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리 기억이 여느 영장류와 다른 이유는 청각 문화를 더 효율적으로 구사할 수 있도록 진화가 우리 뇌를 빚어냈기 때문이다. 많은 명금과 마찬가지로 인류 문화는 시각과 촉각뿐 아니라 소리에 의해서도 전해진다. 하지만 원숭이와 유인원의 문화는 거의 전적으로시각적이거나 촉각적이다. 그렇기에 인간과 조류는 소리의 지각과 이해를 관장하는 뇌 영역들 사이에 연결이 잘 발달해 있는 반면 인간아닌 영장류는 이 연결이 훨씬 약하다. 뇌를 스캔하면 장기적 청각 기억에 이 신경 경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검은지빠귀를수십 년간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간접적으로 인간 언어 덕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간 세계와 인간 너머 세계를 이해하고 헤쳐 갈수 있는 것은 청각 기억 덕분이다. 소리를 장기간 기억하는 인간 능력은 새로운 지역을 탐사하는 데 유리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조상들은소리 하나하나와 소리경관의 느낌을 떠올려 이것을 새로운 환경을 평가하고 이해할 기준점으로 삼았다. - P474
어쩌면 소음 속에서 동물의 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매 발성에 에너지를 더 많이 쏟는 행위의 부차적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빈 인근의 대륙검은지빠귀를 연구했더니 숲에서는 노랫소리가 150미터 이상 전해졌지만 가장 시끄러운 도시 구역에서는 60미터밖에 가지 못했다. 음높이를 높이면 노래를 소음 위로 띄워 도달 거리를 66미터로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소리크기를 5데시벨 키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도달거리가 90미터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5데시벨은 도시 소음 속에서 명금이 추가적으로 키우는 음량과 엇비슷하다. 이렇게 볼 때 검은지빠귀가 도심 소리경관에 일차적으로 적응한행동은 노랫소리를 키우는 것인 듯하다. 주파수가 높아지는 것은 소리크기의 부수적 효과이며 여기에 보너스로 마스킹 효과를 극복하는이점도 생긴다. 노래 구성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새들은 노래에서 음량이 큰 요소를 우선적으로 이용하는데, 이 요소는 음높이가높은 경향이 있다. - P483
‘자연‘이 조용하다는 통념은 북부 온대 지방에서의 기대와 경험이낳은 산물이다. 일본, 서유럽, 뉴잉글랜드에서는 숲이 실제로 도시보다 훨씬 조용하다. 곤충, 개구리, 새가 소리를 낮추거나 자취를 감추는 추운 계절에는 더더욱 고요하다. 북극 지방이나, 폭풍이 지나가면고요가 찾아오는 산악 지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식물상이 풍부하고동물 다양성이 큰 곳은 대체로 소란하다. 도시 소음이 다른 소리경관과 가장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징은 빠르기와 예측 불가능한 성격이다. - P493
도시 소음의 고통은 고르게 분담되지 않는다. 도시의 소음 공해는일종의 불의다. 하지만 우리는 집의 소리경관을 사랑하는 종이기도하다. 우리는 도시 소음에 적응하고 참아낼 뿐 아니라 이따금 소음을문화와 장소의 대표적 특징이자 자기 동네의 음향적 분위기로 여겨애착을 느낀다. 그렇다면 도시의 소리는 역설적으로 소외하는 동시에환대할 수 있으며 피해의 원인일 뿐 아니라 소속감의 원천일 수도있다. - P497
도시 소음의 해로운 요인들이 불공정하게 분배되는 것은 도시 계회의 역사와 현재의 정책을 드러내는 감각적 표현이다. 많은 뉴욕 동네를 통과하는 고속도로는 소수 민족과 저소득층 거주 지역을 파괴하고 조각내어 많은 사람들을 떠나게 하고 남은 사람들에게는 소음과 대기 오염이 증가되도록 의도적으로 노선이 짜여 있다. 뉴욕에서이 공사를 감독한 로버트 모지스는 이 정책에 백인 위주의 교외를 도시와 연결하고 (그의 표현에 따르면 ‘게토‘와 ‘슬럼‘을 파괴하는 이중의 유익이 있다고 여겼다. 모지스는 도시를 외곽 지역 승용차들을 위한 교통축으로 탈바꿈시켰는데, 이 작업은 미국 전역에서 되풀이되었으며 공사비의 90퍼센트는 연방정부에서 도심 고속도로 사업 명목으로 부담했다. 하지만1960년대 후반 즈음 너무 많은 소수 민족 거주지가 고속도로에 난도질당하자 운동가들이 들고일어났다. 그들의 구호 중 하나는 "더는 백인 고속도로가 흑인 침실을 통과하지 말라"였다. 이에 반해 공원은 대부분 부유층 동네 가까이에 조성되었다. - P498
이 특별한 종-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설치된 평화의 종의소리는 가토리의 기예에 담긴 무형의 문화적 지식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공식 인정을 받았다. 이 종의 소리는 공원에 있는 다른 종들과 더불어 ‘일본 음풍경 100선‘의 76번째 소리경관이다. 중요한 소리경관을 찾아 기리고 더 풍성한 듣기를 장려하기 위해 정부에서 주관하는이 사업은 1996년에 시작되었으며 정부가 소리경관의 가치를 인정하는 드문 예다. 반면에 정부가 배경 소리와 맺는 전형적 관계는 소음 공해를 규제하려는 시도를 통해 나타나는데, 그것은 중요한 역할이지만부정적 경험으로서의 소리에 치중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국가·지방 문화재를 보전하고 기념하려는 정책은 대부분 보고 만질 수 있는 사물과 물리적 공간에 국한된다. 보전과 전시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선택과 집중은 이해할 만하다. - P519
소리의 다양성이 그토록 찬란한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가 듣는 것은 창조의 결과만이 아니라 창조 행위 자체다. 우리는 순간의 독특함으로 표현된 우주의 생성력 속에 깃들어 있다. 따라서 지구의 많은 목소리를 죽이고 짓누르는 것은 우리를 만든 것을 침묵시키고 파괴하는것이다. 듣기라는 행위는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여기서 우리는 결말뿐아니라 현재의 연결과 창조성을 발견한다. 우리의 감각과 미감은 심층시간에서 비롯했다. 옛 음파에서 탄생한 원자로 이루어졌고, 세포의작은 털에 의해 생기를 얻었으며, 음향적 갈망으로 서로에게 다가간동물들의 오랜 진화에 의해 빚어졌다. 이 유산은 현재가 얼마나 아름답고 부서졌는지 보여주며 기쁨, 소속감, 실천의 감각적 토대가 된다. - P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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