임금이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실질real‘ 임금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곡물 가격 상승으로 임금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전보다 더 많은 것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카도에게 맬서스의 주장은 군중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봉급을 두 배로 인상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독재자처럼 들렸을 것이다. 군중들은 일제히 환호한다. 다음 날, 군중들은 흥분된 마음으로 식료품 등 생필품을 사기 위해 근처 상점으로 발길을 향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상점에 진열되어 있는 물건의 가격이 전날에 비해 2배로 오른 것이 아닌가!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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