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종과 다문화로 구성된 미국 같은 사회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던 ‘용광로melting pot‘는 ‘샐러드 그릇 salad bowl‘으로 바뀌면서 찬장 한구석으로 처박혀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은 지 오래됐다. 샐러드 그릇이란 서로 문화적 통합성을 이루기보다는 각각의 인종 집단이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서로에 대해 동화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을 뜻한다. 같은 동족들 사이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는 가르치라는 압력을 받기도 하지만, 중국의 젊은이들조차 그들이 미국 문화에 너무 빠르게 동화되면 서로 ‘바나나 banana‘ (원래는 미친(놈)이란 뜻의 속어지만, 여기에서는 겉은 중국인이지만, 속은 백인처럼 생각한다는 뜻에서)라며 놀려댄다. - P143
경제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문제에 더 많은 우려를 표시한다. 즉,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새롭게 몰려오는 이민자들의 소득수준이 아일랜드인, 독일인, 이탈리아인, 폴란드인, 그리고 유대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토착민들의 소득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는가, 아니면 그것에 미치기는커녕 공적부조public assistance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이민 정책이 엄격하지 않은 것에 다소 위안을 삼기는하지만, 최근의 데이터에는 큰 우려를 표시한다. 그들은 왜, 어떤 우려를 표시할까? 기술적인 발전으로 인해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비숙련 노동자들이 주류사회에 포함되거나 상류 계급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 P143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자유무역은 교역상대국이 경제적으로 앞서 있는 그렇지 않든두 나라 모두에 이롭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두 나라의 국민들이 더 많은 제품을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리카도가 곡물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프랑스 농민들이우리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하는데, 프랑스 식랑을 먹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그 시간에 다른 유용한 일을하는 편이 낫다." - P161
리카도가 《정치경제학 및 과세의 원리》를 출간하고, 하원의원으로선출돼 의회에 나가 자유무역을 외쳤을 무렵, 노동자들은 임금의 절반가량을 곡물로 만든 빵을 구입하는 데 지출하고 있었다. 따라서 값싼곡물의 수입을 막는다는 것은 노동자들에게나 그들의 고용주에게나 모두 손해였다. 더구나 보호무역론자들 protectionists 은 다른 나라에 더 많은 재화와 용역을 판매함으로써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리카도는 "지주 계급의 이익은 항상 사회의 다른 계급의 이해와 대립한다"고 했는데, 이로 인해 그는 지주들의 미움을 샀다. 그의 치밀한 논리와 설득력 있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리카도는 의회를 설득하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통과된 곡물법은 리카도가 세상을 떠난 지 20여 년이 지난 1846년이 되어서야 폐기됐다. 하지만 리카도는 후대 경제학자들을 설득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들은 보호 무역 정책은거의 항상 경제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특정 계급이나 집단에게만 이득이 될 뿐이라는 리카도의 견해에 동의했다. - P162
교역을 허용함으로써 각국가는 자국의 국민들에게 한정된 자원을 생산성이 낮은 산업에서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옮겨가도록 강제한다. 이렇게 각 나라가 한정된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각 나라의 국민들은 적은 희생으로 더 많은 재화를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산업구조조정이 일어날 경우 생산성이 낮은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경영자들에게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생산성이 낮은 산업을 보호할 경우 더 큰 댓가를 치르게 되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따라서 정부는 산업 구조 조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실직자들에게 실업 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직접 보상을 하거나. 아니면 재교육을 통해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것이 더 나을 것이다. - P166
일반 사람들은 경제학자들의 유머 감각을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다음 글은 한번 쯤 읽어볼만 하다. 1840년대 프랑스 정부가수입 관세를 올려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를 내리자 프랑스 태생의 정치경제학자 끌로드 프레데릭 바스티아Claude Frédéric Bastiat 는 다음과같은 풍자를 통해 프랑스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비판했다. 사회과학의 역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풍자 글이다.
양초, 양초 심지, 랜턴, 촛대, 가로등, 촛불 고개, 그리고 소화기 제조업자들과 석유, 수지(獸脂, 동물 기름), 수지(樹脂, 송진), 알코올 생산업자들, 그리고 기타 조명 제조와 관련이 있는 업자들로부터 고명하시고 존경하옵는 하원의원님들께 의원님들 우리는 지금까지 빛 light 을 생산하기 위해 우리보다 월등히 좋은 조건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한 외국의 경쟁자와 피 말리는 싸움을 하느라온갖 고초를 다 겪고 있습니다. 그는 정말 믿기지 않는 엄청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빛 시장을 휩쓸고 있습니다. (•••) 이 경쟁자는 다름 아닌태양 sun 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경쟁자로부터 국내 및 제조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 가지 법안을 통과시켜 주실 것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각 가정이나 건물의 모든 창문, 지붕창, 채광창, 집 안팎의 덧문, 커튼, 여닫이 창, 채광을 위한 둥근 창bull‘s eyes, 현창 그리고 블라인드 등, 간단히 말해 빛이 새어 들어올 만한 모든 문과 창문, 구멍, 틈새, 그리고 균열을 닫거나 막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이렇게 자연이 집안이나 건물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것을 가능한 차단할 수 있다면, 인공광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프랑스 산업은 더욱 번성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인공광을 생산하기 위해 수지 (獸脂)를 소비할수록, 소와 양에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원리는 해운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 P168
왜 리카도는 무덤에서 단잠을 자고 있는 애덤 스미스를 억지로 깨워기분을 언짢게 하려고 했을까? 스미스는 농업 생산성은 장기적으로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고, 반면 산업 생산성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것을 현대 경제학 용어로 옮기면, 그는 농업에 대해서는 수익 불변 constant return 의 법칙을, 그리고 산업에 대해서는 수확 체증increasing returns의 법칙을 적용한다. 그리고 이 결과 사회의 모든 부분이 번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리카도는 이와 반대로 산업에대해 수익 불변의 법칙을, 농업에 대해 수확 체감decreasing returns 의 법칙을 적용했다. 물론 리카도는 주기적인 기술 개발이 경제가 정체되는것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제를 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윤율 저하경향은 "생필품 생산과 관련이 있는 기계의 향상에의해, 뿐만 아니라 농업분야에서 노동력의 수요를 줄이고, 따라서 노동자의 주요 생필품 가격을 떨어뜨리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어느 정도 시간 차이를 두고 계속해서 저지된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이 항상 우리를 구해줄 것이라고 믿고 마냥 정신줄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 P179
맬서스는 곡물법 문제에 있어서 리카도의 두 가지 주장인 지대 분석과 그의 농업 생산에서의 수확 체감 현상은 상당부분 수용했지만, 다음 네 가지 근거를 토대로 그의 분석을 비판했다. 첫째, 곡물법이 곡물 가격을 상승시켜 국내 곡물 생산량을 사실상 증가시킨다. 둘째, 곡물은 국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상품이기 때문에 해외 수입에 의존하거나 외국 생산자들의 손에만 맡길 수 없다. 셋째, 노동자의 임금은 곡물 가격에 따라 지불되기 때문에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 사실상 노동자의 임금도 상승한다. 따라서 맬서스는 임금은 항상 곡물 가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리카도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현대 경제학 용어로 바꿔 말하면, 리카도는 ‘명목nominal‘ 임금이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실질real‘ 임금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곡물 가격 상승으로 임금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전보다 더 많은 것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카도에게 맬서스의 주장은 군중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봉급을 두 배로 인상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독재자처럼 들렸을 것이다. 군중들은 일제히 환호한다. 다음 날, 군중들은 흥분된 마음으로 식료품 등 생필품을 사기 위해 근처 상점으로 발길을 향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상점에 진열되어 있는 물건의 가격이 전날에 비해 2배로 오른 것이 아닌가! - P1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