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리 기억이 여느 영장류와 다른 이유는 청각 문화를 더 효율적으로 구사할 수 있도록 진화가 우리 뇌를 빚어냈기 때문이다. 많은 명금과 마찬가지로 인류 문화는 시각과 촉각뿐 아니라 소리에 의해서도 전해진다. 하지만 원숭이와 유인원의 문화는 거의 전적으로시각적이거나 촉각적이다. 그렇기에 인간과 조류는 소리의 지각과 이해를 관장하는 뇌 영역들 사이에 연결이 잘 발달해 있는 반면 인간아닌 영장류는 이 연결이 훨씬 약하다. 뇌를 스캔하면 장기적 청각 기억에 이 신경 경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검은지빠귀를수십 년간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간접적으로 인간 언어 덕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간 세계와 인간 너머 세계를 이해하고 헤쳐 갈수 있는 것은 청각 기억 덕분이다. 소리를 장기간 기억하는 인간 능력은 새로운 지역을 탐사하는 데 유리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조상들은소리 하나하나와 소리경관의 느낌을 떠올려 이것을 새로운 환경을 평가하고 이해할 기준점으로 삼았다.  - P474

어쩌면 소음 속에서 동물의 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매 발성에 에너지를 더 많이 쏟는 행위의 부차적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빈 인근의 대륙검은지빠귀를 연구했더니 숲에서는 노랫소리가 150미터 이상 전해졌지만 가장 시끄러운 도시 구역에서는 60미터밖에 가지 못했다. 음높이를 높이면 노래를 소음 위로 띄워 도달 거리를 66미터로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소리크기를 5데시벨 키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도달거리가 90미터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5데시벨은 도시 소음 속에서 명금이 추가적으로 키우는 음량과 엇비슷하다.
이렇게 볼 때 검은지빠귀가 도심 소리경관에 일차적으로 적응한행동은 노랫소리를 키우는 것인 듯하다. 주파수가 높아지는 것은 소리크기의 부수적 효과이며 여기에 보너스로 마스킹 효과를 극복하는이점도 생긴다. 노래 구성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새들은 노래에서 음량이 큰 요소를 우선적으로 이용하는데, 이 요소는 음높이가높은 경향이 있다. - P483

‘자연‘이 조용하다는 통념은 북부 온대 지방에서의 기대와 경험이낳은 산물이다. 일본, 서유럽, 뉴잉글랜드에서는 숲이 실제로 도시보다 훨씬 조용하다. 곤충, 개구리, 새가 소리를 낮추거나 자취를 감추는 추운 계절에는 더더욱 고요하다. 북극 지방이나, 폭풍이 지나가면고요가 찾아오는 산악 지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식물상이 풍부하고동물 다양성이 큰 곳은 대체로 소란하다.
도시 소음이 다른 소리경관과 가장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징은 빠르기와 예측 불가능한 성격이다.  - P493

도시 소음의 고통은 고르게 분담되지 않는다. 도시의 소음 공해는일종의 불의다. 하지만 우리는 집의 소리경관을 사랑하는 종이기도하다. 우리는 도시 소음에 적응하고 참아낼 뿐 아니라 이따금 소음을문화와 장소의 대표적 특징이자 자기 동네의 음향적 분위기로 여겨애착을 느낀다. 그렇다면 도시의 소리는 역설적으로 소외하는 동시에환대할 수 있으며 피해의 원인일 뿐 아니라 소속감의 원천일 수도있다. - P497

도시 소음의 해로운 요인들이 불공정하게 분배되는 것은 도시 계회의 역사와 현재의 정책을 드러내는 감각적 표현이다. 많은 뉴욕 동네를 통과하는 고속도로는 소수 민족과 저소득층 거주 지역을 파괴하고 조각내어 많은 사람들을 떠나게 하고 남은 사람들에게는 소음과 대기 오염이 증가되도록 의도적으로 노선이 짜여 있다. 뉴욕에서이 공사를 감독한 로버트 모지스는 이 정책에 백인 위주의 교외를 도시와 연결하고 (그의 표현에 따르면 ‘게토‘와 ‘슬럼‘을 파괴하는 이중의 유익이 있다고 여겼다. 
모지스는 도시를 외곽 지역 승용차들을 위한 교통축으로 탈바꿈시켰는데, 이 작업은 미국 전역에서 되풀이되었으며 공사비의 90퍼센트는 연방정부에서 도심 고속도로 사업 명목으로 부담했다. 하지만1960년대 후반 즈음 너무 많은 소수 민족 거주지가 고속도로에 난도질당하자 운동가들이 들고일어났다. 그들의 구호 중 하나는 "더는 백인 고속도로가 흑인 침실을 통과하지 말라"였다.
이에 반해 공원은 대부분 부유층 동네 가까이에 조성되었다. - P498

이 특별한 종-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설치된 평화의 종의소리는 가토리의 기예에 담긴 무형의 문화적 지식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공식 인정을 받았다. 이 종의 소리는 공원에 있는 다른 종들과 더불어 ‘일본 음풍경 100선‘의 76번째 소리경관이다. 중요한 소리경관을 찾아 기리고 더 풍성한 듣기를 장려하기 위해 정부에서 주관하는이 사업은 1996년에 시작되었으며 정부가 소리경관의 가치를 인정하는 드문 예다. 반면에 정부가 배경 소리와 맺는 전형적 관계는 소음 공해를 규제하려는 시도를 통해 나타나는데, 그것은 중요한 역할이지만부정적 경험으로서의 소리에 치중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국가·지방 문화재를 보전하고 기념하려는 정책은 대부분 보고 만질 수 있는 사물과 물리적 공간에 국한된다. 보전과 전시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선택과 집중은 이해할 만하다. - P519

소리의 다양성이 그토록 찬란한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가 듣는 것은 창조의 결과만이 아니라 창조 행위 자체다. 우리는 순간의 독특함으로 표현된 우주의 생성력 속에 깃들어 있다. 따라서 지구의 많은 목소리를 죽이고 짓누르는 것은 우리를 만든 것을 침묵시키고 파괴하는것이다.
듣기라는 행위는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여기서 우리는 결말뿐아니라 현재의 연결과 창조성을 발견한다. 우리의 감각과 미감은 심층시간에서 비롯했다. 옛 음파에서 탄생한 원자로 이루어졌고, 세포의작은 털에 의해 생기를 얻었으며, 음향적 갈망으로 서로에게 다가간동물들의 오랜 진화에 의해 빚어졌다. 이 유산은 현재가 얼마나 아름답고 부서졌는지 보여주며 기쁨, 소속감, 실천의 감각적 토대가 된다. - P5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공기 중에서 우리에게 들리는 것은 지나가는 배들의 낮은 신음 소리뿐이다. 이 소리는 대부분 파도 아래로 전달되며 공중에 올라온 부분은 금세 흩어진다. 하지만 수면 아래서는 동력선의 음향 폭력이 물분자의 맥동과 움직임을 통해 빠르고 멀리 이동하는데, 이 운동은 수생생물 속으로 직접 흘러든다. 공기 중의 소리는 육상동물에게 부딪히면 대부분 공기와 피부를 가로막는 단단한 장벽에 가로막혀 반사된다. 우리의 귀속뼈와 귀청은 이 장벽을 뛰어넘도록 특수 설계되어, 공기 중 소리를 모아 속귀의 수중 매질에 전달한다. 따라서 우리에게 소리는 머리 속 기관 몇 개에 주로 집중된다.
하지만 수생 동물은 소리에 말 그대로 잠겨 있다. 소리는 외부의 물에서 내부의 물로 막힘없이 흐른다. ‘듣기‘는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이다. 이빨고래류는 소리의 품을 더 깊이 느낀다. 내 창밖을 덜컹거리며지나는 요란한 트럭이 검댕 묻은 소음을 내 눈과 피부에 눌러대듯 선박의 소음은 고래의 반향정위 ‘시각‘과 ‘촉각‘을 에워싼다. - P449

이에 반해 수생 생물에게 소리는 시각이자 촉각이자 고유감각(固有咸覺)"이자 청각이다. 그들은 물을 떠날 수 없다. 수백 킬로미터를 헤엄쳐 피신할 수 있는 물고기는 거의 없다. 항타기는 일 분 일 분 모든 신경종말과 세포에 연결되어 몇 달 내리 폭발의 폭력을 퍼뜨릴 것이다.
해양 생물, 특히 해안이나 혼잡한 교역로 근처에 서식하는 생물은해저 화산 근처나 지진 발생시를 제외하면 듣도 보도 못했던 소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해양 생물은 바람에 이는 파도, 얼음 깨지는 소리, 지진, 물기둥 속 거품의 움직임, 고래와 딱총새우의 소리에는 적응해 있다. 하지만 에어건의 폭발음, 음파탐지기의 찌르고 베는 소리, 덜덜거리는 엔진음은 새로운 소리이며 대부분의 장소에서 수십 년 전보다 훨씬 커졌다.
소음이 가장 심한 해역은 이제 대부분의 해양 생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고래는 탄성파 탐사가 실시되면 다른 해역으로피신한다. 아일랜드 남서해안 연안을 조사했더니 탄성파 탐사가 실시되는 기간에는 탄성파를 이용하지 않는 ‘통제‘ 탐사 기간에 비해 수염고래류 관측이 90퍼센트 가까이, 이빨고래류 관측은 절반으로 줄었다. - P458

운항속도를 10~20퍼센트만 줄이더라도 소음을 절반까지 낮출 수 있다. 게다가 이 조치의 상당수는 연료를 절감하여 해운사에 직접적 이익을가져다준다(값비싼 개조 비용을 언제나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바다 소음의 절반 이상은 낡고 비효율적인 일부-10분의 1에서 6분의 1 사이-선박에서 발생한다. 이 요란한 일부를 조용히 시키면 소음을 부쩍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통행량을 줄이지 않으면 조용한 선박은 (고래가 임박한 위험을소리로 감지하지 못할 경우) 고래와 선박의 충돌 증가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수백만 년간 고래들에게 수면은 안전하게 이동하고 휴식할 수 있는장소였다. 그런데 지금은 해상 운송 항로와 혼잡한 항구 주변에서 선체와의 충돌과 프로펠러로 인한 부상이 고래에게 심각한 위험을 일으키고 있다. 기술적 해결책은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전세계 물류가 계속 증가한다면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음파탐지기의 가장 해로운 영향을 (적어도 대형 해양 포유류에 대해) 줄이는 방법은 해양동물이 먹이를 먹고 새끼를 키우는 수역 밖으로 해군 작전 구역을 옮기고, 고래를 추적하여 고래가 가까이 있을 때는 모의 전쟁 훈련을 중단하고, (처음부터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 피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소음 수준을 점진적으로 높이고, 같은 동물이 고진폭 음파탐지를 반복적으로 겪지 않도록 하여 장기적 노출을줄이는 것이다. 선박 소음과 마찬가지로, 작전을 수행하는 군함의 전체 대수를 줄이면 가장 유의미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P4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러나 백작에게는 복수의 기질이 없었다. 장대한 작품을 구상할상상력도 없었다. 제국을 복원하겠다는 꿈을 꿀 정도의 공상적인자아도 없는 게 확실했다. 그는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는 사람으로서 백작이 본보기로 삼아야 할 인물은전혀 다른 종류의 억류자일 터였다. 그것은 바로 해안으로 떠밀려온 영국 국교도였다. 배가 난파되어 ‘절망의 섬‘에서 살게 된 로빈슨 크루소처럼 백작은 실질적인 일에 헌신함으로써 자신의 결의를유지해나가야 하리라. 이 세상의 로빈슨 크루소들은 피난처와 깨끗한 물이 나오는 곳을 찾는다. 그러한 것을 빨리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꿈도 없이 찾는다. 그들은 부싯돌로 불을 피우는 법을 익힌다. 그들은 섬의 지형과 기후, 그리고 섬에서 자라는 식물과 동물을 연구한다. 그러는 내내 수평선에 돛이 보이거나 모래밭에 발자국이 나타났는지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을 잊지 않는다.
백작이 나이 많은 그리스인에게 세 개의 메모를 건네며 전달해달라고 한 것은 이걸 위해서였다. 그리스인이 떠난 뒤 몇 시간 안 되어 두 배달원이 백작을 찾아왔다. 뮤어앤멀레스 백화점에서 한 젊은이가 침대 시트를 비롯한 질 좋은 리넨 제품들과 적당한 베개를 가지고 왔고, 페트롭스키 아케이드 백화점의 또 다른 젊은이는 백작이 좋아하는 비누 네 개를 가지고 왔다.
그러면 세 번째 사람은? 그녀는 백작이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찾아온 게 틀림없었다. 그의 방 침대 위에 밀푀유 하나가 든 연푸른색 상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P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식민지 시대 이전 악기들은 주로 토착 재료를 썼다. 전시관을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주변에서 구한 재료에서 온갖 방법으로 소리를 뽑아냈음을 알 수 있다. 진흙을 빚어 불에 구우면 사람의 숨과 입술의떨림을 증폭된 음으로 바꿀 수 있다. 돌로 만든 종과 금속 현은 땅과의 야금술적 관계를 드러낸다. 식물성 재료는 깎은 나무, 당겨 늘인야자나무 잎, 뽑아낸 섬유의 형태로 목소리를 부여받는다. 온갖 동물이 팽팽한 가죽과 조각된 이빨과 엄니를 통해 노래한다.
각각의 악기는 국지적인 생태적 맥락에 뿌리를 둔다. 남아메리카팬파이프의 콘도르 깃털, 아프리카 북, 하프, 류트의 케이폭나무 목재, 뱀 가죽, 영양 뿔, 가시도치 바늘, 유럽 오보에의 회양목과 황동.
중국의 타악기와 현악기 슬), 석(石), 운(雲)의 목재, 비단, 청동. 음악은 인간이 인간 너머 세상과 맺는 관계에서 생겨났다. 전 세계에서 울려퍼지는 그 다채로운 소리는 여러 형태의 인류 문화뿐 아니라 바위, 흙, 살아 있는 존재의 낭랑하게 울려퍼지는 성질을 나타낸다. - P360

숲에서 생물 다양성을 빠르게 평가하기 위해 가장 흔히 쓰이는 방법은 조류를 조사하는 것이다. 새들은 식생, 곤충 개체수, 서식처의물리적 구조가 달라지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조류 개체수는 서식처의은밀한 성질을 들여다보는 탐침과 같다.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종이많긴 하지만 조류에는 특별한 이점이 있다. 그것은 노래한다는 것이다. 몇 분간 귀를 기울이면 새 무리의 윤곽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다른 종의 표본을 얻으려면 몇 시간 동안 흙을 체질하거나 덫을 놓거나 표본을 손바닥이나 현미경에 놓고 살펴보거나 DNA 염기 서열을 분석해야 한다. - P388

소리의 감소는 생물 다양성의 상실을 나타내는 증상이다. 하지만 상실의 지표만은 아니다. 소리는 지금 이 순간 동물들을 연결하고, 그들을 생산적 소통망으로 통합함으로써 활력을 유지한다. 생태계를침묵시키면 개체들이 고립되고 군집이 분열되고 생명의 생태적 회복력과 진화적 창조력이 약해진다. - P394

소리는 형체가 없지만, 그럼에도 강력하다. 디지털 음성 파일의 재생 위치를 숲의 한밤중에 맞추고 곤충의 어른거리는 소리에 빠져든다. 적어도 열다섯 종이 노래하고 있는데, 그들의 음성은 초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가청 범위를 포괄한다. 소리꾼마다 소리의 질감이 달라서 어떤 것은 보들보들하고 어떤 것은 거칠거나 뻣뻣하지만, 하도빡빡하게 뭉쳐 있어서 짙고 윤기 나는 구름 속에 떠 있는 느낌이 들정도다. - P397

소리경관 녹음은 오늘날의 연구자와 관리자들에게 잠재적 유용성이 있을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자료실, 즉 오늘 지구의 소리에 대한디지털 기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미래 세대는 이 소리를 들으며 우리가 상상도 못할 질문을 던질 것이다. 저장된 녹음 하나하나는 오늘이 내일에게 건네는 선물이다.
미래의 소리경관에서는 지구의 목소리 중 일부가 빠져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녹음하는 것의 일부는 멸종의 서문이다. 디지털 음성 파일은 우리가 그 상실을 애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부분적으로 ‘기준선 이동‘ 문제에 대한 예방 접종 역할을 해줄 것이다. 기준선 이동이란 각 세대가 노래의 감소에 익숙해져 기대 수준자체가 낮아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나의 할아버지는 소싯적 잉글랜드북부의 들판과 읍내에서 들었던 새와 곤충의 풍성한 소리가 그립다고말씀하셨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나는 현대의 소리경관을 ‘정상‘으로 여겼을 것이다. 녹음 하나하나는 우리가 이런 망각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해주는 닻이다. - P407

현재의 숲 인증 체계는 ‘지속 가능성‘과 ‘책임성‘이라는 애매한 기준을 적용한다. 감독관들은 현장에 할애하는 시간이 제한적이며, 도로가 침식이 최소화되도록 건설되었는가, 노동자가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있는가, 관리사무소에 비치된 지도가 관리 계획에 부합하는가,토지의 권리 관계가 명확한가, 개울과 습지 같은 특수 구역이 보호되는가, 서면 계획이 숲의 장기적 생존을 지향하는가 등 비교적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지표 위주로 점검한다. 이것들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지만 숲에 서식하는 대다수 종의 존재 여부를 평가하지 않으며 그들의안녕이나 흥망은 더더욱 고려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소리경관 녹음은 기술과 통계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살아 있는 지구 공동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하지만 이러한 우림소리의 우레 같은 다양성은 서류 작업에서는 침묵의 더미로 쌓일 뿐이다. 이 부조화한 결합에서 벗어나면 모두에게 더 활기찬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 P413

이 고래의 노래가 포착된 것은 냉전 덕분이었다. 당시 동물학자와음악학자들의 작업은 이 소리로 대중적 상상력을 자극했으며 우리의바닷속 사촌들에 대한 인류의 윤리적 관심을 일깨웠다. 훗날 노래는고래잡이 금지라는 형태로 바다에 돌아갔다. 이 음반은 한 종이 다른종에게 귀 기울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개가다.
하지만 내 턴테이블에서 돌아가는 레코드판은 바다의 소리경관이내 생전에 얼마나 망가졌는가를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1950년대의 바다는 지금보다 몇 배나 고요했다. 음향 지옥이라는 것이 있다면그것은 오늘날의 바닷속일 것이다. 우리는 음향적으로 가장 정교하고예민한 동물의 보금자리를 아수라장으로, 벗어날 수 없는 인간 소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 P4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는 채굴 현장 위로 철망을 밟은 채 인간 삶의 이 기록을 응시한다. 놀랍게도 내가 경험하는 것은 구석기 시대나 그 밖의 고대에 대한글을 읽을 때 으레 느껴지는 감정인 경외감이나 시간 감각 상실이 아니라 차분함이다. 인류의 오랜 선사를 이렇게 맛보면서 깊숙이 묻힌불안감의 매듭이 풀린다.
내 삶은 거의 전적으로 현대성의 템포에 속박되어 있다. 분 단위로살고, 몇 시간과 (때로는) 몇 년에 집중하고, 21세기 안에 무너질 주택에서 살고, 10년을 채 넘기지 못할 전자 제품을 이용한다. 우리 문화는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스스로와 지구의 대부분을 개조할 기세다. 우리의 감각, 상상력, 열망을 몇 년 이상 끌어당기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수천 년의 척도에 대해 생각하더라도, 지금과 그 먼 미래 사이에인류 이야기의 연속성을 상상하기 힘들다. 과거도 낯설긴 마찬가지여서, 감각이 미치지 못하며 몸으로 이해할 수도 없다. 인류 역사가 수만년간 존재했다는 물리적 흔적은 내 몸에 말한다. 또 다른, 더 긴 서사가 있다고. - P323

이렇게 오래 끄는 잔향은 성당, 텅 빈 공장, 거대한 물탱크처럼 넓고 벽이 단단한 공간의 음향 특성이다. 벽은 소리를 반사하며 밀폐된공간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소리가 되튀는 동안 잔향을 지속한다.
물론 돌처럼 효율적인 음향반사판도 음파의 일부 에너지를 고갈시킬수밖에 없다. 하지만 넓은 공간에서는 소리가 공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서, 벽과의 충돌로 잃어버리는 에너지가 거의 없이 흐를 수 있다. 이렇듯 넓은 용적은 소리를 오래 지속시킨다. 음파가 멀리 떨어진벽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공기 중에 오래, 때로는 몇 초간 머물기때문이다. 두꺼운 커튼처럼 소리를 흡수하는 재료가 없으면 잔향은더욱 오래간다. 홀레 펠스 동굴의 용적은 6000세제곱미터로, 큰 교회와 맞먹는다.
이 동굴의 잔향은 가이센클뢰스테를레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다.이 때문에 매우 빠르고 섬세한 소리는 쉽게 뭉개진다. 다른 관람객과몇 미터만 떨어져도 그들의 말소리가 우단(羽緞)처럼 먹먹해진다. 이곳에서 강연하면 끔찍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복잡한 바이올린 곡도 형편없이 들릴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음이 서로 뒤섞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단순한 가락은 근사하게 들린다. 내 휘파람 소리가 이렇게 훌륭하게 들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동굴 밖 초원에서 나의 손뼉과 휘파람소리가 얇고 바싹 마른 빵 같다면 안에서는 달콤한 케이크 조각처럼 기름지고 두툼하다. 피리 음악 또한 이곳에서 근사하게 들릴 것이다. - P326

알려진 최초의 악기는 악기 소리와 어울리는 장소에서 제작되었다.적어도 현대인의 귀에는 그렇게 들린다. 오늘날 많은 플루트 실황 연주와 녹음은 전자 장비를 이용하여 잔향을 더함으로써 소리가 동굴이나 방에서 들리는 것처럼 한다. 그렇다면 동굴의 잔향 특성이 최초의 피리가 발명되는 데 촉매 역할을 했을까?  - P327

이 밀접한 관계는 공간이 음악사에서의 혁신과 벌이는 상호작용의일부를 보여준다. 구석기 후기 동굴에서 발견된 악기-피리, 긁개, 불로러(bull-roarer)"는 수십 명이 모인 자리에 잘 어울렸다. 소리가 더큰 악기는 인간 사회가 성장하여 소리가 더 멀리 전파되어야 했을 때등장했다. 북과 뿔은 사람들을 전쟁, 사냥, 종교 회합에 불러 모았다.
최초로 기록된 북은 기원전 4000년경 중국 동부 다원커우의 기장, 쌀재배 문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알려진 최초의 나팔은 기원전 1500년경 이집트의 강성한 제18왕조에서 발견되었다. - P339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집의 CD 플레이어에서 ‘재생‘을 누를 때마다 음향공간을 창조하는 셈이다. 우리는 음악을 얼마든지 고를 수 있다. 앨범과 트랙들이 우리의 눈길을 끌려고 다툰다. 가장 시끄러운 음악이 대체로 승리한다. 심지어 우리가 생각하기에 우리 자신이 시끄러운 소리를 선호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말이다. 우리의 뇌는 요란한 음악을 더 ‘좋은‘ 것으로 한결같이 판단한다. 게다가 조용한 악구의 음량이 커져 곡 전체의 음량 균형이 흐트러지더라도 그쪽을 선호한다.
이 심리적 기현상은 ‘음량 전쟁‘을 촉발했다. 이 경쟁은 1990년대에CD 분야에서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제작자들은 음악의 모든 주파수에서 진폭을 증가시켜 곡의 가변적 음량을 이른바 ‘벽돌벽(brick wall)‘으로 바꾼다.‘ 이 최종 결과물에서는 트랙의 모든 부분이 최대 음량으로 높아져 있다.
이렇게 만든 음성 파일을 컴퓨터 화면에 띄우면, 대다수 생음악의음량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에 반해 높고 일정한 벽이 표시된다.
이렇게 하면 더 시끄럽고 생동감 있는 음악이라는 전반적 인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스네어 드럼 같은 타악 효과의탁 소리가 사라져 마치 악기를 어딘가에 욱여넣은 듯한 느낌이 들며 극단적인ㅍ경우에는 음악이 백색잡음으로 뿌예진다. - P3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