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어미 나나니벌은 ‘영리한것이 아니다. 어미 나나니벌은 무엇을 ‘선택‘한 것도 아니고 무슨행동을 하는지 아는‘ 것도 아니다. 어미 벌은 몇 개의 뇌세포를 지닌 작은 나나니벌일 뿐이며 어떤 의식 있는 생각을 지녔을 가능성도 전혀 없다. 어미 나나니벌은 ‘가루이에 다른 나나니벌이 들어가있으면 정자를 제거하라‘는 신경 프로그램의 간단한 지시 사항을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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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는 위채에 사는 학생들과 처지가 다른 기라. 양친 부모 있고, 집 있고, 묵을 것 넉넉하이까 저들이사말로 머가부럽겠노. 지만 열심히 공부하모 좋은 대학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가지겠제. 돈 있고 집안 좋으이 남보다 출세도 빨리할 끼라.
니가 위해 학생들보다 갑절로 노력해서 어른이 되더라도 그 차이는 하나 달라지지 않고 지금 처지와 똑같을란지 모른다. 그렇다고 가뭄 심한 농사철에 농사꾼이 하늘만 쳐다본다고 어데 양식이 그저 생기겠나. 앞으로도 지금처럼 늘 위채를 올려다보고살게 되더라도, 니는 니대로 우짜든동 힘자라는 대로 노력해보는 길밖에 더 있겠나.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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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그의 속편 격인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명사들이 추천하는 고전 목록에 단골로 끼어드는소설들이다. 그런데 이 책들은 사실 솔직히 따지고 보면 완전 거짓말들을 적어놓은 게 아니던가? 물론 소설이란 다 거짓말이지만 이두 작품은 정말 황당무계하기 이를 데 없는 거짓말들을 늘어놓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들은 모두 캐럴이 친구의 어린 딸 앨리스를앉혀놓고 풀어놓은 화려한 거짓말들을 묶어 책으로 펴낸 것들이다.
다만 즉흥적인 거짓 속에 담겨 있는 번뜩이는 상상력에 우리 모두탄복하고 있을 뿐이다.
1872년까지 붉은 여왕은 서양장기판 위에만 서 있었다. 그러다가루이스 캐럴에게 손목을 붙들려 거울 나라로 들어가 앨리스의 손목을 잡고 제자리에 서 있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하지만 그로부터 1백 년이 지난 1973년 어느 날 그는 또 한 번 시카고대학의 리밴 베일런 교수에게 손목을 잡혀 생물학의 세계로 끌려 나왔다. 그후 그는 진화생물학자들의 손을 잡고 수없이 많은 곳을 뛰어다녔다.
리밴 베일런 교수는 사실 진화의 게임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절멸해버린 생물들의 운명을 표현하기 위해 ‘붉은 여왕‘의 개념을 고안해냈다. 우리는 흔히 생물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으로 우선기후 조건이나 서식지 등 이른바 ‘물리적 환경‘을 떠올린다. 그러나생물은 누구나 다른 생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기 때문에 ‘생물 환경 또한 중요하다. 생물 환경은 물리적 환경과 달라서 그 자체가진화한다. - P5

이제 다른 방법으로 생각해보기로 하자. 어떤 학생이 똑똑하고 영리하지만 시험 성적은 엉망이라고 하자. 즉 시험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학생이라면, 그 학생의 영리함은 학기말에 한 번 시험을 치르는 수업에서는 아무런 빛도 발하지 못하고 쓸데없는 것이 되고만다. 마찬가지로 어떤 동물이 생존력이 탁월하고, 경쟁자에 비해서 배우는 능력이 우수하며 오래 살 수 있다 하더라도, 생식력이 없다면 그 동물의 우수한 유전자들은 자손에게 전수되지 못하기 때문에쓸모가 없다. 거의 모든 것이 자손에게 유전될 수 있지만, 불임을 일으키는 요소만은 유전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이해하려고 한다면, 질문의 핵심은 번식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유전자들이 자연선택에 의해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번식의 성공이라는 시험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인간의 정신이나 본성에는 번식과 관련짓지 않고서 이해할 수 있는 면이 거의 없다는 점을 주장하고자 한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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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장터거리의 주막에서 불목하니 노릇을 하며 어렵사리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선례누나가 나를 데리러 왔다. 나는 누나를따라 대구시로 가는 기차를 탔다. 그때, 심한 차멀미 탓도 있었겠지만, 풀죽은 내 신세가 팔려가는 망아지 꼴이었다. 왠지 어머니와 함께 살아갈 앞으로의 생활이 암담하게만 느껴졌다. 삼 년동안의 전쟁이 멈춘 휴전 이듬해였으니, 1954년 4월 하순이었다. 나는 전쟁이 났던 해 겨울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았으므로 삼 년만에야 비로소 식구들과 한솥밥을 먹게 되는 셈이었다. 대구시는 내게 낯선 도시였다. 누나를 따라 진영에서 대구시로 오니 이미 중학교 입학 시기는 끝난 뒤였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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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빵집에서 나타나더니 사뿐히 갓돌을 벗어나 곧장 그를 향해 온다. 푸들이 자갈길에 쪼그려 오줌을 누고, 소녀는 사뿐히 왼쪽으로 틀어 개를 피한다. 그녀는 두 번째로 베르너에게 다가오면서, 입술을 부드럽게 움직여 혼잣말로 되, 트루아, 카트르 - 숫자를 센다. 베르너가 그녀 콧등의 주근깨를 셀 수 있을 정도로, 그녀 배낭속 빵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가까이 오고 있다. 안개가 뿜어낸  100만 개의 물방울이 그녀의 모직 원피스 보풀과 머리칼을 따라 구슬처럼 맺히고, 빛은 그녀에게 은테를 두른다.
그는 못 박힌 듯 서 있다. 지나갈 때 보이는 그녀의 길고 창백한목은 베르너로선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냘퍼 보인다.
그녀는 그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그녀의 머릿속엔 아침 말고 다른 어떤 것도 없는 건가 싶다. 그는 생각한다. 이것이 술포르타에서 늘 가르쳤던 순수일 거야.
그는 벽에 등을 밀듯이 붙인다. 그녀의 지팡이 끝이 그의 부츠코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간다. 그렇게 그녀는 원피스 자락을 가볍게 흔들면서 지팡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지나가고, 그는 그녀가 계속해서 길을 걸어가는 것을, 그러다 마침내 안개 속에 파묻힐 때까지 지켜본다. - P290

우리는 모두 단 하나의 세포에서 생겨난다. 티끌보다도 작은, 아니, 훨씬 더 작은 세포에서 나뉘고, 증식하고, 더해지고 덜어지면서, 물질의 주체는 바뀌고, 원자들이 흘러들어 가고 나오며, 분자들이 빙글빙글 돌고, 단백질이 서로 합쳐지며, 미토콘드리아는 산화명령을 보낸다. 우리 존재는 미세한 전기가 모이면서 시작된다. 폐, 뇌, 심장. 사십 주 후에 6조나 되는 세포들이 죔쇠 같은 우리 어머니의 산도(産道)에서 뭉개지면서 우리는 울부짖는다. 그런 후 세계가 우리에게 들어서기 시작한다. - P368

그녀는 생각한다. 매시간, 전쟁을 과거의 기억으로 간직할 뿐인누군가가 세상 밖으로 떨어져 나가고 있다.
우리는 풀 속에서 다시 일어설 것이다. 꽃 속에서, 노래 속에서.
미셸이 그녀의 팔을 잡고 그들은 함께 오솔길을 따라 구불구불내려가서 퀴비에 거리로 향하는 문을 지난다. 그녀는 빗물 배수관하나, 빗물배수관둘, 셋, 넷을 지나고, 집에 도착하자 말한다. "여기서 그냥 가도 돼, 미셸 집까지 잘 찾아갈 수 있지?"
"당연하죠."
"그럼 다음 주에 보자."
그는 할머니의 한쪽 뺨에 입을 맞춘다. "다음 주에 봐요, 할머니."
그녀는 손자의 발소리가 희미해질 때까지 귀 기울인다. 이윽고 차들의 한숨 소리와 기차들이 덜거덕거리는 소리와 추위 속에서 발을 재는 모든 사람의 소리만 가득 찬다. -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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