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딥러닝 deep Learning 시스템이 우리 모두를 ‘특이점singularity‘으로 어떻게 인도하는지를 다룬 글을 읽는 건 특별하지도 않다. singularity는 ‘개별적인, 유일무이한, 비길 데가 없는‘을 뜻하는 라틴어 singularis에서 파생한 단어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Ray Kurzweil 이 규정한 개념, 즉 어떤함수가 무한값을 취하는 시점을 뜻하는 수학적 의미를 가리킨다. 커즈와일은 2045년이 되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것이고, 생물학적 지능과 비생물학적 지능이 나타날 것이며, 기계 지능이 무한한 속도로 우주를 채울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야말로 극단적인 상상으로, 이렇게 되면 우리는 힘들이지 않고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시스템을 장기적 관점에서 모형화하는 작업은, 그럴듯한 극단적 의견에서 비롯한 결과를 실현해보려고 애쓴다. 종말론과 특이점이 대표적인 두 극단이고, 우리 미래는 이 둘을 아우르는 범위 내 어딘가에 있기 마련이다. 요즘 미래 예측에서 특히눈에 띄는 것은, 두 극단을 부정하는 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두극단 중 하나로 경도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분법에 기우는이런 경향을 재앙론자와 기술만능주의자의 충돌로 묘사했지만, 이런 명칭도 감성의 극단적 양극화를 반영하기에는 너무 점잖은 듯하다." 이러한 양극화에는 구시대적인 계량적 예측을 인용하는 경향이 뚜렷이 수반된다. - P365

계량적 예측은 크게 세 범주로 나뉜다. 가장 작은 범주레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알고 역학 관계가 한정된 일련의 과정을 다루는 예측이 포함된다. 두 번째로 훨씬 더 큰 범주에는 올바른방향을 가리키지만 구체적 결과에 대해서는 상당히 불확실한예측이 포함된다. 끝으로 세 번째 범주에는 내가 에너지와 환경에 관해 언급한 사례처럼 공상소설에 가까운 예측이 포함된다. 이런 예측도 수치로 가득할 수 있지만, 그 수치는 미심쩍은 가정의 결과일뿐이다. 게다가 컴퓨터로 작성한 동화 같은 이야기가 추적한 과정은 현실 세계와 확연히 다르기 십상이다. 물론 그런 공상적 예측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그러한 예측에 담긴 발견적가치heuristic value, 즉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가치를 변명거리로 내세우겠지만, 경험이 일천한 사람은 그 결론을 들먹이며 자신의 편견을 강화하거나 다른 합리적 대안을 일축할 수 있다. - P367

과거의 허황된 예언에 비추어보면, 둘 모두 망상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문명은 1970년대 초에 예측하던 세계, 즉 지구 전체가 굶주림에 허덕이는 세계도 아니고, 비용이 들지 않는 핵분열로 에너지를 얻는 세계도 아니다. 따라서 지금으로부터 한 세대 뒤에 우리는 진화의 끝에 있지도 않을 것이고, ‘특이점‘에 의해 변형된 문명에 있지도 않을 것이다. 2030년대에도우리는 지금과 비슷한 상황에 있을 것이다. 빛의 속도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인공지능의 상상할 수 없는 혜택을 누리지는 못하더라도 여전히 불가능한 것을 해내려고 노력하며 장기적인 예측을 시도할 것이다. 더 곤혹스럽고 더 우스꽝스러운 예측이 있을 테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인해 놀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극단적 상황을 예상하고 상상하기는 매우 쉽다. 하지만 관성에 의한 발전과 예측하지 못한 중단에서 비롯되는 현실적인 미래를 예상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예측 모형이 아무리 많아도 그어려움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우리의 장기 예측은 앞으로도 계속 틀릴 것이다. - P377

이런 결론은 모순도 아니고, 미래 예측을 일축하려는 ‘예측‘은 더더욱 아니다. 복잡한 시스템에 내재한 관성의 예측할 수 없는 상호작용에 근거한 결론, 필연적이지는 않지만 무척 개연성이 높은 결론일 뿐이다. 그 복잡한 시스템의 한쪽 끝에는 장기적으로 항상 내재하는 필수적인 요소가 있고, 반대편에는 기술적 요인(가전제품의 등장, 전기 저장 분야의 획기적 돌파구)이나 사회적 요인(소련의 붕괴, 더욱 독해진 팬데믹)으로 인한 급작스러운 단절과 중단이 있다. 여하튼 요즘 들어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진 이유는 중대한 변화가 엄청난 규모로 일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 P378

상투적으로 말하듯 유일하게 남은 세계초강대국이 간호사와 의사에게 간단한 개인용 보호 장비, 예컨대 장갑과 마스크, 모자와 가운 같은 저차원적 물품조차 충분히제공하지 못하는 데 그런 공상적 목표를 추구한다는 게 납득이되는가?
그 결과 미국은 팬데믹이 창궐하는 중에 병원이 폐쇄되는 것만이라도 막기 위해 턱없이 부족한 양의 보호 장비를 공수해야했고, 중국에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지불했다. 뛰어난 세계화설계자들이 생존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본적인 물품의 생산을중국에 몰아놓은 탓이었다."매년 군사비로 5,000억 달러 이상(모든 잠재적 적국의 군사비를 합한 액수보다 많다)을 쓰는 국가이지만, 발생이 절대적으로 확실한 사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비가되어 있지 않았다. 기본적인 의료품도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국내 생산에 수억 달러만 투자했더라도 수조 달러로 추정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 P388

게다가 실효성 있는 노력에는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크게 줄이는 결과를 얻어내려면 적어도 두 세대 동안 지속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과감한 감축도 수십 년 내에는눈에 띄는 결과를 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세대 간 정의 intergenerational justice라는 무척 까다로운 문제가 제기된다. 다시 말하면, 미래를 디스카운트하는 우리의 변하지 않는 성향이 여실히 드러난다. - P396

세계 평균 기대 수명(2020년에는 약 72세)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21세기 중반경에 태어나는 세대가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정책으로부터 경제적 누적 순편익을 처음으로 누리게 될 것이다." 부유한 국가의 젊은 시민들이 즉각적 이득보다 먼 편익을더 중요하게 생각할 각오가 되어 있을까? 또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저소득 국가들은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로 화석 탄소에대한 의존을 늘려가는데, 부유한 국가의 젊은이들이 반세기 이상 동안 절약해야 하는 삶을 기꺼이 수용할까? 지금 40~50대도자신들은 생전에 누리지 못할 보상을 후세에 전해주기 위해 그런 삶에 기꺼이 동참할까? - P398

1장을 시작하며 말했듯 나는 비관론자도 아니고, 낙관론자도아니다. 과학자이다.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절대 강령은 없다.
과거와 현재, 불확실한 미래를 현실적으로 파악하는 게 우리앞에 펼쳐질 불가지의 시간에 접근하는 최고의 지름길이다. 우리가 미래를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진보와 후퇴, 극복할수 없을 듯한 어려움과 기적에 가까운 발전이 뒤섞인 미래가 가장 그럴듯한 전망이라는 건 알고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래도 이미 결정된 게 아니다. 미래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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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

대륙서커스가 서울에 도착한 것은 초겨울이었다. 종세가 정읍을야밤에 도망쳐 곡마단에 들어온 지도 꼬박 일 년이 되어갈 무렵이었다.
조치원 천안 온양 충주 청주를 거쳐 대전을 지나 전라도 지방으로내려갔던 곡마단은 훌쩍 경상도 지방으로 거슬러올라가 서울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수원에서 공연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새 겨울이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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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와서 어디론가 불려갔다. 잠시 기진했던 나뭇잎이 아우성치며 일어섰다. 바람에 떠오르는 빗줄기가 말갈기처럼 가로세로 흩날린다.
종대는 몸을 돌려 두어 발짝 걸어나갔다. 오솔길은 숲 사이를 지나 빠르게 도망쳐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가 가는 길은 분명했으므로, 그곳은 산 밑으로 걷는 외가닥의 길뿐이었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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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제하지 못할 때면
나는
네 신발을 집어주고
네 배낭을 져나르고
네 교통 위반 벌금을 납부하고
네 상사에게 거짓말로 핑계대고
네 숙제를 해주고
네 앞길에서 돌멩이를 치우고
"내가 직접 했어!"라고말하는 기쁨을 네게서 뺏겠지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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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보자. 우리 인간 종이 앞으로 적어도고도의 문명이 존재해온 기간, 즉 5,000년 남짓한 기간 동안 번영은 고사하고 생존이라도 하려면, 인간의 지속적인 간섭으로지구의 장기적 거주 환경을 더는 위태롭게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요즘 어법으로 말하면, ‘지구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을 넘지 말아야 한다"
이 중요한 생물권의 한계선은 9개의 범주로 이루어져 있다.
(1) 정확히 똑같지는 않지만 요즘은 지구온난화와 거의 동의어로 쓰이는 기후변화 (2) 탄산칼슘으로 형성된 골격을 지닌 해양 유기체에 중대한 피해를 입히는 해양 산성화 (3) 과도한 자외선 방사로부터 지구를 보호하지만 프레온가스의 방출로 위협받는 성층권 오존층 (4) 눈에 잘 보이지 않으며 폐 질환을 유발할수 있는 오염 물질인 미세먼지(대기 에어로졸 입자), (5) 질소와 인이 담수와 연안 해역에 유입되어 생기는 두 영양소의 순환 방해, (6) 담수 사용(지하수와 강물 그리고 호숫물의 과도한 사용), (7) 벌채와경작 및 도시와 산업 단지의 확장으로 인한 토지 사용의 변화(8) 생물다양성 손실 (9) 다양한 형태의 화학적 오염. - P301

땅이 제한적 자원이 아니라면, 또 우리가 물 공급을 관리하는방법을 알고 있다면, 질소와 인의 살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최소화하며 주요 작물에 필요한 다량 영양소를 제공할 수 있을까? 앞에서 이미 설명했듯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하버-보슈 공법 덕분에, 주된 다량 영양소인 질소와 반응하는 화합물을 적절한 양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두 광물성 다량 영양소, 즉 칼륨과 인을 적정량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 미국지질조사LUS Geological Survey 의 조사에 따르면, 칼륨 자원은 약 70억 톤의 산화칼륨에 상응하고, 매장량은 거의 그 절반에 이른다. 따라서 현재의 속도로 생산하면 거의 9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지난 50년 동안, 인이 곧 부족해지리란 의견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며 수십 년 내에 기아 문제가 반드시 대두할 것이라 주장하는 학자도 있었다." 유한한 자원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걱정은 항상 귀담아들어야 하지만, 인의 위기가 임박한 적은 없다. 국제비료개발센터 International Fertilizer Development Center에 따르면, 세계 인광석 확인 매장량은 향후 300~400년 동안의 비료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하다. 미국지질조사국은 세계 인광석자원을 3,000억 톤 이상으로 추정하는데, 현재 속도로 채굴하면 1,000년 넘게 사용할 수 있다." 국제비료산업협회 InternationalFertilizer Industry Association "인의 공급이 긴급한 쟁점이라거나인광석 고갈이 임박했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식물 영양소에 대해 정말로 걱정해야 할 것은 그 영양소들이 환경, 주로 물에 달갑지 않게 존재함으로써 야기되는 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영향이다. - P313

 비료에 함유된 인은 토양침식과 유거수流去水(지표면을 따라 흐르는 물)를 통해 물에 유입된다.
인은 가축과 사람의 배설물에도 존재한다." 민물이든 바닷물이든 물에는 인의 농도가 무척 낮다. 그런데 이렇게 인이 유입되면 부영양화가 일어난다. 달리 말하면, 물에 전에는 부족하던 영양소가 많아지며 조류가 과도하게 증식한다. 비료를 살포한 밭에서, 또 가축과 인간의 배설물에서 질소가 흘러들어도 부영양화는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수생 광합성은 인의 첨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차적인 하수처리 방식(퇴적으로5~10퍼센트의 인을 제거)이나 이차적인 제거 작업(여과로 10~20퍼센트의 인을 제거)으로는 부영양화를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응고제나 미생물 처리법을 사용하면 인을 제거할 수 있다. 이때 인은결정체로 변하고 비료로도 재사용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 작물이 질소를 흡수하는 전 세계적 효율성은 5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고, 중국과 프랑스에서는 4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과 더불어, 물에 녹는 질소화합물은 수질을 오염시키고 조류의 과도한 증식을 부추긴다. 조류는 분해될때 바닷물에 녹은 산소를 소비하며, 주변 바다를 산소 부족 상태로 만든다. 따라서 그곳에서는 어류와 갑각류가 생존할 수 없다. 이렇게 산소가 고갈된 지역은 미국의 동부와 남부 해안, 또유럽과 중국, 일본의 해안에 집중되어 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런 환경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손쉬운 방법은 없다. - P314

지구 대기는 단파 태양방사 solar radiation를 흡수하고, 장파를우주로 내보낸다. 대기가 없으면 지구 온도는 섭씨 영하 18 도로 내려갈 테고, 따라서 지구 표면은 영구히 얼음으로 뒤덮일 것이다. 미량 가스는 우주로 나가려는 적외선의 일부를 흡수해 지구의 방사 균형radiation balance에 변화를 주고, 지구의 표면 온도를올린다. 그 때문에 물이 존재할 수 있고, 물이 증발해 수증기가대기 중으로 들어간다. 수증기 또한 우주로 나가려는 보이지 않는 적외선파를 흡수한다. 이 모든 것이 결합해, 미량 가스와 수증기가 없는 경우보다 지구 표면이 섭씨 33도 올라간다. 그리하여 세계 평균온도가 섭씨 15도로 유지되며, 많은 형태의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 P318

지구의 자연적 온난화는 미량 가스에 영향을 받지만, 미량가스들의 농도는 주변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온도가 떨어지더라도 미량 가스들은 응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량 가스들로 인해 온난화가 진행되면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작더라도 물 증발은 늘어나 대기의 수분 함유량이 올라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추가적인 온난화가 발생한다. 자연에서 미량 가스 효과를 주도하는 기체는 예부터 언제나 이산화탄소였고 메탄과 아산화질소 그리고 오존도 일부 역할을 한다. 오존은오존층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진 기체이다. 수천 년 전 인간이 정착해 사회를 형성하고 농업을 채택한 때부터, 가정에서 땔나무와 (나무로 만든 숯을 사용하기 시작한 때부터, 더 나아가 금속을 제련하고 벽돌과 타일을 만들기 시작한 때부터 인간 활동은 여러 미량 가스의 농도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온실효과가 추가로 더해졌다. 숲이 농지로 바뀌면서 이산화탄소가 추가로 배출되었고, 물을 댄 논에서 쌀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메탄이 추가로 배출되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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