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정이 끝나는 마지막 날 점심시간 마침내 침묵의 계율이 풀렸다. 그동안 아무도 침묵을 갑갑해하거나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그리워하지 않았건만 혀가 풀리자 식당 안은 마치 폭죽이 터진 것 같았다. 웃고 떠들고 노래 부르고 포옹했다. 그건 말이 아니라 침묵이 터뜨린 폭죽이었다. 침묵이 피워낸 꽃이었다. 백화난만한 꽃밭. 침묵은 결코 우리를 가두지 않았건만 우리는 해방감을 느꼈다. 만약 갇혀 있었다면 결코 그런 해방감을 못 느꼈을 것이다. 침묵이란 지친 말, 헛된 말이 뉘우치고 돌아갈 수 있는 고향 같은 게 아닐까.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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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장류 중에서 인간은 일부일처제의 성향을 가장 많이 지니고 있다. 침팬지를 비롯한 다른 영장류는 번식기가 되면 암컷의 체의 생식기가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면서 번식할 준비가 되었다는 걸널리 광고한다. 그러나 인간 여성은 언제 배란을 하는지 본인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따라서 아무리 남편이라도 자기 아내가 언제 배란을 하는지를 알려면 날짜를 세는 수밖에 없다. 이른바 ‘은폐된 배란concealed ovulation‘이라고 불리는 이 독특한 진화 현상이 인간으로 하여금 일부일처제를 채택하도록 만들 수 있다. 침팬지를 비롯한 다른 영장류 수컷들처럼 여러 암컷에게 관심을 보이다 보면 이리저리 배란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 남성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은 한 여인을 선정하여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되도록 자주 잠자리를 하는 방법이다. 그래야 그 여인의 배란기에맞춰 짝짓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만큼 자신이 그 여인이 낳는아이의 아버지일 확률이 높아진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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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무엇인가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유연성이라는 것이다.
나는 특이점 해소에 도달할 때까지 두 번이나 본격적으로 달려들었으며 두 번 다 실패했지만, 그때마다 구태여 문제에 집착하지 않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해결 방법이 차단되면 장기에서 흔히 말하는 훈수 초단(訓手初段) 식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데까지 물러섰다. 그리고 아이디어와 이름의 준비가 스스로 성숙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만일 벽에 부딪쳤을 때 계속 문제에 집착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나는 꼼짝하지 않는 그 벽에 억눌려서 틀림없이 숨도 못 쉬게 되었을 것이다. 내가 유연하게 처신한 것은 정말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유연한 자세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중요하다. 성장해 가는 아이는 아주 귀여울 때가 있는가 하면 한없이 얄미울 때도 있다. 그러나 얄밉다고 해서 부모가 아이와 이별할 수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 벽에 부딪쳤을 때 내가 그랬듯이 한 발 거리를 두고 아이를 지켜 보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창조라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전에도 말했지만, 이점에서도 양자가 비슷하다. - P172

둘째는, 욕망이 창조에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어디까지나 자기 내부에서 생긴 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자기 자신의 욕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사회 풍조라든가,
유행이라든가, 혹은 매스컴이 제공하는 정보라든가 하는 것으로 형성된 경우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 P173

셋째는, 창조는 실제 만들어 보아야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는것이다. 프랭클린의 말을 되풀이하게 되는데, 그는 어떤 것이든 창조되고 나서야 비로소 의미가 생기고 스스로 걷기 시작한다고했다.
이미 말했듯이 특이점 해소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거의 그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내가 직접적으로 "쓸모없다."는 말을 들은 일도 있다.
그러나 이 정리가 만들어지자 이것으로부터 여러 가지 응용이론이 생겨났다. 나 자신이 발표한 응용도 있지만 계속해서 훌륭한 응용을 생각해 낸 사람은 다름아닌 그로센딕이다. 나의 특이점 해소 이론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던 그가, 이 정리가 생기기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새롭고 참신한 응용이론을 잇따라 발표하였던 것이다.
내가 창조한 정리가 스스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진심으로나는 프랭클린이 한 말의 참뜻을 맛보고 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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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중·고등학교 교육 환경은 후자에 해당되는 ‘오랜 시간 숙고하는 사고방식‘을 충분히 훈련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입학 시험을 통해 문제를 어떻게 단시간 동안풀 수 있는가 하는 전자의 사고 방식을 훈련시키는 것이 태반인것 같다. 이것은 불행하고 불완전한 교육이다. 장시간 동안 생각하는 훈련이 안 되어 있는 사람은 깊이 생각할 수가 없다. 따라서앞에서 말한 ‘지혜의 깊이도 키워지지 않는다. - P52

영어에 loneness(고독)와 loneliness(외로움)라는 단어가 있다. 이 두 단어의 뜻은 상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명확히 서로 대립하는 것이다. loneliness 는 loneness 로부터 도망치려고하는 인간의 감정을 나타낸 말이다. loneness 를 잃었기 때문에loneliness 가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loneness를 확고히 갖고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 어떤 사람과 어떻게 접하더라도 loneliness 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신조이다.
편견에서 벗어나 친구들이 가진 중요한 것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배우기 위해서도 자기 자신의 loneness 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 P81

이 세상에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하버드 대학 시절의 멈퍼드와 아틴이 그랬다. 그런 우수한사람들을 일일이 질투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그러한 영재들에게 얻어맞거나, 그들이 나와는 상대가 안 될 정도의 재능을 보였을 때 나는 혼자 이 노래를 부르면서체념하곤 했다. 체념한다고 해서 모두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의 목표를 확실히 잡으면서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질투심이 안 생긴다. 그리고 남을 질투하는 마음이 없으면 자기의 정신에너지가 조금도 소모되는 일이 없고 판단력도 둔해지지 않는다.
결국 그것이 창조로 이어져 갈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체념하는 기술을 알아두는 것, 그것은 창조하는 데 관련되는 정신 에너지를 제어하고 증폭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이다. - P99

"문제라는 것은 당신이 하는 방법과 반대로 구체적인 문제에서부터 자꾸 추상화시켜서, 마지막으로 제일 이상적인 형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가 이상적인 모양이 되면 자연히 풀릴 것입니다."
••••••
예를 들어 회사를 시작할 때 먼저 목표를 구체화시켜, 어떤 지역에서 얼마의 이윤을 내기 위해서는 회사 조직을 어떻게 만들어야 좋은가 하는 식의 사고방식으로는 오히려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단기적인 안목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이름난 일류 회사를 만들자고 생각하는 편이 그 회사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어서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문제를 이상적인 형태로 할 것, 또는 순수한 형태로 만들어 풀기 시작할 것. 이것도 창조에는 중요하다.
왜 그것이 중요한가? 지금 말했듯이 해결 방법론 면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지만, 또 단순명쾌한 이론을 결과로서 창조하기위해서는 그러한 작업을 해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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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생태계에는 이처럼 소수의 개체들, 심지어는 정자를 품은 한마리의 암컷에 의해 시작되는 개체군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다양하지 못한 유전자군으로 시작된 개체군에서 일어나는 각종 유전적 성향을 ‘창시자 효과 founder effect‘라고 한다. 영화 「블루 라군」의 경우처럼 정말 저 먼 외딴 섬에 몇 마리의 새 또는 곤충이 바람에 실려 가 새로운 개체군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육지에서도 때로 서식지가 단절되어 졸지에 적은 수의 개체들이 새로운 개체군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생태학자들은 이처럼 조각 나 고립된 서식지를 ‘서식지섬habitat island‘이라 부르는데 정작 물 위에 떠 있는 섬이 지닌 속성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지난 100여 년을 돌이켜 볼 때 물 위의 섬들은 그리 많이 생기지 않은 듯하나 서식지 섬들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우리 인간의 활동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자연 생태계는 점점 더 잘게쪼개지며 많은 개체군들이 아예 절멸extinct하거나 절멸할 가능성이농후한 병 bottleneck 상태에 빠졌다. - P56

비록 나는 이 글에서 진화는 결코 진보적 변화가 아니라고 역설하고 있지만 사실 진화 생물학계는 이 문제를 두고 두 진영으로 갈려있다. 다윈도 이 문제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양 진영을 왔다 갔다 한것처럼 보인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말했던 로마의 철학자 프로타고라스 Protagoras처럼 지금도 일부 진화 생물학자들은 지성이나감정 이입 등 우리 스스로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인간의 속성들은 진보적 진화의 결과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나의 스승인 하버드대학교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생물의 진화를 전체적으로 바라봤을 때 엄연히 진보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고 믿는 쪽이다. 하지만그의 제자인 나는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굴드 진영에 가깝다. 그의 저서 『풀하우스 Full House 에서 굴드는 진화란 단순한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온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이전 글을 읽은 독자라면 내가 얼마나 굴드를 불편해 하는지 잘알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모든 게 싫은 것은 아니다. 그는 분명 진화 이론의 발달에 여러모로 공헌했다. 진화와 진보의 관계에 대한 그의 명쾌한 설명도 그중 하나이다. - P71

그런데 정말 척추동물의 눈은 완벽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가? 공교롭게도 척추도 없는 무척추동물 중에도 우리와 상당히 비슷한 구조의 눈을 가진 동물들이 있다. 바로 오징어, 문어, 낙지 등의 연체동물이다. 오징어의 눈과 우리 인간의 눈을 위아래로 잘라 단면을 비교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서로 전혀 다른 진화의 역사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구조와 기능을 갖게 된 이른바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의 좋은 예이다. 그런데 오징어의 눈과 우리 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세 한 가지 뚜렷하게 다른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시신경과 실핏줄이 망막의 뒷면에 붙어있는 데 비해 다른 하나는 망막에 구멍을 뚫고 시신경과 실핏줄을 동공 안으로 끌어들여 망막의 내벽에 붙여 놓았다. 도대체 왜 멀쩡한 스크린에 구멍을 뚫고 깨끗한 상이 맺혀야 하는 스크린의 앞면에 그것들을 덕지덕지 붙여놓은 것일까? 과연 오징어와 인간 중 누가 그런 어리석은 구조를 가진 눈의 소유자일까? 답은 뜻밖에도 우리 인간이 그런 비합리적인 눈을 가졌다는 것이다.
- P85

왜 인간의 눈은 이렇게도 불합리하게 만들어졌는가? 자연 선택은왜 좀 더 완벽한 설계를 만들어 내지 못했는가? 문제는 바로 인류가거쳐 온 진화의 역사에 있다. 뒤집힌 망막의 설계는 인간만의 문제가아니라 거의 모든 척추동물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이다. 척추동물의 눈은 작은 조상 동물들의 투명한 피부 밑에 있던 빛에 민감한 세포들로부터 발달했다. 당연히 이 세포들에 혈관과 신경들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 상태에서는 다분히 합리적인 설계였을 것이다. 하지만 수억 년이 흐른 오늘에도 빛은 어쩔 수 없이 혈관과 신경들을 지나쳐야만 시각 세포에 도달할 수 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설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게아니다. 진화에는 이처럼 역사적 제약historical constraint, 또는 계통학적 제약phylogenetic constraint 이 있다. - P87

생물 환경biotic environment에 대비하여 물리적 환경은 다른말로 비생물 환경abiotic environment이라고도 한다. 비생물환경과 생물환경 간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생물 환경은 그것이 둘러싸고 있는 생물과 함께 변화한다. 즉 공진화coevolution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물리적 환경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공진화의 가장 잘 알려진 예는 단연 현화식물과 그들에게 꽃가루받이pollination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꿀을 얻는 벌, 나비, 박쥐, 새 등의 동물이 맺고 있는 관계이다. 꽃가루받이는 서로 이득을 주고받는 상리 공생 mutualism 형태의 공진화지만 서로 쫓고 쫓기는 관계인 포식predation과 기생parasitism의 상대들도 끊임없이밀고 당기며 함께 진화한다. 날로 속도가 느는 치타의 추격을 따돌리려 영양도 점점 빨라지고, 늘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여 공격하는 기생생물에 대항하여 기주 생물host 도 새로운 유전자 조합으로 면역력을 키운다. 이 관계는 마치 옛날 소련과 미국이 벌였던 군비 경쟁을 방불케 한다. 소련이 새롭고 더 강력한 미사일을 개발하면 미국은 그걸공중에서 격침시킬 수 있는 요격 미사일을 개발하곤 했다. 진화 생물학자들은 이와 흡사하게 자연계에서 벌어지는 군비 경쟁을 진화적군비 경쟁evolutionary arms race이라고 부른다. - P98

자연 생태계의 얽히고 설킨 관계망 속에서 무수히 많은 다른 생물들과 공진화하며 어느 한 방향으로 일관성 있는 적응 체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19세기 영국의 작가 피터 래섬Peter Mere Latham 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완전한 계획을 세우려는 것은 쇠퇴의 징조이다. 흥미로운 발견이나 발전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완벽한 연구실을 설계할 시간이 없다."자연의 강은 완벽의 정상을 향해 거슬러 오르지 않는다. 그저 구불구불 흘러갈 뿐이다. - P99

그런데 나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단순히 항생제 남용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용과 오용 모두가 문제인 것이다. 예전에 미국에살 때 열이 너무 심하게 오르거나 콧물이나 재채기가 멈추질 않아 병원을 찾으면 우선 그런 증상을 유발하는 장본인이 세균인지 바이러스인지를 가리기 위해 병원균 배양 시험부터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세균성으로 밝혀지면 항생제를 처방하지만 만일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판정되면 집에서 편히 쉬며 물을 많이 마셔 몸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열심히 씻어 내라며 약도 주지 않고 돌려보낸다. 바이러스는 완벽한 의미의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항생제로는 구제할수 없다.  - P113

생물의 형질에는 생존 survival을 돕는 게 있는가 하면, 생존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지만 번식 reproduction에는 결정적으로 유리한 것들이 있다. 
••••••
건강과 장수는 번식을 돕는 한도 내에서만 진화적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생물의 형질은 대부분 생존과 번식 중 어느 하나에만 관련하여 진화하는 게 보통이지만 어떤 형질은 그를 소유하고 있는 개체로 하여금 생존과 번식 모두에서 탁월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공작과 꿩의 수컷은 명백하게 생존에는 불리하더라도 번식에 유리하기때문에 그처럼 화려한 깃털을 갖도록 진화했지만, 수사슴의 뿔은 생존과 번식 모두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크고 강력한 뿔은 다른 수컷들과 경쟁하거나 심지어는 포식 동물의 공격을 받을 때 자신을 성공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생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특별히 가지도 무성하고 우람한 뿔을 가진 수컷이 암컷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인다면 짝짓기 과정에서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므로 번식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P124

바로 이 배우자를 두고 경쟁하는 후자의 경우 그 대상이자 목표는거의 언제나 암컷이며 경쟁의 주체는 주로 수컷이라는 점을 일깨워준 사람이 바로 다윈이다. 더구나 그 경쟁의 결과가 궁극적으로는 암컷의 선택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선택권의 소재는 결국 투자의크기로 결정된다. 이른바 ‘개미 투자자‘라고 불리는 소액 주주가 대주주를 제치고 선택권을 행사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그래서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아 주주 총회에서 대주주의 전횡을 막아 보려 애쓰고 있는 것이다.
유성 생식을 하는 모든 생물에서 정자, 즉 수컷의 배우자가 암컷의 배우자, 즉 난자보다 큰 경우는 절대로 없다. 만일 그런 경우가 발견된다면 최초의 발견으로 평가받을 일이 아니라 그 생물에서는 암수의 역할이 바뀌었거나 아예 암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암수의 정의에 따르면, 수컷은 자신의 유전자를 정자라는 운반체에 실어 암컷에게 전달하는 쪽이고 암컷은 그 유전자를 받아 자신의 유전자와 섞어 새로운 생명체로 키워 내는 초기 발생의 임무를 띠고있는 존재이다. 이 세상 모든 생물에서 전혀 예외 없이 정자는 난자에 비해 엄청나게 작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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