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사회라고도 할 수 있는 성과사회는 서서히 도핑사회로 발전해간다. 그와중에 "브레인도핑" 처럼 부정적인 표현은
"신경 향상 neuro-enhancement"으로 대체된다. 도핑은 말하자면 성능 없는 성과를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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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스포츠에서도 도핑이 허용된다면 경기는 약학적 경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약물 금지만으로 몸뿐만 아니라 인간 전체가 하나의 성과기계가 되어 원활한 작동으로 최대의 성과를 산출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발전 경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핑은 단지 사회적 발전 경향의 결과일 뿐이다. 생동성 Lebendigkeit이란 본래 매우 복합적인 현상이지만, 그런 사회적 변화 속에서 생명 기능과 생명 활동으로 환원되고 만다.
성과사회 활동사회는 그 이면에서 극단적 피로와 탈진 상태를 야기한다. 이러한 심리 상태는 부정성의 결핍과 함께 과도한 긍정성이 지배하는 세계의 특징적 징후이다. 그것은 면역학적 타자의 부정성을 전제하는 면역학적 반응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해 유발되기 때문이다. 과도한 성과의 향상은 영혼의 경색으로 귀결된다. - P65

성과사회의 피로는 사람들을 개별화하고 고립시키는 고독한 피로다. 그것은 한트케가 「피로에 대한 시론」"에서 "분열적인 피로"라고 부른 바 있는 바로 그 피로다. "둘은 벌써 끝없이 서로에게서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각자 자기에게 가장 고유한 피로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것은 그러니까우리의 피로가 아니었고, 이쪽에는 나의 피로가 저쪽에는 너의 피로가 있는 꼴이었다." 이런 분열적인 피로는 인간을
"볼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는다. 오직 자아만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나는 그녀에게 ‘나는 너한테 지쳤어‘라고 말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냥 지쳤어‘라는 말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함께 그렇게 외쳤다면 우리는 각자의 동굴에서 해방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토록 심한 피로 때문에 우리에게서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영혼이 다 타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피로는 폭력이다. 그것은 모든 공동체, 모든 공동의 삶, 모든 친밀함을, 심지어 언어 자체마저 파괴하기 때문이다.  - P66

 영감을 주는 피로는 부정적 힘의 피로, 즉 무위의 피로다. 원래 그만둔다는 것을 뜻하는 안식일도 모든 목적 지향적 행위에서 해방되는 날,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염려에서 해방되는 날이다. 그것은 막간의 시간Zwischenzeit이다. 신은 창조를 마친 뒤 일곱째 날을 신성한 날로 선포했다. 그러니까 신성한 것은 목적 지향적 행위의 날이 아니라 무위의 날, 쓸모없는 것의 쓸모가 생겨나는 날인 것이다. 그날은 피로의 날이다. 막간의 시간은 일이 없는 시간, 놀이의 시간으로서 본질적으로 염려와 노동의 시간이라고 할 수있는 하이데거의 시간과 구별된다. 한트케는 이러한 막간의 시간을 평화의 시간으로 묘사한다. 피로는 무장을 해제한다. - P72

 자아는 타자와 대립하는 가운데 스스로를 정립한다. 이로써 자아와 타자를 분리하는 경계선이 유지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자는 타자와의 대립을통해 자신의 위치를 설정하는 것이다. 반면 나르시시즘에서는 타자와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나르시시즘적 장애를 겪는 사람은 자기 자신 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리하여 타자관계가 소실되고 이에 따라 안정된 자아의 이미지도 형성되지 못한다. - P88

 세네트에 따르면 완성을 통해 자아와 무관하게 존속하며 자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어떤 객관화할수 있는 형태가 생겨나기 때문에, 나르시스적 개인은 의도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뭔가 완결하기를 회피한다는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객관적으로 유효한, 최종적으로 완성된 형식이 불가능하다는 사회적 조건이 주체를 자기자신의 나르시스적 반복으로 몰아가고 있고, 그런 까닭에 주체는 하나의 형태, 안정적인 자아상, 확고한 성격에 이르지못하는 것이다. 즉 어떤 목표를 달성했다는 느낌은 자아 감정의 고양을 위해 의식적으로 "회피"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목표를 달성했다는 느낌 자체가 결코 찾아오지 않는 것이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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