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이론roset theory(‘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에 관한 합리적 ‘이론‘으로 정의됨)의 창시자들 중 하나로, 노벨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은이를 멋지게 예증했다. 그는 피실험자들에게 한 영어 텍스트에서 무작위로 고른 단어가 철자 k로 시작할 확률이 더 높을지 아니면 k를 셋째 철자로 가질 확률이 더 높을지 추측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피실험자들의 다수는 전자의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즉 k로 시작하는 단어가 더 많다고추측한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영어 텍스트에서 k를 셋째 철자로 가진 단어는 첫째 철자로 가진 단어보다 약 2배 많다. 문제는 k를 셋째 철자로 가진 단어를 떠올리기가 훨씬 더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례들을 떠올리기 쉬울 때 확률을 과대평가하곤한다. 카너먼은 이 현상을 일컬어 가용성 어린규칙availability houristic 이라고 했다. 사례가 얼마나 쉽게 떠오르느냐는 언론 보도와 같은 외적인 영향에 크게 좌우된다. 그래서 실제로 범죄율이 떨어지고 있을 때도 언론 보도에 따라 대중들이 범죄를 우려하는 정도가 커질 수 있는 것이다. - P216

인간원리가 말하는 바는, 생명이 진화해서 우주를 관찰할 수 있으려면 우주가 생명의 진화를 허용하는 특징(기본상수들의 값을 가져야 한다는 것뿐이다. 요컨대 인간원리는 신비로운 구석이 전혀 없다.
인간원리의 귀결들은 선택의 법칙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인간원리는 무의미한 형이상학적 사변에 불과하다. 우리 우주의 나이는 약140억 년인데, 인간원리는 그 나이가 140억 년보다 더 적을 수는 없다고 말해준다. 왜냐하면 우리는 탄소에 기초한 생물이기 때문이다. 탄소는 별의 중심에서 헬륨이 융합하여 만들어진다. 따라서 인간이 존재하려면, 1세대 별들이 형성되고 폭발하여 탄소를 비롯한 무거운 원소들이 우주 곳곳에 퍼진다음에 그것들이 응축하여 행성이 형성되고 거기에서 탄소에 기초한 생명이 진화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이미 흘렀어야 한다. 실제로 계산해보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나려면 약 140억 년이 걸린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약에 우주의 나이가 140억 년보다 더 적었더라면,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면서 우주를 관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P259

이런 선택 전략은 7장에서 다룬 금융위기에도 적용된다. 거기에서 언급한 금융위기의 예들은 모두 확률이 아주 작아서 보렐의 법칙에 따르면 예상하지 말아야 할 사건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그런 사건을 목격한다는 사실은 어떤 대안적인 설명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그 대안적인 설명에서는 그런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통계 분포의 모양이 조금만 바뀌어도 그런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훨씬 더 커진다. 따라서 그런 사건은 예상할 만한 것이 된다. - P263

우연의 법칙은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방정식 E=mc2처럼 단일한 방정식이 아니라 함께 엮여서 서로를 강화하는 가닥들의 집합이다. 그 가닥들은 사건들, 사고들, 결과들을 연결하는 밧줄을 이룬다. 주요 가닥들은 필연성의 법칙, 아주 큰 수의 법칙, 선택의 법칙, 확률 지렛대의 법칙, 충분함의 법칙이다. 이가닥들 중에 하나만 작동해도 겉보기에 개연성이 극히 낮은 사건-예컨대한 사람이 여러 번 로또에 당첨되는 일, 금융위기, 예지몽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가닥들은 함께 엮여서 작동할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 P277

우연의 법칙을 구성하는 이 법칙들이 함께 작동한다면, 아래 열거한 것처럼 ‘이례적인 사건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 2007년 7월, 영국 햄프셔 주 헤일링 아일랜드에 사는 밥 굴드는 사다리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당연히 심한 통증을 느꼈겠지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굴드 씨가 다친 때로부터 한 시간 이내의 간격으로 그의 아들 올리버도 담을 뛰어넘다가 다리가 부러졌다. 두 사람 다 왼쪽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다. 굴드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몸놀림이 좀 어설퍼요."
• 일리노이 주 프리포트에 사는 매리 울퍼드는 네 딸의 생일을 기억하는 데 아무 문어났다. 태어난 해는 코니제가 없을 것이다. 그녀의 네 딸들은 모두 8월 3일에는 1949년, 산드라는 1951년, 앤은 1952년 수잔은 1954년이다. 
• 당신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영국 더들리에 사는 제이슨 케언스-로렌스와 제니케언스-로렌스가 어디로 여행할 계획인지 알아보고 그곳을 피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은 2001년 9월 11일 테러범들이 납치한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와충돌할 때 뉴욕에 있었다. 2005년 7월 7일 런던 지하철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을 때는 런던에 있었고, 2008년 11월 뭄바이에서 여러 목표물이 테러 공격을 당했을 때는 뭄바이에 있었다. 
• 변호사 존 우즈의 사연도 만만치 않다. 1988년 12월 21일, 그는 팬암 항공 103편기 예약을 취소했다.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 비행기는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폭파되었다. 1993년 2월 26일, 그가 세계무역센터 39층의 사무실에 있을 때 건물 1층에서 자동차에 실린 폭탄이 터졌다. 2001년 9월 11일, 그는테러범들의 비행기가 건물과 충돌하기 직전에 사무실을 떠났다.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화가 레인 카로신Raine Carosin은 2010년에 컴퓨터로 스크래블 게임(철자들을 배열하여 단어를 만드는 놀이-옮긴이)을 하다가 우연히 자신의 성āsda‘Carosin‘을 만들었다.
• 스웨덴 모라에 사는 레나 팔손은 1996년에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다. 16년 후 그녀는 텃밭에서 당근 하나를 뽑았는데, 다이아몬드가 박힌 백금 반지가 당근 트머리에 끼워져 있었다. 바로 그녀의 결혼반지였다. "

우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나면, 이 사건들은 전혀 놀랍지 않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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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자꾸만 아버지의영정을 곁눈질했다. 나도 아버지를 보았다. 고등학생 대따라가지 못했던 두 사람의 대화를 쉰 가까운 지금도 나는 따라갈 수 없었다. 질 게 뻔한 싸움을 하는 이십대의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목숨을 살려주었던 사람을위해 목숨을 걸려 했던 이십대의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영정 속의 아버지가 꿈틀꿈틀 삼차원의 입체감을 갖는 듯했다. 살아서의 아버지는 뜨문뜨문, 클럽의 명멸하는 조명 속에 순간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죽은 아버지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살아서의 모든 순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자신의 부고를 듣고는 헤쳐 모여를 하듯 모여들어 거대하고도 뚜렷한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아빠. 그 뚜렷한 존재를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불렀다. 아버지의 영정을 응시하던 그가 아직 이름도 모르는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흰자위가붉었다. 나의 눈도 그러할 터였다. 작은 상욱이, 김상욱씨가 가만히 눈물을 훔쳤다. - P181

세상은 이렇게나 좁고, 돌고 돌아 만난다. 학수는 아이 얼굴을 보고서도 자기가 도움을 준 할머니 핏줄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가 이 작은 세상에 만들어놓은 촘촘한 그물망이 실재하는 양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났다. - P239

"할배가 그랬는디, 언니가 여개서 썽을 냈담서? 할배가아줌마 궁뎅이 두들겠다고?"
아무튼 아버지는 제 허물도 제 입으로 까는 데 선수다.
그것도 이 어린아이를 상대로.
"그때게 할배 맴이 요상허드래. 아부지라는 거이 이런건갑다. 산에 있을 적보담 더 무섭드래, 경찰보담 군인보담 미군보담 더 무섭드래."
아버지 유골을 손에 쥔 채 나는 울었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이상한 인연 둘이 말없이 내 곁을 지켰다. 그들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져 나를 감쌌다. 오래 손에 쥐고 있었던탓인지 유골이 차츰 따스해졌다.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이 아닌,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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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평생 당하고만 살지는 않았다. 당하지 않으려고 사회주의에 발을 디뎠고, 선택한 싸움에서 쓸쓸하게 패배했을 뿐이다. 아버지는 십대 후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여든둘 된 노동절 새벽,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짊어졌다. 사회가 개인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이렇게까지가혹하게 묻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수 있다.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빨갱이 새끼들은 다 때려죽여야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치렀고, 아직도 휴전 중인 데다 남북의 이데올로기가 다르니 의견의 합치를 보기는 진작에 글러먹은 일, 게다가 나는 옳고 그름을 따질 만한 주제도아니다.
다만 당하기로 따지자면 내가 더 당했다. 아버지는 선택이라도 했지, 나는 무엇도 선택하지 않았다. 나는 빨갱이가 되기로 선택하지 않았고, 빨갱이의 딸로 태어나겠다 선택하지도 않았다. 태어나보니 가난한 빨갱이의 딸이었을 뿐이다.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군들 빨갱이의 딸을 선택하겠는가. 선택할 수만 있었다면 나는 당연히 이부진이나김태희의 삶을 선택했을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빨갱이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난 황사장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 P76

"민족이고 사상이고, 인심만 안 잃으면 난세에도 목심은 부지하는 것이여."
자신도 고씨처럼 인심을 잃지 않았으니 빨갱이라도 고향서 살 수 있다는 의미인 듯했다. 한때 적이었던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어울려 살아가는 아버지도 구례 사람들도 나는 늘 신기했다. 잘 죽었다고 침을 뱉을 수 있는 사람과 아버지는 어떻게 술을 마시며 살아온 것일까? 들을수 없는 답이지만 나는 아버지의 대답을 알 것 같았다. 긍게 사람이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아버지는 말했다. 긍게 사람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실수투성이인 인간이 싫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관계를 맺지 않았다. 사람에게 늘 뒤통수 맞는 아버지를 보고자란 탓인지도 몰랐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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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 P7

민중이었던 방물장수와의 하룻밤 동침도 내켜하지 않았던 어머니가 낯선 사내의 손을 덥석 잡고는 한없이 다정하게 토닥였다. 어렸던 그때도 지금도 나는 저러한 급작스러운 전이가 도무지 이해되질 않는다. 사상이란 저렇듯 느닷없이 타인을 포용하게 만드는 대단한 것일까. 내 부모에게는 그랬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저 느닷없는 친밀감과 포용이 퍼스트클래스에 탄 돈 많은 자들끼리의 유대감과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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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에 선택의 법칙이 하는 역할은 헛간 벽에 그려진 표적이 하는 역할과 유사하다. 당신이 화살을 쏜 다음에 표적을 그린다면, 표적의 정중앙에 화살을 쉽게 꽂을 수 있다. 또한 당신이 과거의 주가를 돌이켜본다면, 언제 주가가 치솟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주가가 치솟을 미래 날짜를 예측하는것보다 훨씬 쉽다. 위대한 물리학자 닐스 보어 Niels Bahr 에 따르면 "예측은 매우어렵다. 특히 미래에 대해서는 미래를 내다보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내려 애쓰는 대신에 과거를 돌아보며 실제로 일어난 일을 살피면 판단이 옳을 확률을 0에서 1로 바꿀 수 있다. 이런 행동을 ‘예측prediction‘과 대비해 ‘사후예측postdiction‘이라고 한다. - P149

예측과 사후예측의 극명한 대비는 도처에서 나타난다. 한 예로 큰 재난을당한 뒤 사람들은 "왜 우리는 재난을 예상 못했을까?"라고 물으면서 처음부터 징후들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9-11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그랬다. 문제는 위험 징후가 대체로 수많은 다른 조짐과 사건 사이에 숨어 있다는 점이다. 사후에 조각들을 맞춰 그것들이 연속적인 사슬을 이루어 참사로 이어졌음을 보여주기는 쉽다. 그러나 사전에는 수많은 조각들과 잠재적사슬들이 존재한다. 어떤 사건들이 서로 관련이 있는지 알아내기란 불가능하다. 조각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조각들을 맞출 수 있는방식의 수가 엄청나게 많으며 또한 어느 한 방식을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정보가 입수됨에 따라 기억을 소급해서 조정함으로써 재난에 이른 사슬을 확인하고는 사후에 "자, 이걸 보라고, 위험 징후가 우리 눈앞에 있었어!"라고 말하는 본능적인 경향이 있다. 이를 ‘사후설명 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한다. 이것은 오래된 개념이며 선택의 법칙이 나타나는 한 방식이다. - P149

골턴은 부모에게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자식에게는 덜 극단적으로나타날 가능성이 높음을 발견했다. 예컨대 어머니와 아버지의 키가 모두 매우 크면, 자식의 키는 크기는 해도 부모보다는 평균에 더 가까운 경향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키가 작은 부모는 평균보다 작지만, 자신들보다는 큰 자식을 낳는 경향이 있었다. 골턴은 다른 유전적 특징들에서도 똑같은 현상이나타난다고 보았다. 마치 어떤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세대들을 끌어당겨 평균 키에 가까워지게 만들기라도 하는 듯했다. 골턴의 천재성은, 이렇게 대상들을 다시 평균 쪽으로 끌어당기는 외견상의 힘이 단지 통계적 선택 현상의결과 (비록 그는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선택의 법칙의 발현일 뿐임을깨달은 데 있다. - P158

평균으로의 회귀 효과는 어디에나 있다. 일단 이 현상에 대한 경계심을품고 나면, 어디에서나 이 현상을 볼 수 있다. 점수, 결과, 반응에 무작위성이 섞여 있는 경우라면 언제나 평균으로의 회귀가 일어난다. 예컨대 시험, 검사, 직장, 스포츠 경기 등에서 거둔 성적(실적)을 생각해보자. 진정한 실력,
성실성, 기타 요인들이 성적을 좌우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성적은 또한 어느 정도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은 시험당일에 기분이 특히 좋았거나 시험 문제가 우연히 예상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수 있다. 우수한 실적을 올린 것은 유망한 거래처의 대표가 알고 보니고교 동창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수한 성적에 끼어 있는 우연의 몫은 다음번에는 줄어들 개연성이 높은데, 그때는 마치 퇴보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평균으로의 회귀가 주는 교훈은 결과를 액면가대로 덥석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좋은 성적은 주로 우연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극단적으로 좋은 성적이 어느 정도는 ‘유리한‘ 우연에서 비롯된다면, 극단적으로 나쁜 성적도 어느 정도는 ‘불리한‘ 우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있을 것이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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