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콧수염을 보자 영국을 떠나왔다는 게 뼈저리게 느껴졌다. 회색빛의 단단한 지네 같은 것이 남자의 윗입술을 덮고 있었다. 빌리지 피플 같은 콧수염이었다. 카우보이가 기를 법한, 영업 중임을 알리는 빗자루 모양의 미니어처 간판과 비슷한 수염. 영국 남자는 저런 콧수염을 기르지 않는다. 도무지 눈을 뗄 수 없었다.
"다음 분."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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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체 왜 이러고 사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날도 있을 테니까. 그것 모두가 이 모험의 일부이니까.
‘사랑해요‘ 그가 거기서 내 입모양을 볼 수 있을지 몰랐지만,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나서 손에 여권을 꼭 쥐고서 돌아섰다.
그는 거기 서서 내가 탄 비행기가 속력을 더하고 드넓은 파란하늘로 날아오를 때까지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운이 허락한다면,
내가 다시 돌아올 때도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P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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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디아스포라에는필연적으로 "틈새를 연결하는 과정이, 절합이라고 부를 만한행위, (…) 이질적인 사회적 요소들을 연결하는 길들일 수 없는 패턴이 개입된다고 주장한다. 이 틈들은 "어쩌면 번역에서 빠져나가는 것들의 흔적 혹은 잔해"를 상징하지만 동시에 움직임과 연결을 활성화하는 관절로도 기능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특히 유의미한 지점은 틈이 어떻게 배회를 통해 디아스포라의 지리적·정신적 공간들을 연결하는가이다. 틈은 유령이 되어버린 양공주가 서로 다른 폭력의 현장과 형태들을 가로질러 연결 부위를 절합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초세대적인 유령이 등장하는 장소가 된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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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대상과의 소통에 있어서 비밀이 만들어내는 틈과 장애는 상반된 이중의 효과를 창출한다. 파악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무의식적인 탐구를 이어가게 된다는. 그 결과 ‘배회당하는 개인들은 두가지 경향 사이에 갇힌다. 그들은 어떤 대가를 감수하고서라도 애착 대상의 비밀에 대한 무지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므로 외적으로는 그것을 몰라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비밀의 상태를 제거해야 한다. 그러므로 무의식적인 앎의 형태로 비밀을 재구축하고자한다. 

아브라함과 토록이 유령을 드러내는 방식은 틈에, 그러니까내담자의 발화에서 암시되지만 여전히 침묵당하는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회당하는 개인들을 치료할 때는 그것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그리고 이를 통해 그것을세상으로 내보냄으로써 유령화된 비밀에서 그 사람의 정신을 짓누르는 장악력을 떼어냈다. 유령 공개하기라는 정신분석의 작업은 "(망자나 사랑하는 대상의) 수치스러운 비밀을 (…) 드러냄을 내포"하지만, 초세대적인 배회의 역설은 배회당하는 사람이 그비밀을 전송한 사람을 배신하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발설불가능한 것을 알아내고 발설하고자 하는 충동을 무의식적으로느낀다는 데 있다.  자신의 심리적 무덤의 내용물을 발화하려는 이 노력은 아브라함과 토록이 "유령 축소하기"라고 묘사한 것의 예시이다. 유령 축소하기는 "다른 누군가의 비밀에 결부된죄를 축소하고 그것을 용납 가능한 방식으로 진술함으로써유령(과 우리)의 저항, 유령(과 우리)의 거부를 견뎌내고,
에두르거나 길들임으로써 더 높은 수준의 ‘진실‘을 받아들이는것"이다.  배회당하는 자의 무의식 속에서 만들어진 긴장은 긍정적인 힘이 될 수 있다. 유령은 일상적인 발화의 장소뿐만아니라 창조적인 작업을 통해서도 절합되어 형체를 명료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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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네, 진짜 궁금한 게 있어요. 죽은 사람을 잊는 데 얼마나 걸리는 것 같아요? 정말로 사랑한 사람 말이에요."
왜 그에게 물었는지 모르겠다. 그의 상황에 미루어 잔인할 정도로 무감각한 질문이었다. 어쩌면 그가 충동적으로 섹스를 할 기세라서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샘의 눈이 조금 커졌다. "와, 음......." 그는 자기 머그를 내려다보더니 어두워진 들판을 내다보았다. "그렇게 되는 날이 올지 모르겠는데요."
"그거 기쁘네요."
"아뇨, 정말요. 나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이미 죽은 사람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게 돼요. 살아 있지 않더라도, 더는 숨쉬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계속 곁에 있으니까요. 처음에 느낀 것처럼 극심한 슬픔은 아니지만요. 압도될 것 같고, 아무 데서나 울고싶고, 사랑하는 사람은 죽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멍청이들을 보면 미친 듯이 화가 나는 것도 아니죠. 그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돼요. 구멍 주위에서 적응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글쎄요. 마치∙∙∙∙∙∙ 빵 대신 도넛이 되는 그런 것이에요." - P184

우리가 그의 전 여자 친구 결혼식 피로연에 찾아간 이야기도 했다. 내가 월의 무릎에 앉은 채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닌 이야기를 했더니 릴리는 웃다가 음료를 코로 뿜기까지 했다. "정말요? 결혼식에?" 작고 더운 카페 안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 그 애 아빠를 그려주었다. 어쩌면 우리가 복잡한 집에서 나와 있어서, 아니면 릴리의 부모님이 다른 나라에 있어서, 그것도 아니면 그저 누군가가 단순하고 재미있는 아빠 이야기를 처음으로 해줘서 릴리는 웃으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내 대답이 자기 생각과 일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요. 아빠는 그랬어요. 그래요, 어쩌면 나도 그럴지 몰라요.‘
오후 늦게까지 이야기하는 동안 차가 식어갔다. 지친 웨이트리스가 우리가 2시간 동안 먹고도 남긴 토스트를 다시 치우겠다고했을 때, 나는 다른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으로 윌을 기억하며 슬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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